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제작진이 시킨대로 하지 않아서 떨어졌나 봐요.”
한 오디션 프로그램 생방송 무대 탈락자의 농담은 씁쓸했다. 경험담을 털어놓은 끝에 넌지시 건넨 너스레였지만, 말에 뼈가 있었다. 꿈을 위해 노래하는 아마추어들의 성지, 오디션 프로그램의 이면을 마주한 순간이었다.
MBN스타 취재 결과 오디션 프로그램 내 일부 제작진은 참가자들에게 ‘갑’과 같은 존재였다. 프로그램 제작의 키를 잡고 있는 터라 자연스럽게 ‘무한 권력’이 생성됐다. 가수 지망생과 소속사의 징검다리가 돼주겠단 애초 의도는 변질됐다.
↑ 디자인=이주영 |
◇ 사례1. 선곡? 무조건 제작진 뜻에 따라야
선곡은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에 있어서 탈락 여부를 가름 짓는 중요한 열쇠다. 참가자의 목소리와 매력을 십분 살릴 수 있고,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노래를 부르게 한다는 게 오디션 프로그램의 방침이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A 프로그램은 생방송 무대 당시 한 참가자와 선곡을 두고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다. 참가자는 자신이 가장 잘 부르는 장르인 랩과 힙합을 선곡하길 희망했지만, 제작진은 “발라드로 떴으니 발라드를 불러야 한다”고 고집해 마찰을 빚었다.
그가 원하는 노래 10곡을 엄선해 구상한 퍼포먼스와 함께 제작진의 이메일로 보내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안 된다”는 것뿐이었다.
이 참가자는 “떨어져도 좋으니 내가 고른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했고, 끝내 자신의 뜻을 이뤘지만 그것이 A 프로그램의 마지막 출연이 됐다고.
↑ 디자인=이주영 |
◇ 사례2. 우승자 내정설? 공공연히 ‘차별’도
B 프로그램 참가자 사이에서는 우승자 내정설이 돌았다. 확실한 물증은 없었지만 심증은 있었다며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참가자 C씨는 “프로그램 출연 당시 모든 게 우승자인 A씨 위주였다. 생방송 진출자끼리 소풍가는 촬영에서 10분 정도 성대모사 등을 보여줘 굉장한 반응을 얻어냈지만, 나온 건 A씨와 얘기 나누는 것뿐이었다”며 “어쩌면 나 역시도 생방송 진출자로 내정된 건지 모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에 따르면 생방송 진출 직전 미션에서 C씨는 형편 없는 무대를 보여줘 당연히 떨어지리라 생각했다. 심사위원도 굉장히 실망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결정을 내리려는 순간 작가가 달려와 손을 ‘X’자로 만들며 안 된다는 사인을 보냈다고. 그 결과 C씨 보다 잘했던 여성 참가자가 떨어졌다.
↑ 디자인=이주영 |
◇ 사례3. 女 작가, 男 화장실까지 따라와 ‘재촉’
제작진의 갑질은 평소 행동에서도 살펴볼 수 있었다. 한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진은 참가자들이 말을 듣지 않자 “너희 위치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며 경고를 날렸다. 제작진과 참가자 사이에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됐음을 엿볼 수 있다.
또한 한 참가자는 자신이 화장실을 갔을 때조차 수치스러운 일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촬영 도중 화장실을 갔는데 여자 작가가 남자화장실까지 따라오더라. 그가 뒤에서 ‘방송 시작된다. 뭐하는 거냐’며 하도 소리쳐서 그냥 그대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프라이버시 따윈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 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