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묵직한 장맛이 감도는 웰메이드 드라마였다. 상류층의 허위와 비리를 폭로하면서도 위트를 잃지 않은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가 평범치 않은 결말로 막을 내린 것. 막장 요소나 식상한 전개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수작이었다.
2일 오후 방송된 ‘풍문으로 들었소’에서는 절대 갑 정호(유준상 분)가 결국 사람을 잃고 홀로 남게 되는 내용이 그려졌다. 아들 인상(이준 분)과 며느리 봄(고아성 분)은 상속을 포기하는 대신 주체적 삶을 택했고, 쇼윈도 부부처럼 살아온 아내 연희(유호정 분)는 캐리어 하나만 달랑 든 채 정호 곁을 떠났다. 넓디 넓은 집과 재산은 그대로였지만 나홀로 남은 정호의 어깨는 왜소했다.
이들 뿐만 아니라 법무법인 한송 식구들과 정호 집의 인력들도 모두 ‘나’를 찾았다. 박선생(허정도 분)은 인상과 봄의 후원자가 돼 사법고시 공부를 도왔고, 제훈(김권 분)이 차린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으로 취직했다. 또한 정호 수행비서 태우(이화룡 분)도 한송에 사표를 내고 제훈의 밑으로 들어갔고, 주영(장소연 분)은 봄 삼촌인 철식(진석찬 분)과 함께 귀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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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BS 방송 캡처 |
이처럼 ‘풍문으로 들었소’는 권선징악 구도나 선악 대결이 뻔한 결말 대신 ‘갑은 갑대로 을은 을대로 그들의 인생을 산다’는 현실적 대안을 내놓았다. 수많은 비리를 저지른 정호는 외롭게 남겨졌지만 여전히 ‘갑’의 권력은 쥐게 됐고, 그 외 을들은 갑을 처벌하는 대신 자신의 행복을 찾는 것으로 만족해했다. 안판석PD와 정성주 작가의 전작 ‘밀회’나 ‘아내의 자격’이 그러했듯 여운이 남는 결말로 시청자를 끝까지 놓아주지 않은 것.
웰메이드 드라마로서 미덕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수려한 영상미, 곳곳에서 웃음이 터지는 풍자적 설정, 여기에 깊은 통찰력으로 현실성까지 겸비해 30부작 긴 호흡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지상파 채널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블랙코미디였기에 이 묵직한 뚝심은 더욱 빛이 났다.
한편 후속으로 방영되는 ‘상류사회’는 황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재벌 딸과 황금사다리를 오르려는 한 남자의 불평등한 계급간 로맨스다. 유이, 성준, 박형식, 임지연 등이 출연하며 오는 8일 오후 10시에 첫 방송된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