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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라(사진=강영국 기자) |
카라는 일곱 번째 미니앨범 '인 러브(In Love)'를 26일 정오 발매했다. 이 앨범 타이틀곡 '큐피드'는 발매되자마자 음악사이트 엠넷 실시간차트 1위에 올랐다. 국내 음원 시장 최대 점유율을 자랑하는 멜론에서는 이날 오후 4시 현재 21위다. 상승세이긴 하나 카라의 명성을 떠올리면 아쉬운 성적이다.
'큐피드'는 셔플 기반의 신 나는 리듬과 도입부 신스 사운드가 경쾌하고 발랄한 곡이다. '첫눈에 반한 너를 나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큐피드가 화살을 당기기 전 짜릿하고 긴장되는 순간의 모습을 춤으로 표현했다고 멤버들은 소개했다. '아슬아슬해. 네가 아찔아찔해. 꼼짝 못하게/(중략)/ 운명의 화살을 당겨'라는 후렴구가 중독성이 강하다.
카라는 앨범 발매 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쇼케이스를 열고 취재진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박규리는 "카라를 섹시하거나 귀엽다는 콘셉트로 (명확히) 나누기 어렵다"며 "카라만의 건강하고 활발한 무대를 기대해 달라"고 바랐다.
한승연은 "규리와 나는 내일 모레 서른이다. 원치 않지만 시간이 흘렀다. 마냥 귀엽고 순수한 콘셉트는 이제 부담된다. '큐피드'는 절충안 정도다. 대놓고 섹시미를 노린 것도 아니고 귀엽기만 것도 아니다. 카라의 밝은 모습에 새침하고 도도한 면모를 더했다. 섹시 혹은 귀여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카라만의 에너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카라는 절묘한 접점을 찾았다고 생각하는 모양새다. 좋게 포장하면 한층 세련되어졌다. 춤 동작은 그리 크지 않고 절제됐다. 골반을 흔드는 건 여전하지만 과거 엉덩이를 크게 돌리던 춤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시원한 음색을 내지르기 보다는 통통 튀듯 노래했다. 쉽게 보이지 않는 표정 연기는 섬세해졌다. 연륜과 경험에서 나오는 무대에서의 여유가 곳곳에 배어있다.
그러나 이번 앨범 타이틀곡은 카라의 과도기적 고민을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곡으로 보여진다. 나쁘게 말하면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한 콘셉트의 곡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섹시 혹은 청순이란 양분법이 아닌 '카라'만의 색깔을 주장하기는 역부족이다. 더군다나 자작곡이 아니기에 그들의 약점은 더욱 도드라진다.
카라는 '아이돌계 대선배'로서 이름값에 걸맞은 카리스마와 위엄을 보여줄 것인가. 아니면 친근하면서도 귀여운 걸그룹으로 남을 것인가 고민할 시점이 아니다. 걸그룹에게 숙명과도 같은, 이 뻔한 두가지 콘셉트를 뛰어넘는 아티스트의 면모를 보여줄 때다.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신예 그룹들과 경쟁할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다행인 점은 타이틀곡이 아닌, 앨범의 다른 수록곡들에서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스타라이트(Starlight)', '그땐 그냥' 등 보컬 라인이 강조된 깨끗한 발라드곡들에서 오히려 카라의 성숙된 음악적 역량을 가늠할 수 있다.
지난해 처음 팀에 새롭게 합류한 막내 멤버 영지는 "카라에게는 한계가 없다. 모든 장르를 다 소화할 수 있는 언니들과 함게 해서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카라는 분명 지금도 발전할 가능성이 많은 걸그룹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스스로의 조언을 되새겨야할 듯하다.
카라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마디 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도 부족한 점이 많아 조언하기 어렵다"면서도 "요즘에는 진짜 완벽에 가까운 실력을 갖추고 나온 분들이 많다. 모두 멋있다. 다만 너무 많은 분(그룹)이 나오니까. 그 시장에서 살아남을 만한 특유의 개성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인형 같은 외모와 귀엽고 섹시한 몸짓으로 쏜 '큐피드'의 화살은 충성도 높은 팬들의 눈을 멀게 할 수는 있겠으나, 진정한 음악 팬 가슴팍에 꽂히기는 어렵다.
fact@mk.co.kr / 사진=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