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 초까지, 한국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에 반해 여자 주인공의 비중은 눈에 띄게 적었다. 이에 ‘여배우 기근현상’이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 대부분의 영화들이 여배우들에게 요구하는 건 주인공인 남자 배우들의 뒤를 받쳐주는 역할을 요한다. 사실 영화 한편을 이끌 만한 티켓 파워를 가진 여배우가 손에 꼽힌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개봉하거나, 개봉을 앞둔 영화들은 이른바 ‘여풍’이 뜨겁게 불고 있다. 김혜수, 전도연은 물론이고 임수정, 엄지원, 박보영, 김고은 등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아쉬움이 컸던 만큼 극을 이끌어가는 여자 주인공들의 등장이 더 반갑다.
![]() |
# ‘차이나타운’ 김혜수, 그냥 김혜수다
김혜수는 지난 4월29일 개봉돈 ‘차이나타운’에서 경찰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조직의 보스인 엄마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차이나타운’은 오직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차이나타운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두 여자 일영(김고은 분)과 엄마(김혜수 분)의 생존법칙을 그린 작품으로 강렬한 여성 캐릭터와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김혜수는 기존의 화려한 메이크업 없이 두둑한 뱃살에 처진 엉덩이, 기미 가득한 얼굴을 하고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또 영화의 이야기는 떠오르는 여배우 김고은이 이끌고, 김혜수가 묵직함으로 중심을 유지하고 있다. 두 여배우의 호흡은 ‘여배우 주연 영화’의 물꼬를 제대로 텄다.
![]() |
# ‘무뢰한’ 전도연, 미세한 표정 변화로 관객 압도
전도연은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무뢰한’에서 살인자 남자친구를 기다리다 그 남자친구를 잡기 위해 신분을 위장하고 나타난 경찰(김남길 분)에게 흔들리는 변두리 단란주점 마담 역할을 맡았다. 전도연의 연기는 그야 말로 ‘관록’이 묻어나는 연기였다. 인생의 막장에 다다른 여인의 복잡한 내면을 표정 변화 하나로 표현해내며 관객들을 휘어잡았다. 특히 이 작품은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공식 초청돼, 전도연은 네 번째로 칸 레드카펫을 밟았고, 함께 호흡을 맞춘 남자주인공 김남길을 칸으로 안내했다.
또 전도연은 올해 ‘무뢰한’ 이외에도 김고은과 호흡을 맞춘 무협사극 ‘협녀’(감독 박흥식), 공유와 호흡을 맞춘 ‘남과 여’(감독 이윤기)를 잇달아 개봉시킬 예정이어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 |
# ‘은밀한 유혹’ 임수정, 매혹적인 여배우로 거듭나다
지난 2012년 민규동 감독의 영화 ‘내 아내 모든 것’ 이후 스크린에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던 임수정이 올해 2편의 영화를 선보인다. 먼저 지난 4일 개봉한 ‘은밀한 유혹’(감독 윤재구)에서 임수정은 인생을 뒤바꿀 아찔한 제안을 받고 고민하는 여인 역을 맡았다. 또한 하반기에 개봉되는 ‘시간약탈자’(감독 곽재용)에서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가슴 저린 멜로 연기의 진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밖에도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의 엄지원과 박보영, ‘코인라커’의 손여은은 등도 영화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면서 여배우의 힘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 같은 여풍은 하반기에도 꾸준히 불어올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는 ‘암살’의 전지현부터 ‘미쓰 와이프’의 엄정화 등이 상반기 여풍의 바통을 이어받는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