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손현주 선배를 닮았다고요? 와, 영광입니다.”
배우 윤희석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어딘가 모르게 손현주와 비슷한 느낌이 난다는 말에 즐거워하면서도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SBS 아침드라마 ‘황홀한 이웃’ 속 철부지 남편인 서봉국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실 서봉국을 연기할 때에도 감독님이 KBS2 ‘장미빛 인생’의 손현주 선배가 떠오른다고 하셨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런 얘길 들으면 정말 기분 좋죠. 물론 그 분의 아우라를 따라갈 순 없지만 말이죠.”
윤희석은 최근 진행된 MBN스타와 인터뷰에서 40대에 느끼는 배우의 길, 음악과 가족 등 많은 것들을 소탈하게 털어놨다. 꿈이 많아 조급했던 20-30대를 지나니 주위를 즐길 줄 아는 여유를 갖게 됐다고 피식 웃는 그다.
![]() |
↑ 사진=이현지 기자, 디자인=이주영 |
“저도 20대엔 제가 장동건, 배용준처럼 될 줄 알았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배우가 내 길이 아닌가’ 싶을 만큼 좌절도 많이 했죠. 캐스팅 때 거절도 많이 당하고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그게 배우로서 공력이 된 것 같아요. 그런 것에 귀 기울이지 않고 추슬러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하는 거죠. 만약 20대 윤희석 같은 친구가 제 후배로 들어온다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네요. 20대는 뭘 해도 실패하는 나이지만 결코 가치가 없는 건 아니라고요.”
인생관처럼 마음에 지닌 문장이 ‘소풍가기 전날처럼’이란다. 소풍 그 자체는 정작 아무것도 없지만 소풍 가기 전날은 언제나 설레지 않느냐며, 그렇게 과정을 즐기며 살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래서 ‘지질남’ 혹은 ‘불륜남’ 캐릭터가 연이어 들어와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 |
↑ 사진=이현지 기자 |
“물론 주변에서는 걱정하시죠. 하지만 전 생계형 배우거든요. 껄껄. 절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또 작품이 다르고 캐릭터가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식상할 것 같다는 걱정은 크게 없어요. 작가들이 제가 연기를 잘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살려주더라고요. 멋진 배역도 좋지만 인간의 치졸하고 비겁한 면을 보여주는 배우도 필요하잖아요?”
![]() |
↑ 사진=이현지 기자 |
대기만성형이랄까. 지난 1998년 연극 ‘터미널’로 데뷔한 이후 17년이 훌쩍 흘렀지만 그는 한해 한해 늘 성장해왔다. 연기뿐만 아니라 밴드활동도 활발하게 하며 능력치를 넓히고 있는 것. 유명인이지만 지역 행사도 마다하지 않는 열정은 20대 못지않았다.
“‘브로맨스 클럽’이라는 밴드를 만들었어요. 드라마 스케줄로 바쁘지만 공연할 수 있고 관객들과 만날 수 있다면 어디든지 상관없어요. 신인처럼 무대에 서면 즐겁고 신나더라고요. 행복 지수요? 지금이 인생의 황금기가 아닐까 싶네요. 정말 하고 싶은 음악과 일 모두 하고 있고, 가장 꿈꿔왔던 아빠도 됐으니까요.”
![]() |
↑ 사진=이현지 기자 |
마흔 살, 자신의 나이가 어떤 의미를 지녔느냐고 물으니 돌아오는 대답은 의외였다.
“이제야 뭔가 좀 할 수 있는 나이 같아요. 남들은 40대라고 하면 이미 많은 걸 이뤄놓은 상황일 수도 있겠지만, 전 아직도 유혹과 도전이 좋거든요. 조금씩 알아가고 뭔가 새로운 걸 계속 도전하고 싶어요. 철 안 드냐고요? 철이 없어야 배우도, 음악도 할 수 있는 걸요?”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