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그동안 대중에게 있어 배우 신세경은 어딘 듯 슬퍼 보이는 조용하면서도 청순한 미인상이었다.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 속, 사연 많은 가련한 식모 세경 역이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크게 작용한 것이다.
1998년 서태지의 ‘Take 5’ 포스터 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내딛은 신세경이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건 2004년 영화 ‘어린 신부’와 드라마 ‘토지’였다. 그 당시 신세경을 수식하는 단어는 ‘성숙’이었다. 당시 그녀에 대해 많은 언론은 고전적인 외모에 여느 10대와는 다른 감수성을 가진, 나이는 어리지만 자기세계가 확고한 배우였다.
그런 신세경에게 ‘지붕킥’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작품 중 하나다. ‘지붕킥’ 속 ‘식모 세경’의 이미지는 신세경이 앞선 작품을 통해 보여주었던 성숙한 눈빛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그가 가진 매력을 극대화 시켰던 것이다. 여기에 코믹과 정극을 오가는 안정적인 연기력은 그가 더 이상 어린 소녀가 아닌 어엿한 성인배우가 됐음을 알리기도 했다.
↑ 사진=MBN스타 DB |
‘지붕킥’이 방송됐던 2009년 신세경의 인기는 뜨거웠다. ‘지붕킥’을 통해 톱스타 반열에 오른 신세경은 청순한 얼굴에 비해 성숙한 몸매를 가졌다는 ‘청순글래머’의 대표주자로 꼽힐 뿐 아니라, 그해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시청자가 뽑은 베스트 커플상, 코미디·시트콤부문 여자 신인상 부문 수상의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신세경의 인기는 다음해인 2010년까지 이어졌다. 신세경은 약 10개의 업체와 CF를 계약함으로써 몸값이 10배 이상 오르기도 했으며, 2009년에 개봉됐던 영화 ‘오감도’ 다시 보기 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지붕킥’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한 나머지 20대의 어린 나이임에도, 밝고 사랑스러움보다는 깊은 애수와 우울함이 더 잘 어울리는 배우가 돼 버린 것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엄청 놀래요. 목소리도 크고 웃을 때도 ‘까르르’ 소리 내서 웃는다고. 제가 대중에게 노출된 사람이라고 해서 앞으로도 감정을 숨기고 살고 싶진 않아요.” (2014년 6월 패션매거진 보그 인터뷰 中)
신세경 특유의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아련함은 이후 신세경이 연기를 하는데 있어 발목을 잡게 했다. 오죽하면 2011년 10월 방송된 SBS ‘한밤의 TV연예’에서 진행됐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저보고 우중충하게 생겼다고 하는데, 하나도 안 우중충하게 생겼다. 밝고 화사하게 봐 달라”고 해명 아닌 해명을 할 정도였다.
2010년 9월 방송된 KBS2 ‘연예가 중계’에서 게릴라 데이트의 대상이었던 윤시윤은 ‘함께 작업을 했던 걸그룹 티아라 지연, 배우 황정음, 신세경 중 이상형을 고르라’는 질문에 신세경을 꼽으며 “신세경은 여유가 있다. 털털한데도 애교가 많다”고 증언한 바 있다. 실제 신세경과 함께 작업을 했던 많은 관계자들은 그녀에 대해 솔직하면서도 이미지와는 달리 밝은 20대 여배우라고 증언한다. 당시 윤시윤의 대답 역시 관계자들의 증언을 뒷받침 해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신세경은 여린 이미지로 사랑을 받았던 2009년, 한 매체와 진행됐던 인터뷰에서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을 즐길 줄 아는 애주가임을 밝히며 “많이 마시지는 못하지만 술자리를 너무 좋아한다. 주량은 맥주 2000cc에 소주 한 병”이라고 말할 정도로 ‘내숭없는’ 솔직함을 내비쳤었다. 물론 그 뒤에 “대신 오래 마신 거니 오해 말라”고 해명하기는 했지만.
이러한 증언에도 한 번 뿌리박힌 이미지를 벗기는 쉽지 않았다. ‘지붕킥’을 뛰어넘는 대표작을 탄생시키지 못했던 것도 한 몫 했다. 드라마 ‘패션왕’과 ‘남자를 사랑할 때’를 출연할 때는 ‘희대의 어장관리녀’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최근에는 KBS2 드라마 ‘아이언맨’으로 밝고 따뜻한 여주인공에 도전했지만, 아쉽게도 저조한 시청률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지 못한 채 조용히 막을 내려야만 했다.
“신세경이 흥이 정말 많은데 현장에서도 춤을 추며 기다린다. 밝고 건강한 배우다. 그동안 어두운 톤의 연기를 많이 했지만 이번 작품의 오초림 역이 정말 신세경다운 배역이 아닐까 싶다” (2015년 3월 ‘냄새를 보는 소녀’ 제작발표회 中 백수찬 PD)
그랬던 신세경에게 기회가 왔다. 바로 SBS 수목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이하 ‘냄보소’) 속 흥소녀 오초림을 통해 비로소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데 성공한 것이다. 극중 신세경이 연기하는 오초림은 ‘개그맨 지망생’인 만큼 밝고 유쾌하다. 사람들을 웃게 하기 위해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오초림은 기본적으로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수식어가 먼저 앞서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앞서 누누이 말했던 것처럼 신세경의 애수 깊은 이미지는 밝고 가벼운 로맨틱 정극이나 정통 멜로 장르에 더 어울리는 배우다. 그로 인해 신세경이 로맨틱코미디 ‘냄보소’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사람들의 염려와는 달리 ‘냄보소’ 속 신세경은 여느 로맨틱코미디의 여주인공처럼 충분히 통통 튀고 경쾌한 매력을 보여주며 자신 역시 얼마든지 사랑스러워질 수 있다는 증명해 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신세경은 무감각증 경찰 최무각(박유천 분)과의 진지하게 펼치는 코믹연기까지 보여주고 있다. 반응 역시 나쁘지 않다. ‘냄보소’ 속 신세경의 모습을 지켜 본 시청자들은 그녀가 연기하는 오초림을 칭찬하면서 신세경의 또 다른 대표작이 될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
청승을 벗고 가벼워진 신세경의 즐거운 변신, 틀을 깨고 한층 새로워진 모습을 보여준 만큼, 앞으로 신세경이 보여줄 연기가 더욱 기대되기 시작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