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위로의 시대’가 도래했다. IMF이후 실직 가장이 늘고 취업난으로 오갈 데 없는 청춘들이 도심 곳곳을 빼곡이 채우면서 사회는 실의에 빠졌다. 그 가운데 성공한 이들은 자신이 걸어온 길이나 성공 노하우, 마인드 콘트롤 비법을 전달해주며 ‘지금만 참으면 잘 될거야’라고 속삭였다. 달콤한 한마디에 서민들의 주머니는 망설임 없이 열렸다.
멘토가 국내에서 상업적으로 이용돼 열풍을 일으킨 건 지난 2011년부터다. 멘토링 콘셉트의 콘서트인 ‘청춘콘서트’ 시리즈가 전국적으로 인기가 폭발하며 ‘멘토’로 불리는 저명인사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또한 삼성이 후원·기획하는 ‘열정樂서’는 지난 2010년 시즌1로 시작해 시즌5까지 명사 120여명과 17만 명의 청년들이 참가했으며, 그 후속인 ‘플레이 더 챌린지’는 지난달 28일 첫 행사를 개최하며 5000여명의 사람들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방송가, 출판업계도 ‘멘토’를 주제로 한 콘텐츠 제작에 열을 올리며 트렌드에 합류하고자 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이런 문화산업으로서 멘토 열풍에 회의적인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성공한 사람들만이 강단에 서서 각기 다른 고민을 지닌 관객 다수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효용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MBN스타에서 설문 조사 결과 역시 “멘토가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대답한 비율이 약 37%에 달해 이런 부정적 시선들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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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스타 DB, 미디컴, 인천도시공사 제공 |
이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2~3년 전 멘토링이 유행한 건 실효성이 있다기보다는 그저 위안 받을 수 있어서 좋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실질적으로 바뀐 게 없다는 걸 체감하고 거기에 대한 실망감이 커져 오늘날 멘토를 바라보는 시선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또한 자신의 고민은 누가 해결해주는 게 아니라 본인 스스로 찾아야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멘토 대신 셀프 힐링이 각광받는 추세다”고 해석했다.
멘토에 대한 개념이 균형감 있게 사용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황명진 교수는 “멘토링이란 멘토와 멘티 간의 지속적인 소통이 있어야 한다.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멘토가 조력하고 멘티가 자기반성을 통해 개선하는 것에 방향성을 둔 것”이라며 “그러나 이런 멘토 강연들은 실질적인 자기 문제를 진단하지 못하고 정확한 이해가 없으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한풀 고개 꺾인 국내 문화산업적인 멘토 열풍 미래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이런 멘토링 콘텐츠들이 계속 나올 거라 예측했다. 물론 과거 만큼 대중의 반응은 좋지 않을 테지만, 신자유주의적 경제 속에서 고통받는 청춘들은 다수가 성공한 이를 롤모델로 삼을 것이고 그의 노하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창구는 서적, 강연, 방송 등이 전부이기 때문.
다만 성공한 이들의 사례를 마치 하나의 기준인 것처럼 제시하는 콘텐츠 내용은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춘들의 고민이 각자 다르듯 자신이 걸어온 길을 따르라는 일방향적인 콘텐츠는 이내 외면받을 거라는 설명이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