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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에서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 두 남녀. 집으로 돌아갈 기차를 놓친 세무조사원 마크(브누와 뽀엘부르드)는 카페에서 우연히 마주친 여자 실비(샤를로뜨 갱스부르)를 무작정 따라간다. 눈빛을 교환한 두 사람은 호감을 느끼고, 금요일 저녁 파리 튈르리 공원에서 만나자고 기약한다.
그러나 두 사람이 재회한 건 오랜 시간이 지난 뒤다. 마크는 실비의 동생 소피(키아라 마스트로얀니)와 사랑에 빠져 버렸다. 남자는 골동품 가게 주인이었던 소피와 눈이 맞았고 사랑을 키워 결혼까지 약속하게 됐다. 과거 새로운 사랑을 마주할 생각에 들떠 파리를 찾았던 실비는 마크를 만나지 못하고 상심한 채 고향으로 돌아왔고, 애인과 미국으로 떠나 버렸다. 시간이 지나 실비는 동생과 나누던 컴퓨터 화상 채팅 화면에 나타난 마크를 보고 놀란다. 실비와 마크의 결혼식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내색하지 않으려 하지만 어색한 인사에서부터 서로를 향한 감정이 읽힌다.
영화 ‘나쁜 사랑’(감독 브누와 쟉꼬)은 강렬한 첫 느낌에 빠져버렸던 마크와 실비의 마음속에 서로를 향해 남아 있던 감정이 사그라지지 않고, 다시 활활 타오르면서 제목처럼 되어 버린다. 금기시되는 사랑이다. 그러나 마음을 접을 수 없다. 서로가 잘못된 걸 알면서도 바로 잡긴 쉽지 않다.
이성과 감정 사이에 놓인 남녀의 갈등 묘사가 특히 탁월하다. ‘칸의 여신’ 샤를로트 갱스부르와 그의 상대 역 브누와 뽀엘부르드의 연기가 과하지 않아 좋다. 키아라 마스트로얀니와 모든 사실을 알고 두 딸을 바라보는 엄마 역의 까뜨린느 드뇌브도 상대적으
비장하게 흐르는 배경 음악과 내레이션은 긴장감과 스릴러적인 느낌을 전한다. 운명의 장난처럼 얽힌 사랑 이야기인 동시에, 단순한 ‘막장’으로만 정의할 순 없는 이유다. 복잡한 남자와 여자의 마음에 묘하게 끌린다. 영화의 결말은 환희일까, 실망일까. 108분. 15세 이상 관람가. 16일 개봉.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