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배우 정유민입니다. 꾸준히 작품으로 인사드렸는데 지금은 ‘학생’ 신분으로 인사드리게 됐네요. 드라마를 끝내고 계속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에요. 촬영하면서 중간고사, 기말고사 다 봤는데요, 지금은 스케줄 때문에 빠졌던 부분을 채우려고 노력하고 있죠. 아, 촬영하면서 시험 본 게 대단하다고요? 치열했죠.(웃음) 제가 한 번 하면 한다는 성격이라, 밤새고 했죠. 칭찬도 받았는걸요?(웃음) 성적이든 드라마든 제 이름 걸고 하는 건데, 무엇 하나 소홀하고 싶지 않아요.
◇꾸준히 무언가를 계속 해왔어요. 한 계단, 한 계단.
저는 지금까지 쉬지 않고 계속 무언가를 해왔어요. 운이 좋았죠. 감독님들이 좋게 봐주셔서 저를 잊지 않고 찾아 주시니까요. ‘순정에 반하다’도 그렇게 들어가게 된 거예요. 전에 오디션을 봤는데 제게 맞는 캐릭터가 마땅히 없어 아쉽게 합류를 못했던 적이 있거든요. 그 때 제게 감독님께서 ‘나중에 불러줄게’ 하셨는데 진짜 약속을 지키실 줄이야. 작년 말에 길게 15일 정도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그 때 ‘다음 작품이 뭐가 될까’ 고민을 하던 찰나였어요. 그런데 여행 첫 날 ‘드라마 하자’라는 전화가 와서 속 시원하게, 마음 편히 보름 간 여행을 즐길 수 있었죠. 여행 잘 다녀오라고 선물 주신 건가 봐요.(웃음)
이번 작품에서는 참 색다른 캐릭터를 했어요. 캐릭터 설명 자체가 ‘맹하고 귀여운 천상여자 타입’이잖아요.(웃음) 내려놓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을 떠나서 연기적으로 잘 해보고 싶더라고요. 하지만 그전에 안 해봤던 캐릭터여서 힘들긴 했죠. 혼자서 고민 많이 했고 선배들도 많이 도와주시고. 제가 했던 연기가 맘에 들 정도는 아니었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성을 고민한 기회가 된 것 같아요. 인간적인 면에서도 ‘정말 내가 만난 분들처럼 착하게 살아야겠구나’ 싶고요. 인간 정유민으로서, 배우 정유민으로서 많이 배웠죠.
↑ 사진=정일구 기자 |
그러고보니 제가 그동안 유난히 억척스러운 캐릭터를 좀 많이 해봤던 것 같아요. 공부 잘하고 똑 부러진 그런 캐릭터요. 제가 그렇게 생겼나?(웃음) 그러다보니 발랄한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코믹한 연기도 잘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도 있었고요. 하지만 막상 하다 보니 제가 자신감을 가졌던 것만큼 잘 한다고 생각이 들지는 않던데요.(웃음) 내공도 더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 ‘역시 연구를 해야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래도 참 많이 배웠어요. 좀 내려놓고 망가지고 그리고 푹 캐릭터에 빠져서 연기를 할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했죠.
사실 어두운 역할이거나 차분한 역할은 그런대로 할 만 한 것 같아요. 기본적인 연기라 누구나 할 수 있다고도 생각하고요. 그런데 생각보다 발랄한 역할이나 감초 역할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더라고요. 밝은 기운을 뿜어낸다는 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몸소 체험했죠. 역시 ‘감초’라는 말로 따로 분위기 메이커 캐릭터들을 지칭하는지 온 몸으로 이해를 할 수 있었어요.(웃음) 물론 연기할 때에는 정말 행복했어요. 마냥 웃기면 웃고 그렇게 생각 없이, 필터링 없이 연기할 수 있는 순간이 별로 없었는데 간만에 그런 연기를 해서 참 좋았어요.
◇ 열심히 하다 보니 결과가 쌓이더라고요.
제가 참 쉴 틈 없이 작품 활동을 했어요.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어중간한 것 싫다’고.(웃음) 한 번 하면 ‘착착’ 해야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연기도 그랬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연기는 제가 열심히 하고 나면 돌아오는 게 있더라고요. 전작의 제 연기를 잘 봐주셔서 ‘해보지 않을래?’라는 제안이 들어오고, 함께 작품 하신 분들이 추천을 해주시기도 하고. 작품에 잘 따라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좋게 보였나 봐요. 시키면 뭐든 해낼 것 같다는 생각에 불러주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었어요. 그런 얘길 들으니 더욱 사소한 것 하나도 게을리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데뷔를 2012년도 ‘홀리랜드’로 했으니 이제 3년을 꽉 채웠네요. 그렇게 3년 동안 하면서 느낀 것은 ‘하는 만큼 돌아온다’는 거예요. 열심히 하면 칭찬해주고 찾아주시고, 역할도 조금씩 대사가 많아져요. 제가 하는 딱 그만큼 무언가가 돌아오더라고요. 그렇게 조금씩 하다 보면, 그 다음에는 조금 더 크고 넓은 곳으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문이 열려요. 신기하죠?
지금 앞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그 과정 자체도 참 소중해요. 어느 순간 지나고 나서 보면 예전을 돌아볼 때 그때 안 보였던 것이 지금은 보이는 게 있더라고요. 그럴 때에는 ‘아, 내가 그렇게 열심히 해서 그래도 이 정도는 배웠구나’ 싶어요. 조금씩 쌓여가는 게 보이는 거죠.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노하우, 방법들을 알아가고, 어떻게 하면 괜찮게 보이고 카메라 앞에서 어떻게 했을 때 더 좋게 보이는 가 같은 기술들을 몸에 익히게 돼요.
