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리안이라는 이름 앞에 붙일 수 있는 수식어는 가수, 치과의사, 뮤지컬 공연 제작사, 단편영화 감독, 작가 등 여러 가지다. 하지만 리안은 본인을 뮤지션이라고 소개했다.
뮤지션 리안은 최근 미니앨범인 ‘아빠는 슈퍼맨’을 발표했다. 앨범 재킷부터가 동요집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알록달록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사도 아이를 둔 아빠의 마음을 반영했다.
“세상 모든 아빠들은 슈퍼맨이다. 힘들고 지치는 일이 있더라도 더 열심히 뛰어보자는 희망찬 노래다. 남심을 공략을 하겠다는 포부가 있지만 남자들은 음악을 잘 안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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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곽혜미 기자 |
‘슈퍼맨’하면 대중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가수는 노라조일 것이다. 그런 노라조를 겨냥한 노래같아 보였지만 초등학교 4학년 딸이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그대로 녹여냈다고 했다. 실제로 중간에 삽입된 내레이션은 본인의 딸의 목소리를 담았다.
“노라조의 ‘슈퍼맨’이 재미와 익살을 보여준다면 저는 아빠들의 애환과 철학을 담았다. 제 모든 노래의 모티브는 바로 딸이다. 이별 노래도 딸과 헤어졌을 때를 상상하면서 만들었다. 딸이 생기기 전엔 아내를 위해 곡을 썼다면 이젠 자연스럽게 딸에게 관심이 쏠린다. 집에 가면 제 옆에서 떨어지지 않는데 그게 행복하다. 그렇게 지지고 볶으면서 살아야 영감이 떠오른다.”
이름 앞에 붙는 타이틀이 많다 보니 리안은 쉴 틈 없이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의 직업 중에서 가장 시선을 모으는 것은 치과의사라는 타이틀이다. 현재 그는 서울시 중랑구에서 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5살 때부터 작곡을 시작했고 중학교부턴 밴드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그렇게 음악에 빠져있던 때에 학교 선생님의 설득으로 서울대 치의예과에 진학했다. 대학에 진학했으니 자연스럽게 졸업을 했다. 의사 면허를 딸 때까지 음악을 병행하긴 했지만 전념한 적은 없었다. 나이가 들어 38살에야 뒤늦게 이빨스라는 팀을 구성해 본격 가수로 활동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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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이빨스라는 밴드를 구성해 펑크록을 표방했었다. 디지털 싱글을 한 3개 정도 냈는데 공동 작업도 힘들었고 음악도 펑크록에 한정을 두면서 갈증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이빨스 보다 솔로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치과의사 가수, 이 특이한 조합은 리안을 더 알릴 수 있는 발판은 됐지만 발목을 잡기도 하다. 음악이 자신의 인생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리안과 대중들의 시선은 달랐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음악을 취미로 한다는 인식이 강했고 들려줄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졸업을 하고 나서 음악과 병행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음악은 개인 작업이라 야간에 활동이 가능하니 낮에는 병원에서 일하고 밤에는 작업을 하면 될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제가 남는 시간에 음악을 한다고 생각을 하더라. 음악을 발표해도 아마추어라는 인식을 깔고 있더라. 열심히 해도 극복할 수 없는 선입견이 생겼고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사람들의 선입견 때문에 리안은 힘들어했지만 나름의 돌파구를 찾았다. 바로 뮤지컬 제작과 영화였다. 음악과 관련된 파생상품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단편 영화 ‘너는 아프며 안돼’를 찍었고 뮤지컬 ‘카페 명동성당’을 제작했다. 이 뮤지컬에서 사용된 넘버는 모두 리안의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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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암 수술을 한 사람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리안은 활력이 넘쳤다.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수두룩하다며 말하는 리안에겐 24시간도 부족해 보였다. 특히 음악을 이야기할 때만큼은 누구보가 눈빛이 반짝였다. 가수 리안의 행보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장기적인 목표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 제작 경력을 살려서 문화부장관이 되는 게 꿈이다. 많은 노력을 해야된다는 건 알고 있다. 문화 예술을 직접 해보고 어려움을 겪어 본 사람이 한다면 방향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단기적으론 ‘아빠는 슈퍼맨’이라는 노래가 나왔으니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제 노래가 나왔으면 좋겠다.(웃음)”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