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22살에 입사를 했어요. 최연소 아나운서라 화제도 됐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회사에 들어왔던 것 같아요.”
12년차로 접어든 SBS 유경미 아나운서 입가에 여유가 흘렀다. 큰 눈을 깜빡이며 자신이 걸어온 길이나 가정, 육아 등에 대해 얘기를 하다가도, 까르르 웃음이 터지는 게 소녀 같다. 어린 나이부터 사회에 뛰어든 덕분일까? 해맑으면서도 에너지 넘치는 그는 영락없는 20대로 보였다.
유경미 아나운서는 최근 진행된 MBN스타와 인터뷰에서 일과 가정, 언론인으로서 가진 고민 등에 대해 서슴없이 털어놨다. 고민 안 하는 성격이 고민이라며 ‘긍정 마인드’의 최고봉을 찍은 그의 인생 키워드 7가지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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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디자인=이주영 |
◇ 키워드 총평 : 복잡하게 생각 말고 단순히 살라
키워드1. 22살 최연소 아나운서
“멋모르고 입사했던 것 같아요. 그땐 제작진과 어떤 생각으로 방송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니까요. 방송에서 실수한 적은 티나게 없었을 뿐이지, 매일이 좌충우돌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그런지 지금 선배들과 더 친해진 것 같기도 해요. 이젠 직장 선배 이상의 언니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제가 일찍 결혼하는 바람에 아이들 나이도 비슷해서 이젠 육아 정보도 공유해요.”
키워드2. 아찔한 방송사고
“제가 5년차였나. 2011년이었는데 정말 큰 사고를 한 번 쳤었죠. 눈을 떴는데 제가 맡은 방송이 이미 시작했더라고요. 그동안 휴대전화로만 알람을 맞췄는데 자는 사이 전화기가 고장났더라고요. 방송 시작 전까지 제가 안 보이니 제작진도 난리치면서 전화했는데 연락이 안 닿았죠. 게다가 집 번호를 기재하는 문서에 숫자 하나가 잘못 적혀져있더라고요. 하하. 근데 당시 PD님이 크게 질책하지 않고 유연하게 다른 아나운서로 대타 투입해주셨어요. 이날 이후로 알람시계를 따로 샀고요, 아마도 이게 제가 아침 프로그램인 ‘모닝와이드’를 오랫동안 할 수 있었던 비결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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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키워드3. 9년차 워킹맘
“26살에 결혼해 벌써 아들이 둘 있어요. 초기엔 육아와 아나운서 일을 병행하려니 정말 몸이 고되더라고요. 애들이 어릴 땐 아빠한테 잘 안 가니까 앞뒤로 업고 재우다가 아침되면 출근하고. 그래도 지치지 않았던 건 제가 힘든 일은 잘 까먹는 타입이거든요. 하하. 지금은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랐고 저도 방송하느라 자주 시간을 나누진 못하지만 ‘일할 땐 일만, 아이들과 있을 땐 아이들에게만 집중하자’는 게 제 모토라 나름 잘 지내고 있어요. 아이들도 불만족스러워하진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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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키워드4. 가족 박시연
“박시연 씨가 남편의 사촌 여동생이예요. 이전부터 특별한 인연이 있었는데, 저희 둘 다 노래를 좋아하고 부산 출신이거든요. 어릴 때부터 동요 대회를 나가면 항상 박시연 씨가 있었죠. 저보다 나이는 많지만 정말 예쁘고 노래도 잘해서 선망의 대상이었는데, 나중에 커서 결혼하고 보니 제 사촌 시누였던 거예요. 가족이 돼서 정말 반가웠죠. 최근 종편 드라마에서 박시연 씨가 앵커 역을 맡았는데 하나하나 다 가르쳐줬어요. 앵커멘트는 제가 다 녹음을 해줬고 톤도 조정해줬답니다.”
키워드5. 긍정 여왕님
“제가 첫인상이 똑 부러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스트레스 잘 안 받고 고민도 안 하는 스타일이예요. 오히려 고민이 없는 게 고민일 정도죠. 지금 삶의 만족도요? 90점 정도! 고민 없고 행복하거든요. 하지만 가끔 이런 성격이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긴 해요. 모든 일을 쉽게 여기는 편이라 방송할 때 남들의 고민에 공감을 하지 못하면 어쩌나 싶은 걱정도 있죠. 그래서 요즘은 더 경청하고 고민에 공감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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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키워드6. 女 아나운서 수명
“여자 아나운서는 수명이 있다는 암묵적 통념이 있잖아요? 물론 예전보다는 분위기가 바뀌어서 커리어가 있다면 나이가 있어도 방송에 기용되기도 하지만 그런 기회가 흔치는 않은 것 같아요. 만약 제게도 그런 기회가 오지 않는다면 아래를 바라보면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싶어요. 아나운서로서 노하우 등을 알려준다면 저처럼 고생하지 않고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키워드7. KBS 최원정 아나운서
“제가 좋아하는 아나운서 선배들이 정말 많지만 그 중에서도 KBS 최원정 선배의 진행능력이 정말 부러워요. 역사 관련 프로그램이나 교양 토크 프로그램 등 어떤 프로그램을 맡겨놔도 정말 잘 하시거든요. 편안하면서도 친근하고, 간결하게 딱 정리할 수 있는 솜씨가 참 좋아요. 선배 방송을 보면 ‘어떤 비결이 있길래 저렇게 잘 할 수 있을까, 얼마나 공부하길래 다양한 분야를 소화해낼까’ 싶을 정도로 감탄한다니까요.”
[유경미는 누구?] 유경미 아나운서는 1982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성악학과 재학 중인 2003년 SBS 11기 공채 아나운서로 방송가에 발을 들였다. 이후 ‘SBS 생활경제’ ‘모닝와이드’ ‘생방송 투데이’ 등 생활 정보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보이며 안정된 진행실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모닝와이드’ 안방마님으로 아침시간대를 지키고 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