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MBC 새 수목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이하 ‘밤선비’)이 원작과 색다름 사이에서 시청자들로부터 엇갈린 평가를 받다.
지난 10일 방송된 ‘밤선비’에서는 김성열(이준기 분)이 뱀파이어가 된 후 120년이 흘러 정현세자(이현우 분)의 비망록을 찾기 위해 책쾌 조양선(이유비 분)을 만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졌다.
이날 김성열은 음란서생이라는 필명을 가진 자가 정현세자의 비망록을 가지고 있거나 정현세자의 존재를 알고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책쾌 조양선을 불러 비망록을 찾아 달라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조양선은 정현세자에게 여자인 걸 들키게 되고, 그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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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밤을걷는선비 방송 캡처 |
기방에서 조양선을 마주친 이윤(최강창민 분)은 어린 시절 헤어진 친구와 닮았다는 이유로 조양선에 관심을 두게 됐고, 귀(이수혁 분)는 120년간 자신의 존재를 들키지 않고 살아온 김성열을 느끼고 그를 뒤쫓기 시작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흡혈귀 소녀에 목숨을 잃을 뻔한 조양선을 구해주는 김성열과 그런 김성열의 기운을 느끼고 다가오는 귀의 모습이 그려져 과연 김성열과 귀가 전면으로 부딪힐지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1회에서는 김성열이 뱀파이어가 되는 과정, 그가 사랑하는 이명희(김소은 분)의 비극적인 죽음, 왕가를 조종하는 귀의 절대적인 힘 등 드라마의 배경들이 등장했다면 2회에서는 120년 후 김성열과 귀의 본격적인 대결의 서막을 그려냈다. 이에 따라 조양선, 이윤, 수향 등 다채로운 인물들이 새롭게 등장했다.
남장여자 책쾌인 조양선과 조선 왕실의 적통 세손이지만 아버지 사동세자가 역모죄로 몰려 죽은 후 기방에서 살다시피 하는 이윤, 김성열의 오른팔이자 흡혈귀가 돼 영생을 얻고자 하는 조선 최고의 기생 수향 등이 등장하면서 극은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엇갈린다. 원작과 다르게 흘러가는 이야기나 등장인물에 아쉽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시청자들과 원작을 떠나 작품을 보면 충분히 선방하고 있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 ‘기싸움’은 모든 등장인물들이 등장한 2회에서 더욱 극렬하게 나타났다.
‘밤선비’는 주조희·한승희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제작진 또한 원작의 팬층이 두텁기 때문에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원작과는 새로운 이야기 흐름을 선보일 것이라고 알렸다. 원작에 없는 최혜령(김소은 1인2역) 캐릭터나 김성열이 수호귀 해서(양익준 분)에 물려 뱀파이어가 됐다는 설정은 제작진이 밝힌 ‘새로운 이야기’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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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MBC |
이에 대해 원작을 아는 시청자들은 “이미 예고한 바 있지만 그래도 원작과 달라 못내 아쉽다”고 토로한다. 새로운 이야기도 좋지만 원작을 담은 드라마를 기대한 만큼 아쉬움이 크다는 것. 또한 원작에서는 집안이 역적으로 몰려 폐족이 돼 남장여자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조양선의 이야기가 각색된 것과 비록 미천한 신분이지만 학식이 높고 할 말은 할 줄 아는 강단 있는 조양선이 드라마에서 그저 발랄한 이미지로 밖에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 만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문치산을 왕족 이윤으로 바꾼 설정도 아쉬운 점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를 옹호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도 꽤나 높다. 분명 제작진은 처음부터 원작과 사뭇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한 바 있으며 원작을 떠나 드라마 자체로만 보면 1, 2회의 흐름에서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이준기를 비롯한 각 등장인물들의 배우들 또한 캐릭터에 적절한 연기를 잘 보여주고 있어 ‘원작의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견들도 눈에 띄었다.
원작이 있는 드라마들이 으레 겪는 딜레마가 바로 ‘원작이냐, 색다름이냐’라는 문제다. 이는 원작의 팬층이 두터울수록 시청자들의 잣대는 더욱 엄격해지기 마련이다. ‘밤선비’가 출발하기 전, 가장 많은 우려를 샀던 것이 바로 ‘원작의 두터운 벽을 넘을 수 있겠느냐’하는 것이었다. 우려는 역시 현실이 됐고, ‘밤선비’도 원작이 있는 드라마들의 평생 난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를 지혜롭게 풀어가는 것은 제작진의 몫이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원작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큰 어색함이 없었고, 특유의 분위기를 잘 살려내 나름 선방하고 있다. 그런 만큼 원작을 잘 풀어내는가를 지켜보는 것도 좋지만 이제 막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 드라마에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도 있다. 과연 ‘밤선비’는 원작 있는 드라마의 딜레마를 잘 극복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