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배우 황승언. 그는 ‘호러 퀸’이었다. 영화 ‘여고괴담5’ ‘요가학원’ ‘오싹한 연애’ 등 필모그래피만 봐도 ‘호러 퀸’이라는 말보다 적합한 단어는 없을 정도였다. 그런 황승언이 밝아졌다. ‘확실히’ 달라졌다.
지난 2일 종영한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이하 ‘식샤2’)에서 황승언은 발랄하고 엉뚱한 황혜림이라는 캐릭터로 등장했다. ‘썸남’과 ‘(관)심남’을 여럿 둔, 만인의 연인 황혜림 역으로 ‘섹시’부터 ‘애교’까지 모두 섭렵했다. 황승언은 이를 듣고 “정말 어려웠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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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얼반웍스이엔티 |
“황혜림 캐릭터가 확실히 어렵기는 했다. 제가 애교 있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 애교를 배우느라 급급했던 것 같고.(웃음) 심지어 감독님께서 직접 코치를 해주셨다. ‘오빠~’ 이렇게 하는 걸 직접 사람들 많은 그 곳에서 해주시니 제가 어떻게 안 하겠나.(웃음) 그래서 처음에는 얄밉게 잘 나온 것 같다. 나중에는 혜림이 대신 황승언이 불쑥 불쑥 나와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캐릭터를 잡아나갈 수 있는 시간을 주셨다는 게 참 감사한 일이다. ‘먹방’에 좀 더 비중을 둬야 한다고 하신 시청자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제가 연기할 수 있는 게 많아서 좋았다. 아무래도 먹방 위주고 연기할 부분이 많이 없었다면 제가 연기자로서는 아쉬웠을 것 같다.”
황승언은 박준화 PD부터 배우들까지 “‘좋다’는 말로도 표현이 안 될 정도로 착하신 분들”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식샤2’ 현장은 모든 게 다 완벽해 ‘가고 싶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회상하는 그는 특히 ‘식샤2’의 박준화 PD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박준화 PD의 배려 덕분에 “원래 이러면 안 되지만 정말 ‘편하게’ 찍었다”며 황승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드라마, 영화를 촬영하면 대기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하지만 ‘식샤2’ 촬영장에서는 대기 시간이 없었다. 오히려 제 촬영 시간 10분 전에 전화 오셔서 ‘지금 어디시냐, 전 촬영 끝냈다’고 하실 정도였다. 시간 맞춰 도착을 못할 까봐 전전긍긍해야했다.(웃음) 그 이유를 (서)현진 선배가 나중에 말해주셨다. 이게 그저 빨리 찍어서 그런 게 아니라 감독님과 연출팀들이 밤새 회의를 해서 카메라 각도나 콘티를 다 생각해놓고 준비를 완벽하게 끝내서 현장에서 회의할 시간을 전부 세이브해서 빨리 찍을 수 있었다는 거다. 그것 때문에 저희가 좀 더 편하게 찍고, 좀 더 잘 수 있었던 거라는 말을 나눴다. 그 순간 박준화 감독님이 얼마나 멋있어 보이던지.(웃음) 박준화 감독님의 작품을 무상으로라도 하겠다고 약속했다.”
황승언은 배우와 스태프들과도 정이 담뿍 들었지만 무엇보다 그가 맡은 황혜림이라는 역할에 많은 애정을 쏟은 듯 했다. 참 배우고 느낀 게 많았단다. 황승언은 그러면서 극중 이주승을 가리켜 “요즘 남자애들 같지 않게 이것저것 재지 않고 제게 잘해줘서 좋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줘서 좋다”고 말한 황혜림의 대사를 읊었다.
“제가 요즘 들어 생각한 게 왜 전처럼 ‘그냥 빠지는 사랑’을 못 할까 하는 거였다. 혜림이가 그 대사로 답을 줬다. ‘그래, 그냥 사랑이면 되는 거지, 왜 나는 그런 걸 따지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저는 극중 백수지(서현진 분)와 비슷했다. 한 장면에서 백수지가 이상우(권율 분)에게서 목걸이를 받고 ‘이거 많이 비싸겠지, 이번엔 뭘 해줘야 하나’고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 저도 그랬다.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는 걸 몰랐던 것 같다. 항상 되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거기서 또 혜림이가 명언을 한다. ‘아니 그런 채무의식이 있으면 사귀는 게 아니잖아요. 사귀는 건 서로 사랑 받으면서 나도 이렇게 사랑받을 만큼 괜찮구나 하고 느끼려고 하는 거잖아요’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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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얼반웍스이엔티 |
황혜림의 ‘연애학개론’에 감화 받은 듯 말을 쏟아내는 황승언은 그 순간만큼은 배우가 아닌 ‘평범한 20대 여자’였다. 사랑에 대해 고민하고, 변화를 겪어가는 나이의 평범한 여자. 황승언은 참 솔직하고 가식 없었다. 오히려 그런 면이 황승언이라는 ‘인간’의 면면을 더 가까이 볼 수 있게 했다. 황승언은 자신이 22살에 황혜림을 맡았다면 이렇게까지 많은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의’ 황승언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하는 그는 ‘식샤2’를 가리켜 “때가 맞은, 그래서 답을 얻었던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사실 황혜림과 백수지가 겪는 일과 심정은 요즘 친구들과 한창 얘기하는 주제다. 저는 그런 감정들이 ‘채무의식’인지도 몰랐다. 친구들끼리 항상 ‘왜 우리는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없을까’하고 고민을 했는데 우리 스스로 가려내고 있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냥 받아들이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되는데 ‘좋긴 좋은데’라는 말로 시작하며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따지고 있었다. 심지어 ‘저렇게 괜찮은 사람이 날 왜 좋아하지’ ‘진심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하고 말이다. 제가 그렇게 ‘따지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대학생 때에는 그냥 좋으면 좋은 거였는데. 이런 걸 생각하면 ‘나도 나이가 들어가고 있구나’ 싶다.”
