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정예인 기자] 영화 ‘엑시덴탈 러브’가 빠른 호흡,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들, 개연성 없는 이야기로 블랙코미디의 진면모를 보여준다.
‘엑시덴탈 러브’는 제목 그대로 ‘사고’로부터 비롯된 사랑 이야기다. ‘사고’는 예쁘장하게 생긴 웨이트리스 앨리스(제시카 비엘 분)가 ‘킹카’ 경관 스캇(제임스 마스던 분)으로부터 청혼을 받으면서 발생한다. 스캇은 애리조나 주에서 가장 로맨틱한 레스토랑에 앨리스를 초대, 프러포즈를 계획한다. 그러나 이 청혼은 무언가 잘못됐다. 인생에서 가장 로맨틱해야 할 순간인데, 주변에서 한시도 도와주지 않는다. 레스토랑은 하필이면 이날 공사 중이었고, 앨리스는 그 공사인부의 실수로 머리에 못이 박히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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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포스터 |
앨리스가 못을 빼내는 수술을 하기 위해선 의료보험이 필요했지만, 그는 가입하지 않았다. 미국의 의료보험은 우리나라와 달리 민영화됐다. 때문에 보험가입 비용도 적지 않을뿐더러, 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상당한 금액의 치료비를 지불해야 한다. 앨리스는 결국 엄청난 금액의 수술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수술을 포기한다. 대신, 그는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 생각하고 지역 정치인인 하워드(제이크 질렌할 분)를 찾아 나선다. 그라면 의료보험 체계를 바꿔줄 수 있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
그러나 미국의 의료보험체계는 정치인들에게 있어 오래된 숙제다. 쉽게 바꿀 수 없고, 바꾸자고 말하는 것조차 어려운 문제다. 바로 여기서 ‘엑시덴탈 러브’만의 정치풍자가 등장한다. 하워드는 달에다 군사 기지를 설치하자고 주장하는 상원의원의 눈치만 보기 급급하고, 앨리스는 그에게 이용당해 군사 기지를 홍보한다. 그 과정에서 앨리스는 하워드를 통해 “정치란 쉽게 사람을 속이는 것”이란 사실을 배우고, 한 정치인의 죽음을 이용해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앨리스는 웬만한 정치인보다 유창한 말솜씨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걸스카우트 단체’의 후원에 힘입어 의료보험 체계를 개편하기 위해 나선다. 그를 보고 있자면 정치란 그저 거짓말만 유려하게 잘 해도 자기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헛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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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스틸컷 |
‘엑시덴탈 러브’는 지나치게 빠른 이야기전개 속도 탓에 집중하지 않으면 웃음 요소를 놓치기 쉽다. 또 미국의 사회적 분위기를 이해하지 못하면 함께 웃을 수 없다는 최대 단점을 지녔다. 그러나 그것을 모두 포괄하는 단 하나의 웃음 요소가 있다. 그건 바로 ‘정치풍자’다. 전 세계적으로 “정치인은 믿을 게 못 된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인지, 미국과 우리나라만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정치에 대해 비관적인 시선을 가진 이라면 웃지 않고는 못배길 터다.
게다가 늘 사람들에게 당하고 살아가는 하워드 의원을 연기한 제이크 질렌할의 모습이 가히 압권이다. 그는 마치 목이 사라진 듯한 자세, 어디를 바라보는 지 알 수 없는 시선, 넋 놓고 실없이 웃는 바보 같은 미소 등을 연출해 어리바리한 하워드로 완벽히 빙의했다.
제시카 비엘의 능청스러운 연기도 볼거리다. 극중 제시카 비엘은 “나는 거짓말 할 줄 몰라요”하는 순수한 표정을 짓다가도 곧 “거짓말은 저 사람에게 배웠어요”라며 남 탓하는 야비한 모습을 보이고, 때로는 ‘충동조절장애’를 핑계 삼아 하워드를 유혹한다. 특히 그가 정치인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연기를 펼칠 때면, 그 순수한 미소가 역설적으로 잔혹해 보인다. 7일 개봉.
정예인 기자 yein6120@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