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기획…‘여자예능 실종’②] 여자 예능이 고전하는 이유

[MBN스타 손진아 기자] 현재 예능에는 ‘남풍’(男風) 전성시대다. 요리하는 남자부터 뇌가 섹시한 남자까지 다양한 개성과 특색을 갖춘 남성 출연자들의 등장이 끝날 줄 모르고 있으며, 이들은 예능계를 접수하고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여자 예능의 부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방영됐던 여자 예능을 살펴보면 이유 없는 ‘부재’는 아니다. 콘셉트의 한계도 있었고, 여성 출연자의 체력적 한계나 다소 방대하지 않은 캐릭터의 성격 등이 폐지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공통적인 이유로 꼽히고 있다.

지상파 A사의 예능 PD A씨는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욕을 많이 먹는다. 같은 행동을 하고 같은 말을 했을 때 훨씬 더 욕을 많이 먹으니까 움츠러드는 것 같다. 아무래도 PD가 주시청층이 여자들이다보니 남자들끼리 이야기하는 것에 더 관심이 생기는 것 같다. 여자들끼리 공간 자체가 협소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몸 쓰는 예능에서 체력적인 한계가 여자 예능이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여자 연예인들은 아무래도 어떤 하나의 이미지를 고수하는 게 있고, 어떤 추구하고 있는 이미지 틀을 벗어나기를 원치 않아하는 부분도 있는데, 이 문제가 더 크다. 과감하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고 하기도 어려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상파 B사의 예능국 CP B씨는 “지상파나 케이블에 여자로만 구성된 프로그램은 현재 없다. 여성 출연자로 조합해서 신선하게 접근하는 게 남자들만 모아서 하는 예능보다는 파괴력이 떨어진다. 또 아무리 리얼이라도 그 부분을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또 여자들만 붙여놓으면 왜곡내지, 과장으로까지 가야지 시청자의 눈높이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시청자 눈높이로 봐서는 무미건조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그냥 무언가를 하기에는 여자들의 한계라는 게 남자들만 나오는 예능보다는 훨씬 더 있는 것 같다. 때문에 그렇게까지 시도를 할 이유가 별로 없고, 현재 여자 예능이 없는 이유다“고 설명했다.

체력적, 콘셉트의 한계 외에도 드라마, 영화 촬영장에서 흔히 말하는 ‘기싸움’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경우도 있다. 출연자끼리 좋은 사이를 유지해야 더 좋은 시너지 효과가 발휘될까 말까한 상황 속에서 출연자의 불협화음은 현장 분위기를 망치는 요인이 될뿐더러 그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스태프까지 예민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A씨는 “꼭 여성 출연자만 모여 있는 곳에서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는 건 아니다. 남성 출연자가 있는 곳에서도 흔히 말하는 기싸움은 존재한다. 그러나 남성 출연자들의 경우엔 술을 먹으며 금방 풀고하는데 여성 출연자들끼리는 이게 잘 안되다 보니 눈치 보는 일이 더 생기게 된다”고 전했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