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대중들의 눈에 비친 홍보관 속 약장수는 외로운 할머니들을 모아 놓고 장사하기 바쁜 사기꾼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미처 놓친 부분이 있다. 친자식보다 더 살갑게 그들을 대하는 것도, 그들이 진짜 원하는 ‘대화’를 할 줄 아는 것도 약장수다. 때문에 오히려 자식들보다 진짜 孝를 실천하는 이들이 홍보관 약장수 일지도 모른다.
영화 ‘약장수’는 아버지가 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홍보관에 취직해 아들을 연기하는 일범(김인권 분)의 눈물겨운 생존기를 담았다. 대중에게 매우 친숙하지만 베일이 벗겨진 적이 드문 ‘홍보관 약장수’가 소재라 신선하고 궁금증을 유발한다. 배우 박철민과 김인권이 다시 한 번 만났기에 자칫 코믹적인 부분을 기대케 한다거나, 소재 자체가 주는 느낌 때문에 관객의 많은 호응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노인을 대하는 사회와 자식들의 태도, 평범한 가장의 말 못할 고충이 담겨 구슬프고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연신 질문을 던지고 관객들에게 여운을 남기는 부분이 소비하는 영화와의 차이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극중 대사에서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자식보다 낫다”고 당당히 말하는 홍보관 점장 철중(박철민 분), “안 바쁠 때 두 시간만 애미랑 놀아주지 않을래?”라며 조심스럽게 아들에게 말하는 옥님(이주실 분)의 대사가 바쁘다고 부모님을 외면한 자식과 현재의 가족 형태, 노인을 대하는 사회의 다소 소극적인 태도에 일침을 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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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포스터 |
거기에 일범과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악인이자 미래의 일범인 철중 역의 박철민까지 흠 잡을 데 없다. 얄밉게 사탕을 먹는 장면부터 일범을 교육시키기 위해 그의 자존심을 철저하게 짓밟는 장면, 악하다 못해 악마 그 자체인 장면 등 캐릭터의 성격이 살아 숨 쉰다.
때문에 단순히 사기꾼으로만 인식했던 홍보관 약장수 역시 누군가의 자식이자 아버지, 남편임을 깨닫게 한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달라는 건 절대 아니다. 정보 전달과 인정, 이해 그 사이가 제대로 조절됐다.
무엇보다 관객들에겐 미지의 세계인 홍보관의 리얼함을 위한 제작진의 노력도 엄청났다. 감독과 제작진은 수많은 홍보관을 직접 방문해 현장 조사했고, 작품 속 배경 역시 세트장이 아닌 실제 인천의 한 홍보관의 모습이다. 보조출연자 역시 실제로 홍보관에 다니는 할머니들이다. 특히 촬영 중 일범의 감정에 동화된 어머니들이 함께 눈물을 흘리며 그를 돕겠다고 나섰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있다.
평범한 가장의 웃픈(웃기고슬픈) 이야기를 홍보관이라는 신선한 소재에 녹여내 가족, 효 등으로 완성시킨 ‘약장수’. 웃고 즐길만한 볼거리는 많지 않다. 하지만 반드시 이 사회에 던져야하는 질문과 가족의 힘으로 버티는 가장의 삶, 고령화를 대하는 사회의 소극적 태도 등 묵직한 메시지로 액션과 로맨스, 코미디가 판치는 극장가에 중심을 잡을 것이다. 다만, 너무 많은 이야기를 모두 담으려던 감독의 욕심이 아쉽다. 오는 23일 개봉.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