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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처단'. 진부할 수 있는 소재가 최동훈 감독을 만나 묵직한 메시지와 함께 즐거움, 재미를 전한다. 최 감독은 전작 '도둑들'에 이어 신작 '암살'에서도 멀티캐스팅을 선보인다. 그의 장기는 어느 한 사람만 튀지 않게 보여준다는 것. '암살' 역시 골고루 주목받게 하면서, 139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는 데 성공한다.
1933년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친일파를 처단하려는 이들의 이야기는 단조로운 듯 흘러간다. 임시정부 김구의 신임을 받는 경무국 대장 염석진(이정재)는 독립군 제3지대 저격수 안옥윤(전지현)과 생계형 독립군 속사포(조진웅), 행동파 황덕삼(최덕문)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은다. 염석진에 의해 한팀이 된 세 사람은 매국노 강인국(이경영)을 살해하기 위해 경성으로 향한다.
뻔한 전개라고 생각할 수 있다. 몇몇 비슷한 식의 영화가 실패한 바도 있으니 자칫 재미없고 흥미가 떨어진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관객의 마음을 가지고 놀 줄 아는 최 감독은 이런 단점을 눈치챈 듯 일반적으로 흘러갈 수 있는 영화 지점마다 흥밋거리와 재미 요소를 넣었다. 단조롭지 않다.
염석진의 과거 독립운동 이야기와 그가 이중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 안옥윤 출생의 비밀, 독립운동가들과는 달리 3000불만 주면 누구든 처단해주는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하정우)과 그의 동료 영감(오달수) 이야기를 첨가하면서 관객을 편하게 놓아두지 않는다. 길어서 지루한 감도 없진 않지만 그 지루함을 날려버릴 만한 이야기가 군데군데 숨어 있다. 또 이렇게 끝나겠거니 했는데 아니다. 고민을 많이 한 감독의 흔적이 곳곳에 드러난다. 과거 일본 총독과 친일파 암살 사건에 실패한 뒤 옥살이를 하고 종로경찰서 탈옥 1호인 염석진이 변절한 고민과 고뇌, 안타까움도 전하려 했다.
어쩔 수 없이 시대에 순응한 인물을 제대로 표현한 이정재를 비롯해 매력이 철철 넘치는 독립군 여전사 저격수 전지현과 극 중 따로 노는 것 같은 인상이었으나 어느새 독립군과 함께하게 된 낭만파 청부살인업자 하정우와 오달수 콤비, 국가를 위해 기꺼이 한몸 바친 이름 모를 독립운동가 조진웅과 최덕문 등의 연기 조화가 나무랄 데 없다. 편 가르기 할 필요 없이, 애국심을 고취한다. 특히 "한두 놈 죽인다고 조선이 독립되느냐"는 하와이 피스톨에 말에 안옥윤은 "모르지. 그렇지만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라고 말하는데 울컥하는 이 꽤 많을 것 같다.
최 감독의 전작들만큼 코믹 요소는 많지 않지만 코미디를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웃음 요소는 존재한다. 애국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지만 한없이 무겁지 않고, 그렇다고 쉽고 가볍게 그려지지 않은 점이 무엇보다
엄청난 돈을 들인 티도 난다. 총격신과 주유소 폭파신 등이 볼거리다. 세트부터 소품까지 당시 시대를 재현하려 노력했는데 그 디테일도 상당하다. 순제작비 180억원이 들었을 만하다. 139분. 15세 이상 관람가.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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