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최근 들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통틀어 한중 합작 작품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한중합작 오디션 ‘슈퍼아이돌’, 웹드라마 ‘고품격 짝사랑’, ‘스완’ 영화 ‘천강대가’ 등 개수를 세기도 힘들 정도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한중 합작 형태는 중국 내 한류 진출의 청신호로만 봐야할 것일까.
관계자 A씨는 한중합작 붐이 일어난 것에 대해 “중국 쿼터제가 시행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선 한중 합작이 하나의 돌파구”라며 “한중 합작 콘텐츠는 중국에서 만든 콘텐츠로 인정하기 때문에 심의에 굉장히 쉽게 통과하고 쿼터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한중 합작 제작 절차는 지극히 중국에 유리한 쪽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에서 법인을 만들 때 한국 PD들이나 작가가 일정 수 이상 충족되어야 한다. 이로 인해 고급 인력들이 중국으로 건너가 국내 제작업계에는 인력 누수가 생기는 것이다.
또한 계약 과정에서 2차 판권에 대한 권리는 중국에게 모두 양도해야 한다. 올해 초부터 신설된 이 조항엔 1차 판권은 한국과 중국이 5대5로 나누지만, 리메이크나 2차 저작물에 대한 2차 판권은 중국에게 일임해야 한중 합작 계약이 성사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필수 조항은 아니지만 최근 대부분 한중 합작 콘텐츠들은 이런 내용을 바탕에 깔고 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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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C 뮤직, KBS 제공, 심엔터테인먼트 SNS, "원령" 포스터 |
이에 대해 한 제작사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쿼터제가 자신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악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한중 FTA로 법망을 풀어줬으니 중국 입장에선 확실한 카드를 쥐고 딜을 해도 나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중 합작 콘텐츠를 한국에서 제작하면 중국에서 제작비를 대준다. 그 돈을 한국에선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라며 “그러나 부가가치가 더 창출되는데, 그 권한을 포기해야만 한다. 만약 주지 않으면 한중 합작은 없다고 윽박지르니 ‘울며 겨자먹기’로 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이런 한중 합작 관행에 대해 업계에서는 어떻게 바라볼까. 대부분은 2차 판권의 포기로 중국 내 한류 열풍이 5년 안에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1~2년은 한류 콘텐츠를 한중 합작으로 만들어 쉽게 수출하고 많은 수익을 얻겠지만, 이렇게 4~5년이 지나면 2차 판권이 중국에게 다 넘어가게 돼 한국이 더 이상 필요 없어져 버려지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중 합작 붐은 현재 한류 콘텐츠의 인기와 위상을 보여주는 현상처럼 비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국내 제작사들을 ‘속 빈 강정’으로 만들고 중국의 하청업체로 전락시킬 수 있는 위험 요소이다. 그럼에도 한중 FTA 이후 수익창출 구조가 더욱 어려워진 제작사들에겐 중국의 제안이 거부할 수 없는 독사과라 앞으로도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국내 제작사를 보호해줘야 할 정부가 나서서 중국에 빗장을 풀었으니 어쩌겠는가”라며 “죽 쒀서 개주는 꼴이지만 작품을 계속 제작하고 수익을 내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