스스로에게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 걸 실감한다’고 말하는 황승언에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변화도 과연 성숙해지면서 벌어진 것들일까. 황승언은 확실히 ‘변했다’. 황승언의 필모그래피를 쭉 보면 더욱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한 번도 ‘섹시’ 콘셉트를 한 적 없는, 오히려 무거운 역할들을 주로 했던 배우가 바로 황승언이다. 그런 황승언이 올해 들어 확 변했다. 황혜림이라는 발랄하지만 ‘섹시’한 캐릭터를 했고, 바로 연이어 가수 장현승의 노래 ‘니가 처음이야’의 뮤직비디오로 과감한 섹시 콘셉트 연기를 선보였다. 언뜻, 이전의 황승언과는 너무 달라 낯설게까지 느껴졌다.
“어렸을 때에는 ‘대놓고 보여주는’ 걸 싫어했다. 키스신도 싫어했다. 여배우가 한 번 이미지가 굳혀지면 다른 노선으로 가기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혼자 판단해서 더 꽁꽁 싸맸다. 솔직히 전에는 (몸매가)언제나 이 상태일 거고, 제가 원할 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도 있다. 하지만 점점 ‘전 같지 않다’는 걸 느꼈다. 똑같이 먹었는데 살이 전보다 더 찌고.(웃음) 그걸 못 견뎌 해서 열심히 운동을 했다. 화면에 나오는 사람들은 라인 1~2mm에도 민감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얼마나 열심히 했겠나. 그러다 문득 ‘이렇게 열심히 했을 때 보여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변할 것이란 생각이 든 거다. ‘식샤2’에서 캐릭터도 그랬고, ‘지금이라면 괜찮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장현승 씨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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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얼반웍스이엔티 |
그러면서 황승언은 예전 ‘섹시 콘셉트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것 때문에 “‘왜 전에는 안 한다 했는데 지금은’을 가장 걱정했고, 걱정한대로 반응이 오기도 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는 “‘식샤2’ 박준화 감독님이 황혜림의 ‘노출’ 때문에 엄청 미안해하셨지만 개의치 않았다”고 회상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뜨려고’ 그런다고 오해하실까봐 사실 많은 생각을 했고 지금도 한다. 솔직히 제가 ‘봉인해제’ 되지 않았다면 저는 아직까지도 노출이나 섹시 콘셉트는 전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에 ‘노출로 인지도 올리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때의 제 머릿속 기준은 영화였다. 영화는 직접 지갑에서 돈을 꺼내 지불하고 영화관에 앉는, 좀 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는 시스템이다. 그러니 드라마보다 정도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드라마와 영화의 베드신이 수위 면에서도 다르고 말이다. 그래서 저는 ‘노출에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말한 거였다. 제 마음가짐이 준비가 안 된 것이란 말이 제일 정확할 것 같다.”
여배우로서 갑자기 ‘섹시함’을 보인다는 것, 이미지 변신을 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요소 중 하나다. 그것도 ‘식샤2’에 이어 뮤직비디오까지 ‘2연타’다. 황승언도 이에 대해 “‘또 이런 거 한다’는 시선이 있을까봐 걱정하기는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작품들을 선택했던 건 알고 보니 이유가 있었다. 황승언은 “저의 선택을 좀 더 믿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만약 앞으로의 활동에 제 의지가 쉽게 반영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면 저도 못 했을 것 같다. 신인 때에는 무엇보다 제 선택이 좋은지 나쁜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차라리 안 하는 게 나아’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금은 제 선택을 누군가에 위임하거나 좌지우지되지 않아도 된다. 또 제가 선택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소신’이 있기 때문에 과감히 선택한 것도 있다. 이런 면과 저런 면이 모두 있다는 걸 보여주면 된다는 생각이다. 물론 제 소신을 강력하게 어필할 수 있을 만큼의 ‘노력’을 하고 있고, 전과 달리 제 판단에 대해 조금은 더 확신을 가지게 됐다. 설사 스스로 한 선택이 틀린 길이었다고 해도 또 그 안에서 갈림길이 있고, 그 갈림길에서 좋은 선택을 해서 다시 돌아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 믿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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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얼반웍스이엔티 |
솔직한, 하지만 본인의 소신이 가득 담겨있는 황승언의 말에 절로 “애어른스럽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자 황승언은 “장녀라서 그런가”라고 쑥스러워했다. 그런 황승언은 “있는 걱정 없는 걱정 다 짊어지고 살았는데 혜림이를 통해 조금 풀었다”고 웃음을 지었다. 섹시해도, 꽁꽁 싸매도, 호러를 해도, 생각해보니 황승언은 그냥 황승언이었다. ‘그는 어떤 이미지여야만 해’라는 편견을 오히려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반문해보니 그런 ‘틀’을 깨나가고 있는 황승언의 행보가 오히려 ‘정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승언의 앞으로가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저도 물론 걱정을 안 하는 건 아니다. 선택의 순간에는 항상 고민하고 걱정한다. 하지만 그 다음 것을 제가 잘 하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섹시’ ‘노출’과 같은 단어는 제 직선 위의 ‘한 개의 점’에 불과하다. 다른 점을 찍은 것도 너무나 많고 찍어가야 할 점도 너무나 많이 남았다. 저는 믿는다. 제가 잘만 한다면 그 점들이 모인 직선은 분명 좋은 방향으로 쭉 향할 것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