[MBN스타 유지혜 기자] 지상파 방송사가 각종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 관련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조추첨 결과가 그려졌다. 문제가 된 장면은 조추첨 결과를 정리한 표에 삽입된 피파 트로피 이미지였다.
피파 트로피의 몸체 부분에는 기존의 사람 형상이 아닌 달리는 사람의 형상이 그려져 있다. 이는 故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을 차용해 사용한 것으로 추측돼 ‘일베’ 이미지라는 추측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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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해당 방송 캡처 |
이처럼 지상파 3사는 최근 ‘일베’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뉴스데스크’와 같은 ‘일베’ 이미지 사용이 가장 흔한 사례다. SBS ‘8시 뉴스’, MBC ‘기분 좋은 날’ 등 뉴스부터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등 예능 프로그램까지 ‘일베’ 합성 이미지의 사용으로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SBS는 2014년 내내 ‘일베’ 의혹에 휩싸였다. 2014년 3월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서 고려대학교 마크 대신 일베를 상징하는 ‘ㅇㅂ’가 합성된 이미지를 사용한 데에 이어 10월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도 ‘단오풍정’ 속 노 전 대통령 이미지가 합성된 사진을 등장시켰다.
12월에는 ‘2014 SBS 가요대전’에서 MC를 맡은 위너 송민호가 “대한민국 열도”라는 표현을 써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는 SBS 제작진에서 작성한 대본에서 벌어진 실수라는 게 밝혀져 더욱 논란이 됐다. 계속되는 논란에 일각에서는 “고의성을 의심해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기도 했다.
KBS도 사정은 비슷하다. KBS2 ‘개그콘서트’의 ‘렛잇비’에서 일베를 상징하는 캐릭터가 삽입된 이미지가 등장시켰고, 작년 7월 방송된 KBS2 ‘해피선데이-1박2일’의 선생님 특집에 출연한 교사가 일베 회원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곤욕을 치렀다.
또한 지난 1월 공채 42기로 입사한 수습기자가 ‘일베’ 사이트에서 활동한 경력이 밝혀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 KBS기자협회. KBS 보도국 35기 이하 기자 일동 등이 일베기자 채용 반대를 내용으로 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해당기자는 수많은 반대에도 결국 KBS에 채용됐다. 해당기자가 직접 지난 13일 사내 게시판에 사죄하는 글을 올렸지만, 아직까지도 일베기자 채용에 관련한 여론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MBC 또한 지난 14일 있었던 ‘뉴스데스크’가 일베 이미지 사용의 처음은 아니다. 작년 10월 MBC ‘섹션TV 연예통신’에서 배우 차승원의 친부 논란을 보도하다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실루엣이 삽입된 이미지를 등장시켰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인물의 실루엣으로 이와 무관한 고인의 음영 이미지를 사용한 것은 고인 및 유가족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볼 수 있다”며 프로그램에 경고조치를 내렸고, MC 김국진이 공식 사과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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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KBS방송 캡처/MBN스타 DB |
이런 ‘일베’ 관련 사건이 나올 때 마다 방송사의 대처는 한결같다. “죄송하다”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는 내용의 보도문이 전부다. 시청자 사이에서는 이런 안일한 방송사의 태도에 염증을 느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MBC ‘뉴스데스크’ 논란 후 시청자들은 “한 두 번 있는 일도 아니다. 그저 죄송하다고 말하고 끝날 것”이라고 예측했고, MBC는 시청자들의 예측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고의성은 없었다”는 해명 한 줄로 사태를 일단락 지은 것이다.
여성 비하, 극우 성향의 정치적 발언 등을 일삼는 ‘일베’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뉴스’에 등장한 일은 분명 ‘사과’ 한 마디 가지고 끝날 수 없는 일이다. 작년 수없이 반복된 ‘일베’ 이미지 사용에 이어 KBS에 ‘일베기자’ 입사 사건이 벌어지자 시청자의 방송사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런 신뢰도는 항상 “주의하겠다”로 끝나 또 다시 같은 실수를 거듭하는 방송사가 만든 결과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약속은 번번이 깨졌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내 제도나 해당 관계자의 엄중한 처벌이 일어난 적은 많지 않다. 눈으로 보이는 조치가 있어야 시청자도 방송사가 하는 약속을 믿고 ‘실수’를 실수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방송사가 적극적으로 ‘일베’ 논란을 끊기 위해 단호한 대처를 해야 할 때인 것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