↑ 사진=정일구 기자 |
다행히 저의 그런 모습들을 보고 다른 분들은 ‘참 열심히 한다’고 칭찬해주세요. 그리고는 제게 기회를 주시죠. 그래서 오는 대로 열심히 최선을 다하자는 게 제 신조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연기가 ‘그냥 재밌어요’. 정말 재밌어요, 연기하는 그 순간이. 그래서 딱히 ‘노력을 했다’고 당시에 느껴지지는 않더라고요. 그렇게 재미를 따라가니 성취감이 느껴질 때가 와요. 그 성취감이 어찌나 좋은지. 늘 ‘이 정도면 창피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만 했거든요? 그런데 그런 게 차곡차곡 조금씩 쌓여서 이렇게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 늘 갈증 나는 그 이름, ‘연기’
저는 어렸을 적부터 연기자를 꿈꿨어요. 그런데 집에서 반대가 좀 심했죠. 솔직히 얼마나 걱정되시겠어요. ‘연기자는 아무나 하는 것 아니다. 공부나 열심히 해라’고 타이르셨죠. 제 입으로 말씀드리면 좀 부끄럽지만 나름대로 공부도 꽤 했던 편이거든요.(웃음) 그래서 부모님의 걱정을 아니까 저도 고등학교까지는 공부 열심히 했어요. 평범하게 이과에서 수학 공부 하는 학생이었죠. 그런데 연기는 너무나 하고 싶더라고요. 혼자 공연 보러 다니고 오디션 지원도 해보고 그랬었어요.
그러다 문득 ‘아 정말 연기를 해야겠다’ 싶은 거예요. 부모님을 설득시키자는 결심이 서고 한 3개월 정도를 준비했던 것 같아요. ‘뭐라고 말해서 어떻게 허락 받아야지’ 이걸 혼자서 대본도 써보고 연습도 해보고. 정말 간절했죠.(웃음) 그런데 딱 디데이가 됐는데 막상 부모님 앞에서 그 첫 마디가 안 떨어지는 거예요. 눈물만 막 나고.(웃음) 그래서 결국 말을 정리해놓고 준비했던 종이만 내밀었어요. 어머니께서는 지금도 가끔 그 때 얘기를 하시죠. ‘너의 그 간절함과 절실함을 잊을 수 없다’고요. 저는 그 땐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 밖에 없었어요. 부모님께도 간절함이 통했는지, 다행히 오케이를 받아내고 그 이후로는 절 꾸준히 응원해주고 계세요.
↑ 사진=정일구 기자 |
그렇게 ‘공식적으로’ 집안에서 연기 하는 걸 허락받고 나니까 날아갈 것처럼 마냥 좋았어요. 그 과정을 거치니 딴 생각 절대 안 나더라고요. 그냥 ‘이것만 보고 가자’ 싶었어요. 전에는 연기 하고 싶은데 허락 받을 걸 걱정했었는데 이제는 좋은 연기 보여줄 걱정만 하면 되는 거잖아요. 얼마나 좋아요.(웃음) 정확한 목표를 두고 가니까 더 재미가 생기고 자잘한 걱정도 사라지고요. 또 저를 믿고 허락해주셨으니 거기에 대한 책임감도 생기더라고요. 제가 또 큰 딸이라서.(웃음) 저를 믿어주신 것에 확실하게 보답하고 잘 하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기 위해서라도 딴 생각 하지 말고 연기에 집중하자고 되뇌어요.
전 아직도 처음 받아본 대본과 첫 오디션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 떨림, 그 설렘. 지금도 때때로 그 때를 떠올려요. 그 때 ‘더 빠져서 집중하고 연기자로서 승부를 보자’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정말 부모님께 감사드려요. ‘꼭 돌려드리자’ ‘후회하지 않도록 잘 하자’ ‘내 스스로의 선택에 후회하지 말자’ 이렇게 혼자 다독이면서 쉴 틈없이 달려가고 있답니다.
◇ 지금의 속도가 참 좋아요. 늘 그랬던 것처럼
지금까지 걸어온 것에 만족하냐고요? 네. 만족해요. ‘빨리 해서 무언가를 성취한다’를 목표하기 보다는, 전 지금도 제가 좋은 속도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하나씩 몰랐던 걸 짚고 가는 느낌이죠. 돌다리를 하나씩 ‘톡톡’ 짚고 건너는 중이랄까.(웃음)
전 늙어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아직 긴 시간이 남았는데 급할 필요 없죠. 하나씩 제대로 알고 넘어가지 않으면 나중에 탈날 거라는 걱정이 있거든요. 물론 ‘한살이라도 어릴 때 조금이라도 예쁠 때 더 잘해야 한다’는 욕심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 이 속도와 과정이 의미 있고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물음은 항상 어려워요. 음. 제가 웃긴 역할 하면 웃을 수 있고 슬픈 역할을 하면 슬퍼할 수 있는 배우요.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빠져서 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로서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고 사랑해준다면 감사하죠. 그냥 ‘배우’ 자체로, ‘이 배우가 나오면 보고 싶다’ 이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아무리 경력이 많아도 계속 솟아나는 그런 배우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
헤어 oblige 해인 부원장 / 메이크업 oblige 류수영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