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어린 가출 여학생의 죽음은 언제나 충격적인 사건이다. 게다가 권력에 의해 자살로 위장됐다면 모두가 공분하고도 남을 일이다. 그러나 이처럼 자극적인 사건을 극으로 옮겨올 때 명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등장인물의 감정 과잉을 견제해야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분노가 브라운관 안에서만 겉돌기 때문이다.
10일 오후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미세스 캅’이 감정 과잉의 안좋은 예였다. 열혈 아줌마 경찰로 변신한 김희애는 18살 연예인 지망생 죽음 앞에 극도로 흥분해 보는 이를 불안하게 했고, 그 외 인물들도 붕 떠있어 억울한 죽음에 대한 분노를 시청자가 채 느끼기도 전에 붕뜨게 했다.
이날 방송에서 최영진(김희애 분)은 이미경의 사망을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 확신했다. 이미경이 천주교 신자이고 죽기 직전 휴대전화를 바꾸거나 아이돌 그룹 콘서트를 예매한 점 등이 자살하려는 사람의 행동과 거리가 멀다는 것. 여기에 그만의 예리한 촉이 큰 작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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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BS 방송 캡처 |
파출소장이라 강력 사건에 낄 수 없었던 그는 오지랖 넓게 ‘나홀로’ 수사를 마친 뒤 강력계장 박중호(김민종 분)에게 찾아가 증거를 디밀었다. 그리고 자살로 내린 잠정결론이 뒤바뀔 것이라는 자신감을 표했다.
그러나 그 뒤에는 검은 권력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미경을 죽인 범인이 바로 강태유(손병호 분)의 아들이었던 것. 강태유는 영악한 형사과장 염상민(이기영 분)을 만나 사건을 조용히 덮을 것을 지시했고, 두 사람의 은밀한 거래로 이미경의 죽음에 대한 진실은 더 이상 접근할 수 없었다.
최영진은 울분을 터뜨렸다. 이유 없이 자살로 내사 종결됐다는 사실을 알고 박중호를 찾아와 난리쳤지만, 이는 먹히지 않았다. “네 딸이라도 그럴 거냐”는 절박한 외침도 허공 속 메아리와 다름없었다.
이 과정에서 김희애의 감정 연기는 다소 고조된 경향이 없지 않았다. 최영진이란 캐릭터가 사건 해결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좌충우돌 캐릭터라는 걸 잘 알지만, 김희애에겐 조금 큰 옷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물감이 있다. 김희애만의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연기력도 그 오버페이스에 휘말려 빛을 잃었다. 아줌마 경찰은 우악스럽고 털털해야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인물의 입체적인 부분이 잘 살아나지 않았다. 그는 분노했지만, 시청자에겐 와닿지 않았던 셈이다.
감정 과잉은 김희애만의 숙제는 아니었다. 극중 파렴치한 졸부인 강태유 아들이나 피해자 이미경을 연기한 신인연기자들도 의욕 과다로 극에 어우러지지 못했다. 연극 연기와 TV 연기는 분명 다를 터인데,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슬픔이나 분노는 전달하는 사람이 오히려 담담할 때 보는 이로 하여금 더욱 크게 와 닿는 법이다. ‘미세스 캅’이 세상 온갖 불의에 대한 분노를 자극하려면 지금쯤 호흡 한 번 제대로 가다듬어야 하지 않을까.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