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욕심이 과했던 것이었을까. 웃자고 시작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해외 극한 알바가 도리어 논란의 대상이 됐다. 모든 것은 재미를 이끌어내려다 도리어 상대방의 진정한 화를 이끌어 내버린 지나친 무모함과,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지 않은 안전에 대한 불감증이 불러온 결과였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무한도전’은 10주년 포상휴가가 알고 보니 해외 극한 알바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이를 수행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다루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고서도 의심을 풀지 못했던 멤버들은 방콕공항에서 들려온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진심으로 절망했고 분노했다. 이 때 까지만 해도 ‘무한도전’은 유쾌했다. 모든 걸 체념한 채 공항에 앉아있는 형님들과 달리, ‘무한도전’에 입성한지 얼마 되지 않아 사태파악을 하지 못한 채 마냥 해맑은 미소를 짓는 광희의 모습은 극과 극을 이루며 시청자들을 웃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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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무한도전 사기극’이라고 불리는 해외 극한알바는 방송이 전파를 타기 전부터 각종 SNS를 통해 해외 극한 알바를 수행하는 멤버들의 사진이 올라오면서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다. 사진이 처음 등장할 당시만 해도 “역시 김태호” “평범하게 보내주지 않을 줄 알았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해외 극한 알바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었다.
‘무한도전’이 제작진의 달콤한 사탕발림에 속아 해외로 갔다가, 고생을 한 사연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래도 멤버들이 고생을 한만큼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오히려 이를 통해 ‘무한도전’ 특집 중 최고라고 꼽히는 무인도 특집이 탄생하기도 했다. 여기에 해외 극한알바의 시초로 분류되는 극한알바 특집은 ‘무한도전’ 멤버들의 초심을 다지는 동시에, 편하게 생활하는 모든 것에는 타인의 노고와 고통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등 호평을 받았던 특집 중 하나다. 최고의 특집을 탄생시킨 ‘해외’에 호평을 받았던 ‘극한 알바’가 만났지만, 이상하게도 시너지 효과는커녕 이들을 향한 호된 반발은 좀처럼 그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시작부터 시청자들의 기대 속 막을 올린 해외 극한 알바였지만, 실상을 접한 시청자들은 아쉬움과 함께 깊은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10년간 속아왔으면서도, 속고 또 속는 ‘착한’ 멤버들의 곡앓이는 물론 재미있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안전’을 간과한 것이 포착되면서 방송을 보는 이들의 마음을 철컹거리게 만든 것이다.
제일 먼저 지적된 부분은 박명수와 정준하의 지나친 방콕 공항 노숙으로 대표되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무모한 시간 버리기였다. 속이기 위해 방콕 공항으로 데려가, 여기서 경유해 각자의 나라를 가는 것 까지는 괜찮았다. 다만 박명수와 정준하의 경우 비행기가 다음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언지도 없이 공항에 내버려 두는 점, 그리고 굳이 이들을 공항 노숙을 시키는 모습은 일종의 인질극이자 일정을 아는 이들의 횡포와 같았다. 일정을 말해주지 않은 제작진으로 인해 이들은 피할 수 있었던 공항 의자 노숙까지 감행해야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정형돈과 하하의 잔도공 아르바이트였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들이 중국에서 한 아르바이트는 잔도공이 아닌 가마꾼이었으며, 작년 11월 소개한 해외극한 아르바이트 역시 산악가마꾼이었다. 하지만 제작진은 아무런 준비도 없는 정형돈과 하하를 위험천만 공사현장으로 이끌고 갔고, 이들에게 아르바이트를 권유했다.
실제 카메라에 담긴 높이는 고소공포증이 없는 사람들이 보기에도 아찔함을 느낄 정도로 높고 가팔랐다. 안전장비도 없이 아슬아슬하게 그 위를 걷는 정형돈과 하하의 모습은 지나치게 위태로워 보였고, 공포를 느끼다 못해 실소를 하는 모습은 이들이 얼마나 겁에 질렸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멤버들 뿐 아니라 그들의 모습을 찍는 카메라 감독들의 모습 역시 위험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안전장치 없이 위험한 공사장 위에 올라 멤버들의 모습을 찍는 카메라 감독의 모습은 멀리서 ‘극한 알바’를 찾을 필요가 없어 보일 정도로 위험해 보였다.
절정을 이뤘던 것은 이들을 약올리 듯 등장한 트렁크 안 물건이었다. 인도 빨래장에 간 유재석과 황광희에게 빨랫감을 주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위험한 장소에서 스파이더 복장을 주는 제작진의 센스는 유머가 아닌 조롱에 가까워 보였다. 공사장 위에서 자신을 ‘루저’라고 말하며 자학하는 정형돈과 하하의 모습은 이미 촬영이 아니라 진심으로 고통스러워보였고, 이들의 모습을 보는 시청자 역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방송 직후 ‘무한도전’의 시청자 게시판은 항의글로 가득하다. 멤버들 속여 웃음 파는 것 같아 정말 보는 내내 불쾌할 뿐 아니라, 도를 지나쳐 거북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중 한 누리꾼은 “위험한걸 보면서 웃고 싶지 않다. 고통스럽고 힘든걸 보면서 웃고 싶지 않다”며 해외 극한알바 편에 대한 일침을 가했다.
제작진에게 번번이 속고 당하고 곤경에 처해 동동거리면서도, 우여곡절 끝에 이를 수행해 나가는 멤버들의 모습은 늘 감동적이고 즐거웠지만 이번만큼은 도를 넘었다. 재미를 따르려다가 가장 중요한 안전을 놓친 ‘무한도전’ 그 자리에는 불편함만 남았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