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인터넷을 통해 들으면 안 됐던 말들을 너무 많이 들은 거예요. 그러니까 너무 심한 말들을. 엄마도 그 댓글들을 참기 힘들어서 그런 건데 저는 얼마나 더 힘들겠어요.”
사람이 좋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13살의 아직은 어린 소녀에게 세상은 생각보다도 더 가혹했다. 엄마 故 최진실을 향한 아이들의 그리움과 악플이 준 상처의 무게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1일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랑-진실이 엄마2’(이하 ‘진실이 엄마2’)는 지난 2011년 방송된 ‘휴먼다큐 사랑-진실이 엄마’의 후속작이다. 앞선 작품이 먼저 자녀를 떠나보낸 故 최진실, 최진영의 어머니 정옥숙 씨의 절절한 사랑을 담았다면, 이번 ‘진실이 엄마2’는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부쩍 자란 아이들과, 사춘기가 된 남매를 키우는데 고민하고 갈등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담아내는데 중심을 두었다.
“어느 결에 사춘기가 왔다. 준희는 말이 조금 많아지고 환희는 말이 줄어서 벙어리가 돼버렸다”는 정옥숙 씨의 말처럼 중학생이 된 남매는 전혀 다른 성격을 자랑하고 있었다. 중학생이 된 오빠 환희는 더 의젓해진 반면, 공부보다는 노는 게 더 좋은 준희는 못 말리는 왈가닥 소녀가 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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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성격으로 때로는 과격하게 싸우기도 했지만, 남매의 우애는 그대로였다. 말썽꾸러기 동생 환희였지만 “저는 오빠 진짜 좋아한다. 오빠 바라기”라며 “오빠랑 예전처럼 지내고 싶기도 한데 오빠가 막 휴대전화만 하니 섭섭하다”고 고백할 정도로 그를 향한 애정과 신뢰는 매우 깊었다.
오빠 환희 역시 무뚝뚝해도, 무심한 척 동생의 공부도 도와주고 챙겨주는 자상한 오빠였다. 환희 “준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노는 걸 너무 좋아한다”라는 걱정 속에는 동생에 대한 사랑이 가득 배어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활기찬 여동생, 무뚝뚝하지만 자상한 오빠로 아무 탈 없이 자란 듯 보였던 환희 준희 남매였지만, 그래도 그 속에는 아직 아물지 못한 상처들이 남아있었다. 카메라 앞에서 누구보다 밝게 웃었던 최준희 양이었지만 “살다 보면 이런 일이 한두 번 일어나야지”라는 덤덤한 말 한마디는 많은 이들을 먹먹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부모님과 삼촌의 죽음만으로 상처가 될 아이들을 더 아프게 했던 것은 ‘익명성’ 뒤에 숨어 날아온 ‘악플’이었다.
계속된 상처에 미국 이민까지 생각했던 최준희 양은 “상처 받는 일만 없다면 한국에서 지내고 싶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들으면 안 됐던 말들을 너무 많이 들었다”며 “어느 날 사물함을 보니 쪽지가 있는 거다. 누가 ‘엄마 없는 X야, 나대지 마라’ 이렇게 해 놨더라. 그렇게 써놓은 것도 물론 화났지만 내 앞에서 화난 것을 이야기 하지 않고 치사하게 그렇게 이야기한다는 것에 더 화가 났다”고 자신의 아픈 과거를 털어놓았다.
사람들의 무차별적인 공격은 최준희 양의 꿈마저 꺾어 버리고 말았다. 원래 꿈이 가수였다고 밝힌 최준희 양은 이를 포기한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하는 말들이 너무 다 무섭다. 지금은 어리니까 그나마 조금 하는 거지 제가 크면 얼마나 더 심하게 하겠냐”고 설명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엄마와 아빠, 그리고 삼촌까지. 쉽게 감당하기 힘든 고난들 속에서 아이들은 나이보다 더 빨리 철이 들어 있었다. 동생 걱정, 할머니 걱정을 멈추지 않는 환희와 끊임없이 사람의 온기를 찾는 준희는 여전히 어른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은 사랑보다는 유명스타의 자녀라는 이유로 비난했고, 이들을 향한 이유 없는 욕은 멈추지 않았다. 정옥숙 씨의 “아무래도 엄마, 아빠, 삼촌 다 그렇게 되고 하니까. 애들이 상처를 받더라”는 말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다. 이유 없는 사람들의 공격은 아직은 어린 아이들을 지나치게 성숙하고 어른스럽게 만들어 버렸다.
남들이 쉽게 겪지 못한 아픔을 이겨내야 했던 이들 남매가 꿈꾸는 장례 희망은 엄마와 삼촌과 같은 연예인이었다. 이미 부모님이 물려준 끼와 풍부한 감성을 물려받은 환희와 준희는 사람들의 염려 속에서도 재능을 조금씩 키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다른 이들보다 더 큰 아픔을 겼었던 환희와 준희는 질풍노도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와중에도 자신만의 상처 극복 법을 찾으며 어른이 돼 가고 있는 중이다. 이들 남매의 앞길을 응원하지 못할지언정, 적어도 ‘악플’이라는 돌을 던지건 이제 그만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