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tvN 금요드라마 ‘초인시대’가 B급 코드를 앞세우며 색다른 시도를 했으나 아직은 부족한 내공으로 아쉬움을 자아냈다.
지난 22일 오후 방송된 ‘초인시대’ 7회에서는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악당(김수용 분)과 이를 막으려는 유병재(유병재 분), 이이경(이이경 분), 김창환(김창환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악당은 중국제 제품을 움직일 수 있는 염력을 통해 유병재 일행을 위기에 빠뜨렸다. 하지만 유병재의 기지로 예언가 파주댁(이용녀 분)과 인력소 소장님(기주봉 분), 그리고 친구들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유병재는 사랑을 받지 못해 폭주해버린 악당에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말하며 그를 감동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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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초인시대 방송 캡처 |
뜻밖에도 악당과 유병재는 연인이 됐다. 이들은 진정한 사랑을 찾아 행복한 일상을 보냈고, 김창환은 미소선배(이미소 분)와 결혼을, 이이경은 자신의 회사에서 나름대로 잘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인력소에 한데 모여 세상에 ‘심판의 날’이 무사히 넘어갔음에 안도하며 행복을 만끽했다.
파격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초인시대’는 방영 전부터 유병재가 직접 각본과 주인공을 맡았다는 점에서 화제를 일으켰다. 마침 비슷한 시기에 유병재가 MBC ‘무한도전’ 식스맨 프로젝트에 선발돼 세간의 주목을 받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의 드라마 데뷔작’이라는 점에서도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초반에는 이런 높아진 관심과 청춘의 아픔들을 무게감 있게 잘 담아냈다는 점에서 기대만큼의 화제를 이끌었다. 취업, 사랑, 현실 등에 힘겨워하는 청춘들의 모습을 B급 유머를 통해 그려내 색다르다는 반응도 많았다. 무엇보다 지금 젊은이들의 현실적인 고민들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또한 ‘초인시대’는 비정규직-정규직 차별과 청년 부채 등 사회적인 문제들을 거론하며 ‘을(乙)을 위한 드라마’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비록 거절당할지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행동할 줄 알았던 유병재, 남들에 인정받는 또 다른 인격을 선택하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김창환,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당찬 도전을 할 줄 알았던 이이경은 남들의 눈에는 ‘루저’처럼 보였지만 각자가 진정한 영웅이었다. 이런 다양한 캐릭터들을 통해 지금의 청춘들에 ‘필요없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루저를 위로하는’ 드라마로 남았다.
아쉬운 것은 이런 관심들을 ‘초인시대’가 잘 끌고 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초인시대’를 쭉 지켜본 애청자들 사이에서는 “첫 회만큼 재미와 감동을 받은 회차는 없었다”는 의견이 다수다. 회차가 지날수록 B급 유머와 메시지가 제대로 어우러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메시지를 주는 장면과 B급 유머를 구사하는 장면이 따로 놀다보니 드라마 자체가 끊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지적도 많았다.
드라마 전개 중 갑자기 튀어나왔던 엉뚱한 장면들에 대해서는 ‘제작진이 다소 불친절하다’는 시청자의 불평이 이어졌다. ‘초인시대’는 간혹 모든 시청자들이 함께 웃을 수 없는, 코드가 맞아야만 웃을 수 있는 장면들이 등장했다. 몇몇 시청자들은 ‘어디서 웃어야할지 모르겠다’는 난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일부에서는 “드라마 시청자의 눈이 아닌 제작진의 눈으로만 드라마를 만든 것 같아서 아쉬웠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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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CJ E&M |
결말에 대해서도 시청자들의 갑론을박은 이어졌다. 악당과 유병재의 사랑으로 동성애 코드가 전면에 나섰는데 ‘동정’을 상징했던 체리 문신이 사라졌다는 것을 보이며 성적인 의미도 내포했다. 아직까지는 드라마에서 성적인 의미를 담은 동성애 코드가 웃음의 소재로 활용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한 회에 ‘심판의 날’이 몰아치고 이를 급하게 마무리한 느낌도 들어 ‘시원한 한 방’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는 씁쓸함을 남기기도 했다.
메시지와 B급 유머가 어우러져 사회적 메시지를 웃음으로 드러내는 세련된 터치를 ‘초인시대’ 방영 내내 기대하기란 아직은 무리였다. ‘초인시대’로 드라마 연출은 처음이었던 김민경 PD나 드라마를 처음 만든 유병재 작가의 조합은 신선했고,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인정받았다. 아직은 내공이 부족했다. 하지만 청춘들의 아픔에 현미경을 들이대 세심하게 그려내 공감을 얻어낸 것만으로도 ‘초인시대’의 도전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한편, 7회를 끝으로 ‘초인시대’의 본편은 종영하며 오는 29일에 방영되는 8회에는 페이크 다큐 형식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방영될 예정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