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임성한 작가가 은퇴를 시사했다. 현재 집필 중인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를 끝으로 펜을 놓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 막장드라마 한 획을 그었던 작가였기에 은퇴설은 방송가를 뒤흔들 만큼 요란했다.
‘임성한월드’의 시작은 지난 1997년 MBC 일일드라마 ‘보고 또 보고’였다. 동성동본 결혼도 반대할 만큼 경직된 사회에서 겹사돈이란 파격적인 소재로 방송 시작부터 이슈몰이에 성공했다. 시청률도 훌륭했다. MBC와 협업으로 이룬 첫 성과였다.
방송가에 안정적으로 입문한 그가 스타작가로 발돋움한 건 지난 2002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MBC ‘인어아가씨’를 집필하면서부터다. 만년 무명에 가까웠던 장서희, 김성민을 일약 스타로 만든 이 작품은 인기 작가 아리영(장서희 분)이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펼치는 과정을 그렸다. “피고름 쏟아낸 대본”이라는 유행어를 낼 만큼 높은 인기를 구가한 ‘인어아가씨’는 자극적인 에피소드와 대사로 ‘막장극’의 대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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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C 제공 |
이후 임 작가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젊은 무속인의 사랑과 일상을 담은 ‘왕꽃선녀님’과 SBS로 옮겨 히트시킨 ‘하늘이시여’, 법조계 사람들을 그린 ‘아현동마님’, ‘보석비빔밥’ ‘신기생뎐’ 등을 집필하며 어마어마한 몸값의 스타작가로 군림했다. 대부분 일일드라마 포맷만 고집해 ‘막장 일일극의 대모’로 인정받았다.
그랬던 그가 ‘불통의 아이콘’으로 비난받은 건 MBC ‘오로라 공주’부터였다. 전작인 ‘신기생뎐’에서 등장인물이 눈에서 레이저를 뿜거나 빙의됐다는 비상식적 전개로 시청자를 놀래킨 그는 ‘오로라 공주’에서 특유의 정보전달 류의 대사, 개연성 없는 장면 삽입 등으로 빈축을 샀다. 여기에 등장인물 다수가 어이없이 죽음을 맞아 ‘임성한 표 데스노트’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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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C |
그러나 임 작가의 고집은 굽힐 줄 몰랐다. 남자주인공인 황마마(오창석 분)를 비명횡사시키고, 암에 걸렸던 설설희(서하준 분)를 “암세포도 생명”이라는 잊지 못할 명대사로 부활시켜 막장극의 진수를 보여줬다. 또한 동성애자였던 나타샤(송원근 분)가 불공을 드리고 이성애자로 변했는가 하면, 실제 조카인 백옥담의 분량이 눈에 띄게 늘어나 시청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스타작가에서 불통의 아이콘으로 변한 건 드라마 속에 녹아든 그의 독특한 세계관 때문이었다. 여느 작가들은 시청자의 반응을 살피면서 전개를 바꾸지만, 그는 애초 시놉시스는 커녕 드라마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아 작품이 철저하게 작가 위주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여기에 입김이 약한 중고 신인들만을 철저하게 기용하며 철옹성 같은 ‘임성한 월드’를 완성했다.
은퇴를 시사한 지금, ‘임성한 월드’가 명예롭게 문 닫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방송중인 MBC ‘압구정 백야’에서도 이미 선을 넘은 극 전개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 불통의 아이콘이라는 오명을 벗고 스타작가로서 시청자의 기억에 남을 것인지, 아니면 종전처럼 고집을 밀고 나갈 것인지 임 작가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