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예술인 복지법엔 예술인이 없습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공간 서울에서 진행된 예술인 복지법 관련 토론회 ‘고통의 끝에서 : 예술인 없는 예술인 복지제도 무엇이 문제인가’에서는 알맹이 없는 법 체계를 향한 날 선 비판들이 쏟아졌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최근 김운하, 판영진 등 배우들의 사망으로 또 다시 불거진 예술인 복지법의 병폐를 꼬집고, 개선 방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을 내놨다. 또한 예술인소셜유니온, 서울연극협회, 한국방송연기자협회, (가)연극인유니온준비모임 등 행사를 주최한 단체에서 각 1명씩 나와 발제와 토론 시간을 가졌고, 방청하러 온 사람들과 질의응답을 하기도 했다.
예술인소셜유니온 장지연 정책위원은 30페이지 분량의 기조 발제문에서 요지를 짚어내며 예술인 복지법 재설계 필요성, 타 부처와 정책적 연계, 정확한 실태조사 이후 재정 확보 방안 수립 등을 주장했다. 또한 ‘창작디딤돌사업’ ‘긴급복지지원사업’ 등 해가 바뀔 때마다 명칭이 바뀐 지원 사업에 대해 “변화 만큼이나 정체성 없이 급조된 사업”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
↑ 사진=이다원 기자, 디자인=이주영 |
서울연극협회 박장렬 회장도 예술인을 고려하지 않은 창작준비지원사업 시스템에 일침을 가했다. 박 회장은 “이번 아픈 죽음도 배우가 일을 하면서 기본이 되는 의식주 해결이 곤궁해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복지라는 게 광역적이고 많은 사람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조건 없이 이뤄져야 하지 않으냐”며 “창작준비지원신청을 준비하면 감성적으로 상처를 입게 된다. 이를 신청하기 위해선 예술인 주민등록 상에 기재된 가족들의 건강보험료나 소득증명을 제출해야 하는데 부모가 왜 문서를 떼냐고 물으면 돈이 없다는 사연을 구구절절 말해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연극인유니온준비모임 배우 이종승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복지법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설명했다. 그는 “작년 예술인 긴급지원 혜택을 6개월 받기로 했는데 5개월 차에 전화가 와서 내가 지방대 수업을 나가 고용보험에 등록돼 있으니 돈을 못 주겠다고 하더라”며 “먼 곳이라 왔다갔다 하면차비도 안 남는데 갑작스러운 통보에 난감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 |
↑ 사진=페이스북 |
이어 “마치 누가 더 먹고 살기 힘든지 나의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과정 같다. 자존심을 다 꺾고 신청했는데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아이를 도와줘야 한다고 거절당했다. 이런 것보다 보편적 복지가 필요한 게 아니냐. 기본 틀부터 잘못돼있다”며 “예술가도 시민이고 주민이고 국민이다. 정부가 현장 얘기를 한번이라도 들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 |
↑ 사진=이다원 기자 |
함께 자리한 배의철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은 민간단체나 지자체가 중간자 구실을 해야한다며 해결책을 내기도 했다. 그는 “서울시에 예술인복지에 대한 조례가 없다. 예술인 복지법의 선결과제는 예산확보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도 이런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예산 편성에 대해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고 임의 규정이 돼 있다. 이러니 기재부가 예산을 주겠느냐”며 “지역 예술인들이 지원받을 수 있는 건 비단 비용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시설 등 물질적인 것도 많다. 지자체에 관련 조례를 신설하라고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자리엔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 문화체육관광부 인사들을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주최 측인 예술인소셜유니온 측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정책과에 토론회 패널로 참석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아무 답도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