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스태프들이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2005년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 황정민 수상소감 中). 황정민의 독특한 수상소감이 벌써 10년 전 이야기가 됐다. 10년 전 그가 영화 ‘너는 내 운명’을 통해 뜨거운 사랑 이야기를 전했다면, 이번 ‘베테랑’을 통해선 광역수사대 베테랑 형사로 분해 유쾌한 모습을 선보인다.
황정민이 일명 ‘밥상’ 수상소감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그때로부터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때나 지금이나 황정민이 연기파 배우로 영화계에 자리 잡은 사실은 변함없지만, 그래도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변한 부분도 분명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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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4년 데뷔 이래 다양한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만난 황정민은 오래된 시간만큼이나 연기에 대한 신념도 굳어졌을 것. 능청맞은 형사부터 시작해 ‘브라더’를 외치는 강한 남자의 모습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던 비법이 궁금해졌다.
“배역에 몰입하다 보면 마치 접신하는 것처럼 뒷목에서부터 옷 입는 듯한 느낌이 와요. 그리고 촬영이 끝나면 바로 그 배역에서 벗어나죠. 물론 그건 내가 내 할 일을 다 했고, 모든 걸 쏟아냈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전 단 한 번도 작품을 끝내고 나서 후회라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어요. 만약 뭔가 이상했다면 그건 내가 잘못 한 거예요. 내 그릇이 그것밖에 안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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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마다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황정민이 ‘베테랑’을 통해 성격은 거칠지만, 가진 건 없어도 적어도 쪽 팔리게는 살지 말자는 자신만의 원칙을 고수하는 베테랑 형사 역으로 변신했다. 사실 황정민이 이번 영화에서 처음으로 형사 역을 맡은 건 아니었기에 다소 진부하지 않을까 걱정이 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직업이 형사일 뿐 사람마다 향기가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같은 직업이라도 다 달라서. 전 그래서 다음 영화에서 형사 역할을 맡는다고 해도 잘할 자신이 있어요. 오만이라고 느낄 수도 있는데, 사람이 다르니까. 그 사람의 색깔과 향기를 연구, 고민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이 이해가 되고 하는 시점이 있죠. 그래서 작품을 하기 두 달 전쯤 분석하는 기간이 가장 힘든 시간이죠. 이번 ‘베테랑’에서는 정말 최고인, 흠잡을 데 없는 그런 베테랑 형사 역을 맡아서 조금 부담감을 느끼기는 했어요. 관객들은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니까. 그래서 극 중 서도철(황정민 분)이 베테랑처럼 보이는 게 싫었어요. 수사대 팀이 베테랑처럼 보이길 원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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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정일구 기자 |
“2시간 동안 관객들을 재미있게 만드는 게 우리의 의무라면, 그 영화를 통해 보이는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관객들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즐기는 것도 큰 의미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부담 갖지 않고 우리끼리 즐기면 보는 사람도 즐거울 거라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하죠. ‘우리도 즐기면서 관객들도 즐거운 거 하나 해보자’ 영화를 보면 우리가 즐겁게 했던 게 속일 수 없는 거구나 그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녹아나는 걸 느낄 수 있죠. 그래서 이번 ‘베테랑’ 연기가 제가 했던 연기 중에 제일 좋은 연기가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보면 캐릭터가 빈 구석이 없어서 저는 굉장히 만족해요”
지난 2005년, 수상의 공을 스태프들에게 돌리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던 황정민은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연기에선 자신의 책임을 가장 크게 생각했고,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입장을 먼저 고려했다. 10년 후의 황정민도 지금과 다를 바 없으리란 확신을 갖게 하였다.
“‘베테랑’이라는 작품이 제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잖아요. 그러니까 이걸 허투루 할 수 없는 거죠.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작은 것 하나하나 전부 소중해요. 그러고 나서 끝나면 쌩 까는 거죠. (웃음)”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