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슈가 보이~또 설탕 투하, 사과하세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의 또 하나 ‘빅’ 재미는 바로 자막이다. 백종원, 김구라 등 BJ 스타들이 카메라 앞에서 원맨쇼를 할 때 누리꾼 반응과 제작진의 빛나는 센스가 갖은 양념을 치고 있는 것. 자칫 밋밋할 수 있었던 프로그램에 ‘병맛’ 재미를 투여한 자막에 대해 MBC 박진경 PD에게 궁금증을 투하했다.
Q. 누리꾼 댓글 자막은 실제로 올라온 내용인가요?
A. 당연하죠. 채팅창에 올라온 댓글 중 재밌는 걸 골라서 자막 처리하고 있어요. 다만 초성으로 쓰거나 인터넷 은어는 제작진이 자막으로 바꿀 때 풀어쓴 정도죠.
↑ 사진=MBC 방송 캡처 |
Q. B급 ‘병맛’ 코드 영감은 어디서 받나요?
A. 인터넷 화제 영상이나 게임 등에서 영감을 얻어요. 요즘 젊은 친구들이 이런 쪽에 워낙 익숙해져 있잖아요? 이런 자막이 다른 프로그램엔 어울리지 않을 법한데 ‘마리텔’은 기획 자체가 인터넷 방송이라 그런지 자막 사용에 있어서는 큰 부담 없이 이상한 말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불통왕, 슈가보이, 체리보이 등 별명은 누구 아이디어인가요?
A. 제작진이 잡아주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채팅창에서 나온 거에요. 특히 ‘슈가보이’란 백종원 별명은 채팅창에서 먼저 나온 거죠. 그렇게 파생된 걸 자막으로 찍어놓으면 그 다음 녹화에서 또 다시 채팅창에서 회자되고 더 획기적인 발상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Q. ‘기미작가’에 대한 반응도 뜨거워요. CG를 넣자는 생각은 어떻게 한 거죠?
A. ‘기미작가’가 아무래도 일반인이라 편집하는 데 있어서 부담스럽긴 했어요. 전문 예능인이 아니라면 자체적 편집을 사용해 재밌는 상황을 만들어주자는 생각에 CG를 사용했죠. 그 이후에 살아난 것 같아요. 하하. 그냥 ‘맛있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큰 임팩트가 없으니, 이런 저런 CG를 넣어본 게 제대로 효과를 낸 것 같습니다.
Q. 평소 촬영이 끝난 뒤 자막 제조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A. 예능 프로그램 편집에서 자막은 제일 중요한 요소죠. 그래서 애초 자막을 어디에 넣을지 생각하면서 편집을 합니다. 담당하는 조연출이나 PD가 ‘어떤 자막을 넣을까’ 채팅창을 살펴보고 그 안에서 공유하면서 만들어나가죠. 그 과정에서 CG 아이디어도 떠오르면 바로 CG실에 의뢰받아서 쓰고 있습니다.
Q. 그럼에도 인터넷 방송 콘셉트라 ‘일베’ 논란 가능성이 클텐데 어떻게 대처하나요?
A. 사실 생방송 때 이에 대한 경고메시지를 채팅창에 흘려보내요. 성희롱, 문제되는 발언이 있을 시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이죠. ‘마리텔’ 채팅창의 이런 분위기가 조금 알려져서 그런지, 이젠 그런 류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었더라고요. 특히 ‘일베’ 용어에 대해선 특별히 신경 쓰고 보고 있습니다. 유달리 재밌거나 이상하다 싶으면 꼭 검색해보죠. 채팅창 속 닉네임 하나하나까지 다 검색하기도 하고요.
Q. ‘약빤 자막’이란 평가, 어떤가요?
A. 사실 제작진은 그렇게까지 생각하진 않아요. 다른 프로그램과 색깔이 달라서 인터넷을 하는 어린 연령층이 좋아해주는 게 아닐까 싶을 뿐? 그동안 어린 연령층이 즐기는 문화가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프로그램이 없었잖아요. 케이블 종편 채널을 통틀어도 이런 문화가 많이 나오는 프그램은 없었던 것 같아요. 또 시청자들이 바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 더 열광하는 게 아닐까요.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