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더러버’가 동거 커플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담으며 막을 내렸다.
지난 25일 오후 방송된 Mnet 목요드라마 ‘더러버’에서는 커플들 각자의 사정과 아파트 철거로 신변의 변화가 생기는 4커플의 모습이 그려졌다.
오도시(오정세 분)와 류두리(류현경 분)는 동시에 시험을 준비했다. 류두리는 시험에 합격해 회사 정직원이 됐지만 오도시는 방송국 공채 시험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게다가 오도시 아버지의 병세가 깊어져 서울 한 대학병원으로 부모님이 올라오자 결국 고민 끝에 오도시는 류두리의 집에서 나올 것을 결심했다.
↑ 사진=더러버 방송 캡처 |
이를 들은 류두리는 “힘들 때에도 곁에 있는 사람이고 싶다”며 결혼하자고 말했지만 오도시는 “마음은 고맙다”고 말하면서도 이를 거부했다. 결국 오도시는 떠났고 류두리는 그 사이 아파트 철거까지 결정돼 떠날 준비를 혼자 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끝에는 결국 자신 곁으로 돌아와준 오도시의 손을 잡고 두 사람은 사랑을 이어갔다.
최진녀(최여진 분)는 록스타가 된 정영준(정준영 분)을 위해 이별하기로 했다. 정영준의 매니저가 “발목을 붙잡지 말라”며 짐을 다 빼는데도 말리지 못했다. 하지만 정영준은 돌아왔고 “여기가 우리집인데 내가 어디로 가냐”며 여전히 최진녀를 사랑하고 있음을 전했다. 사랑을 확인한 이들과 달리, 박환종(박종환 분), 하설은(하은설 분) 커플은 결혼을 준비하는 중 수많은 싸움으로 결국 “나 사랑하니”라는 자문을 하며 이별을 선택했다.
타쿠야(타쿠야 분)와 이준재(이재준 분)는 더 복잡했다. 타쿠야는 자신을 좋아하는 이준재의 마음을 알고 집을 나왔다. 하지만 타쿠야도 이준재를 좋아하면서도 선뜻 함께 하자고 말하지 못했던 것. 이준재 또한 타쿠야의 통화 내용을 듣고 타쿠야의 본심을 알았지만 어쩌지 못했다. 결국 타쿠야는 이준재를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일본으로 떠났다. 하지만 끝에 타쿠야를 보러 이준재가 일본으로 떠나 다시 재회하는 장면이 그려져 이들의 새로운 관계가 시작됨을 암시했다.
그동안 4쌍의 동거 커플들의 일상적인 삶을 들여다보며 공감 요소를 찾아냈던 ‘더러버’는 마지막 회에서도 ‘현실감’을 최우선으로 두며 이야기를 꾸려갔다. 동거의 끝이 결국 결혼이냐, 아니냐로 끝나는 만큼 ‘결혼’이라는 주제가 비중 있게 다뤄지며, 사랑과 이별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까지도 짚어냈다.
류두리와 오도시는 현재 많은 커플들이 결혼을 선택하지 못하는 현실을 가장 잘 담아낸 커플이었다. 안정적인 직장에 안착하기 어려운 현실, 누구 한 명이 먼저 안정되면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 상대방, 사랑만으로 결정할 수 없는 ‘결혼’은 20대 후반과 30대인 모든 남녀들의 고민거리와 비슷했다. 이에 더해 모든 것이 준비됐음에도 이별을 선택한 박환종, 하설은 커플을 통해서는 과연 ‘안정’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지를 반문하게 했다. 두 커플의 극단적인 상황 대비를 통해 결혼이란 현실과 사랑의 줄다리기라는 것을 잘 표현해내 공감을 자아냈다.
↑ 사진제공=CJ E&M |
두 커플이 결혼에 대한 단상을 가능하게 했다면, 타쿠야-이준재 커플과 최진녀-정영준 커플은 진짜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고민하게 하며 흐뭇한 해피엔딩을 담당했다. 최진녀와 정영준은 12살 연상연하 커플, 정영준의 인기 등으로 이별할 위기에 처했지만 사랑만큼은 계산 없이 누구보다 순수하게 했던 두 사람이기에 그 위기를 잘 극복했고, 혼인신고를 하며 부부로 거듭났다. 극중에서는 가장 비현실적인 커플이었지만 현실 문제에 구애받지 않는 사랑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채워주는 역할을 했다.
타쿠야와 이준재는 가벼운 브로맨스로 보였던 것과 달리 끝으로 갈수록 서로의 마음이 진지해지면서 동성애와 ‘사랑이 어떻게 시작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보게끔 만들었다. 두 사람은 독백을 통해 서로의 감정을 알고 있는데도 기뻐하지 못하는 현실에 슬퍼하고, 두 사람이 함께할 때 시작되는 현실의 무게감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결국 이준재가 타쿠야를 찾아가면서 두 사람은 현실보다 사랑을 선택하는 용기를 보였다. 이 또한 비현실적일지라도 시청자들의 원하던 결말이었기 때문에 만족감을 주는 요소 중 하나였다.
이처럼 ‘더러버’는 ‘19금’을 지향한 섹시코미디 드라마로만 남지 않았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커플들의 고민과 현실적인 상황도 잘 녹여내며 마지막 회를 보는 시청자들에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며 퇴장을 했다. 비록 화제가 됐던 초반과 달리, 중반에는 힘을 잃으며 휘청이기도 했지만 ‘동거 커플들의 모습을 통해 일상적인 사랑을 그려내겠다’던 기획 의도를 잘 지켜내는 마무리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