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맞장①] ‘쿡방’, 건전 예능 소재 vs 사골인가, 우려먹게

숨 가쁘게 돌아가는 방송가 이슈 중 첨예하게 대립하는 논점에 대해 기자 두 명이 제대로 ‘맞장’ 뜹니다. 찬성과 반대의 논리들이 난무하는 이슈 전쟁터에서 어느 편에 서겠습니까. 이번 주 홍코너와 청코너 선수들이 벌이는 ‘맞장’에 당신도 맞장구 한 번 쳐볼래요? <편집자주>

[MBN스타 손진아·이다원 기자] 요즘 브라운관은 스타셰프들과 ‘쿡방(Cook+방송)’이 주름잡았다. 백종원, 최현석, 강레오, 맹기용, 이원일, 이연복, 루이강, 김호윤 등 스타셰프들이 방송에 떴다하면 이슈의 중심에 섰고, 지금은 KBS2 ‘인간의 조건’ MBC ‘나혼자 산다’ KBS2 ‘해피선데이-1박2일’ 등 예능 프로그램에까지 진출해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것.

이뿐만 아니라 요리 프로그램들도 월화수목금토일 모두 배치돼 시청자들의 침샘을 자극하고 있다. 요리 전문 케이블채널인 올리브 프로그램들은 물론이거니와 tvN ‘수요미식회’ K스타 ‘맛있는 녀석들’ ‘식신로드’ MBC ‘찾아라 맛있는 TV’ ‘냉장고를 부탁해’ 등 수많은 ‘쿡방’ 프로그램들이 채널을 가득 채운 상황. 여기에 색채 뚜렷했던 예능 프로그램마저 ‘쿡방’을 차용해 트렌드임을 입증했다.

과부하 걸린 ‘쿡방’과 스타셰프 홍수,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 디자인=이주영

[찬성] “‘쿡방’의 인기, 이제는 문화적인 현상으로”

요즘 TV를 틀면 쏟아지는 예능프로의 소재 중 하나가 바로 ‘요리’입니다. 쉐프들과 함께 비주얼만으로도 압도당하는 화려한 요리를 선보이거나 누구나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 비법을 공개하며 시청자의 눈과 귀를 자극하고 있죠. 특히 육아 예능, 운동 예능, 동물 예능 등 건전한 소재로 된 예능프로그램 사이에서 요리 예능은 이들과 경쟁하기에 딱 좋은 소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자극적 소재보다 건전한 소재에 늘 TV로 만나던 스타들이 아닌, 주방 안을 벗어나 스튜디오 무대로 진출한 일반인 쉐프들의 활약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죠. 요리로 화려한 사운드와 영상을 동시에 보여주는 강점도 있지만 요리 안에 숨겨진 의미나 사연 등을 알아가며 함께 울고 웃으며 시청자와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도 여타 예능과 차별성을 두고 있습니다.

요리 예능이 한 번 터지니 방송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요리예능을 다루고 있습니다. 단면적으로 봤을 땐 그저 ‘요리’ 소재로 한 예능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먹방 탐험, 요리 배우기, 상품 개발 등 제작진들도 같은 색깔이 나지 않도록 각각 다른 의도를 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트랜드에 맞춰 계속해서 변형된 새로운 요리 예능이 탄생하면서 ‘대단한 레시피’ ‘오늘 뭐먹지’ ‘집밥 백선생’ 등 그저 ‘베끼기 예능’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대박’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요리 예능 방송 직후 포털사이트의 오르내리는 관련 검색어만 해도 요리 예능의 인기를 반증하고 있죠.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을 것 같은 쉐프의 위엄이 느껴지는 요리에서 벗어나 언제든지 냉장고 속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실용적인 요리가 중점적으로 소개되면서 이를 따라해 보고 인증하는 글도 유행처럼 퍼지고 있기도 합니다.

셰프와 쿡방의 인기가 방송가에서만으로 끝나는 건 아닙니다. 너도 나도 셰프들의 요리를 따라하고 인증샷을 올리거나 나만의 비법을 공개하는 등 SNS만 봐도 그 관심도와 인기를 알 수 있죠. 이건 요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있다는 증거인데 이런 부분은 셰프와 쿡방의 인기가 문화적인 현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며, 방송 트랜드 중 하나임을 입증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더군다나 결혼 연령도 늦어지고 혼자 생활하는 1인 가구 시대가 열리면서 셰프가 출연하는 쿡방도 문화에 맞춰 변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화려한 요리를 뽐내는 것을 넘어 나홀로족을 위한 간단 요리, 항상 골칫덩어리로 전락하는 남은 반찬을 이용한 요리 등이 중점적으로 소개되는 쿡방 프로그램도 늘어나 경제적인 면까지 충족시켜주고 있는 거죠.

↑ 사진=KBS 방송 캡처, tvN 제공

[반대] “줏대 없이 트렌드 쫓다가 가랑이 찢어져요”

트렌드라고 모두 다 따라간다면 그만큼 어리석은 게 있을까요? 아무리 1인가구가 늘어나고 있다지만 이 중에 삼시세끼를 손수 요리하고 챙겨먹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요. 매번 시간과 정성을 쏟아 딱 1인분만 요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남는 음식 양이며, 음식쓰레기, 재료값 등을 고려해보면 ‘쿡방’ 보고 따라하는 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죠.

또 먹는 것에 그닥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잊지 마세요. 채널을 돌릴 때마다 몰려오는 요리 프로그램 때문에 채널 선택권이 확 줄어든 건 뭘로 보상받죠? 게다가 ‘쿡방’들도 콘셉트를 저마다 달리했다지만 보는 이들에겐 ‘그 나물에 그 밥’일 뿐이라서 눈의 피로도만 올라갈 지경이라니까요.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등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있는 예능 프로그램들까지 왜 굳이 요리사들을 부르냐고요.

‘쿡방’, 이젠 갈 데까지 갔다고 봅니다. 더 이상 신선한 포맷이 나올 순 없을 만큼 여러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있잖아요. 또 ‘요리한다’는 기본 설정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프로그램마다 유사성으로 표절 논란도 배제할 수 없어요. 제작진, 유행만 쫓다가 가랑이 찢어질 지도 모른답니다. TV를 켜기만 하면 나오는 쿡방에, 시청자의 피로감은 쌓일 대로 쌓였습니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