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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출연 한 방으로 국내 모든 음원 차트 1위를 독식 중인 밴드 혁오. 대한민국에서 디지털 음원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밴드 음악(적어도 음원)은 쉽게 안 팔린다'는 편견을 그들이 깼다.
데뷔한지 1년이 채 되지 않는 신인 밴드가 '무한도전'이란 '로또'를 맞아 비주류 장르임에도 음악 팬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가요계에서 이토록 뜨거운 반란이 또 있었던가. 혹은 이토록 짜릿한 기적이 얼마만인가.
이러한 기적이 미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12주간 빌보드 차트 1위를 '씹어 먹던' 위즈 칼리파(Wiz Khalifa)의 '씨 유 어게인(See you Again)을 끌어내린 자메이카의 한 가수가 그 주인공이다. 이제 더 이상 자메이카만의 가수가 아닌 글로벌 스타가 된 오미(OMI) 이야기다.
1986년생인 그는 자메이카의 한 인디 레이블을 통해 2012년 '치어리더(Cheerleader)'라는 곡을 발표했다. 당시 그는 저예산 프로젝트였지만 '나름' 하이 콘셉트의 뮤직비디오를 위해 의욕적으로 미국 오리건주로 날아갔다. 이것이 그의 생애 첫 미국행이었다. 그리고 2년 후, 그는 이 곡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
레게 리듬에 실린 '너는 내게 치어리더처럼 용기를 주는 사람이야'라는 해맑은 가사 덕 자메이카 외 두바이나 하와이 등 관광지 음악 시장에서도 적잖은 인기를 모았던 곡이다.
그렇다고 2년이 지나, 미국 빌보드 차트 1위까지 오를 줄 아무도 몰랐다. 지난 2014년 어느 날, 소니 뮤직 산하 댄스 뮤직 레이블인 '울트라 뮤직(Ultra Music)' 대표가 이 곡을 듣고 흥행 잠재력을 발견하기 전까지.(그의 '촉'은 또 얼마나 대단한가!)
다만 그는 원곡 그대로 이 곡을 내는 대신 두 명의 유망한 디제이들에게 리믹스를 맡겼다. 그 중 한 명이 1994년생 독일 디제이 펠릭스 얀(Felix Jaehn)이었다. 가뜩이나 상큼한 원곡에 시원한 브라스 사운드를 강화하면서 이 곡은 '경쾌 끝판왕'으로 중무장 됐다.
반응은 유럽에서 먼저 왔다.(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그랬듯이) 스웨덴에서 5 플래티넘을 기록했다. 프랑스, 이태리, 독일을 비롯한 유럽 여러 국가와 호주 등지에서 음원 차트 정상을 찍었다. 지난 5월에는 UK 싱글 차트 4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자메이카 출신 가수 중 가장 오래 1위를 유지한 가수라는 기록까지 보유하게 됐다.
기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드디어 미국이 응답했다. 5월 빌보드 싱글 차트에 첫 진입하여 12주 동안 역주행에 역주행을 거듭하더니 마침내 7월 25일자 차트 정상에 오르게 된 것이다. 레게라는 비주류 장르로 말이다. 여기까지가 자메이카의 한 가수가 글로벌 스타가 되게 된 '로또' 같은 사연이다.
유럽을 거쳐 빌보드 차트 정상까지 치고 올라온 과정은 싸이의 '강남 스타일'과도 비슷하지만(물론 싸이의 경우 뮤직비디오의 인기 공이 컸다) 오미의 경우에는 2012년 발표한, 그 자신에게조차 잊혀진 곡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드라마틱하다.
밴드 혁오는 한국 최고의 히트 메이커나 다름 없는 '무한도전'을 만나기 전에도 음악 팬들에게 가장 가능성 있는 밴드로 인식되고 있었다. 이미 다수 인디신 제작자들이 그들을 탐냈었고, 장기하 매니저의 손을 거친 그들을 타블로가 결국 낚았다. 비록 YG엔터테인먼트라는 든든한 뒷배가 오히려 그들의 음악적 순수성에 의문을 갖게 했지만.
그럼에도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역시 밴드 혁오의 음악적 역량과 진정성이 그들의 성공 바탕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오미 역시 스스로 노래를 작곡하는 송라이터로서,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첫 미국행을 감행할 정도로 음악에 대한 의욕과 열정이 강한 아티스트였기에 재발견이 가능했다.
이 두 아티스트의 대박 성공을 바라보면서, 행운도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온다는 조상님 말씀이 하나 틀린 것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리하여, 오늘의 교훈은 우리 모두 하던 일이 이것이다 하고 정신을 차리
※ 필자 '음악 좀 아는 언니'는 가요·팝·공연 등 장르를 넘나들며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엔터테인먼트업계 종사자다. 가죽 치마를 즐겨입는 그는, 거침없는 돌직구를 날리는 음악 평론가이기도 하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