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안세연 기자] 위로, 편안함, 휴식, 퇴근길 등 옥상달빛 하면 떠오르는 수식어들은 안식의 의미와 연결된다. 그들의 대표곡들 역시 많은 청춘들에 회자되며 공감대와 힐링을 선사하고 있다.
하지만 옥상달빛의 음악세계를 조금이라도 자세히 살펴본다면 슬픔과 절망, 공허함 등 의외의 감정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제목부터 대비되는 ‘수고했어 오늘도’와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어’. 이 두 곡을 작사한 옥상달빛의 김윤주를 직접 만나 노래의 탄생배경과 가사가 내포하는 의미들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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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
‘수고했어 오늘도’는 김윤주가 대학 졸업 후 학원 강사를 하던 시절에 탄생한 곡이다. 그는 이 곡을 재수, 삼수를 하던 자신을 떠올리며 만들었다고 밝혔다. 연습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 음악이기에 당시는 그에게 심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였다.
“누가 나에게 수고한다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심지어 제 번호로 저한테 문자를 보낸 적도 있어요. 그만큼 위로를 받고 싶었던 시절이었죠. 그때를 회상하면서, 또 음악과 돈벌이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지금의 나한테 여러모로 수고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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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뻔한 가사잖아요. 하지만 뻔한 만큼 많이 안 하는 말인 것 같아요. 그냥 수고했다는 말과 너를 응원한다는 말이 저에겐 가장 힘이 됐었던 것 같아서, 이 노래를 듣는 사람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김윤주는 가사 중 가장 애착 가는 문구로 ‘오늘도’를 꼽았다. 먼 미래에 잘 될거란 말도 물론 힘이 되긴 하지만 오늘의 스트레스는 그날 해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당장의 것을 위로하고 싶었단다.
“이 노래를 퇴근 시간에 많이 듣는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때 내가 생각했던 게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저희 노래 가사를 보면 거의 안쓰러운 사람들이 대상이 돼요. 그건 저희가 그런 처지였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옥상달빛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사람들을 보고 처음엔 세상에 불쌍한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냐며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어요.(웃음) 하지만 시대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위로를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어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어’는 ‘수고했어 오늘도’와 사뭇 다른 분위기의 곡이다. 슬픈 듯 담담한 멜로디 속 더 담담한 화자가 등장해 자신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반복한다. 김윤주는 이 곡의 대상이 자신의 친척 동생임을 밝혔다. 이민을 간 친척동생이 타국에서 찾아온 사춘기에 힘들어하며 무기력해져 가는 모습, 이후 원한 것을 찾은 듯 보였으나 그것은 그저 본인이 사라지지 않기 위한 장치였음을 옆에서 지켜본 김윤주의 마음이 담긴 가사이기도 하다.
“친척 동생이 타국에서의 방황 후 돌연 비행조종사가 되겠다며 공부에 매진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라도 한국에 오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이후 한국에서 일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자임에도 입대까지 했죠. 입대 전에 가족들끼리 모여 하고 싶어 하는 일이니 말리진 않겠지만 힘들면 말하라고 당부의 말을 했는데 그때 친척 동생이 너무나도 담담히 ‘나 이거 좋아서 하는 일 아니야’라고 말을 하는 거예요. 그냥 이걸 하지 않으면 자기가 죽을 것 같고 사라질 것 같아서 하는 거란 말을 하는데 저는 그게 무슨 뜻인지 너무 잘 알겠는거죠. 죽는 거랑 상관없이 내가 그냥 사라져도 아무도 나에게 신경을 안 쓸 것 같고, 어떤 누구한테도 영향을 끼칠 것 같지 않고, 이렇게 사라져도 괜찮을 것 같다는 작아진 마음이란 것을요. 그런 생각을 그 친구가 하고 있었던 거에요. 근데 이 문젠 비단 제 친척 동생의 일만은 아닌 것 같아요. 요즘은 대학생은 물론이고 20~30대 모두가 다 힘든 시대잖아요. 누구도 이 생각을 안 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살다 보면 분명히 좋은 일도 생길 거고 사라지면 안 되는 이유가 생길 거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어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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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정확히 던지고 싶은 얘기는 사라지면 안 된다는 거에요. 너는 태어난 이유가 있고,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고, 너의 상황이 네가 사라진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말을 하고 싶었어요. 제가 신이 아닌 이상 ‘너 이때 잘될거야!’라는 말을 할 순 없잖아요. 그렇지만 절망적인 순간에 누군가 자신을 잡아주길 바라는 게 사람이니까 내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김윤주는 가사 속 ‘이렇게 살다 보면’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삶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애착 가는 문구로 ‘오늘도 어제처럼 열심히는 살고 있어’를 꼽았다. 그는 보는 이의 상황과 삶에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이 문구를 희망적인 가사라고 표현했다.
“약간 무책임한 가사일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한량같이 대강대강 사는 사람들은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이어야만 그런 생각을 한다고 보기 때문에 다른 부가설명 없이 직설적으로 표현했어요. 또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 보면 분명 그게 결과물로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이 가사를 보면 누군가 자신의 슬픔을 알아주잖아요. 듣는 사람이 ’너도 그렇게 생각하니?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라고 느낀다면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다 전달된 거라고 생각해요.”
김윤주는 반전 발언을 하기도 했다. 자신은 한 번도 힐링이나 위로를 의도하고 곡을 만든 적이 없다는 것. 오히려 그 꼬리표가 자신을 옭아매는 것 같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그저 나이가 들며 달라지는 시선에 따라 하고 싶은 얘기들을 들려주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어떤 가사를 써야 한다는 계획은 세워본 적 없어요. 그건 세진이도 저랑 같이 동감하는 부분이에요. 이번 ‘희한한 시대’ 앨범을 발매하면서 드디어 힐링에서 벗어난 느낌을 받았어요. 하지만 아무래도 나쁜 얘기보다 긍정적인 얘기를 하는 게 기분이 좋긴 해요. 그러다 보니까 그런 노래들이 나오게 됐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한테는 공감대가 되고 위로가 된 것 같아요. 그냥 어쩔 수 없는 절차라고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우리가 나서서 위로를 하고 힐링을 하겠다는 생각에는 반대하고 있어요.”
안세연 기자 yeonnie88@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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