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영근 기자]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던 사람들이 한적해지고 새벽공기가 향긋하게 다가오는 오전 3시50분. 밤이라고 하기엔 조금 늦었고 새벽이라고 하기엔 이른 시간이다. 잠잠해진 이 순간, 잠 못 드는 이들이 있다면 고민에 빠지기 좋은 시간이다.
지난해 데뷔한 애프터 나잇 프로젝트(Afternight Project, 본명 이용호)는 자신의 팀명과 노래가 오전 3시50분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일단 팀명을 놓고 본다면 말 그대로 ‘밤 이후’다. 새벽을 뜻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3월 첫 싱글 앨범 ‘하루’를 발매한 애프터나잇은 ‘새벽에 듣기 좋은 노래’를 콘셉트로 프로젝트식 앨범을 선보이고 있다.
“저는 곡 작업을 시작할 때 작업하는 시간대별로 노래를 나누는 편이에요. 늦은 오후, 햇볕이 뜨거운 낮, 생각에 잠길 새벽 시간 등으로 말이죠. 그런데 결과물을 놓고 봤을 때 저 스스로 만족도가 가장 높고 제 정서를 가장 잘 대변해 주는 곡들은 대부분 새벽에 만든 음악들인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제 노래를 들어주신 몇몇 분들은 ‘새벽에 듣기 좋은 노래’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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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팝뮤직 제공 |
우스갯소리로 ‘SNS에서 가장 위험한 글은 새벽에 쓰는 글’이라는 말이 있다. 감성이 북받쳐 쓴 글이 다음날 일어나서 보면 손가락이 오글거릴 때가 있기 때문이다. 애프터 나잇도 감성에 젖을 새벽에 쓴 곡에 몇 번 오그라 들 때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애프터 나잇은 “항상 새벽에 쓴 곡은 낮에 이성적으로 생각하면서 다시 들어본다”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곡이 ‘매일밤’이었다.
애프터 나잇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28일 신곡 ‘매일밤’을 발매했다. 지친 감성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차분한 발라드 장르의 곡이다. 특히 해당 곡은 남자의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올 초 네팔 여행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히말라야 산맥을 배경으로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이 그렇게 아름다웠다고 그는 회상했다. 하늘을 보던 애프터 나잇은 누군가와 이 장면을 함께 나누지 못함이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네팔 여행에서 떠올랐던 영감은 고스란히 ‘매일밤’에 녹아들게 됐다.
“저뿐만 아니라 싱어송라이터분들의 작품은 대부분 경험에서 많이 나오거든요. ‘매일밤’도 그런 곡 중 하나에요. 사실 저는 연애도 오랫동안 안 하고 있었고, 평범한 생활을 하다 보니 감정의 변화도 크지 않았어요. ‘매일밤’은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감정들을 베이스로 해서 곡을 만들어 봤어요. 편곡은 밤에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일렉트로닉 기타를 멜로(Mellow-그윽한)하게 썼어요. 가사 역시 구체적인 설명이나 사실 같은 것 보다는 추상적인 단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매일밤’에는 어반자카파의 박용인이 참여했다. 애프터 나잇은 데뷔 이후 다른 아티스트와 함께 콜라보 작업을 한 경력이 없었다. 알고보니 두 사람은 고등학교 시절 같은 음악학원을 다닌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었다.
“제 앨범에 다른 사람 목소리가 들어간 것은 처음이었어요. 용인이 목소리가 제 곡에 들어가니까 완전히 다른 느낌이 들더라고요. 파트를 어떻게 해야 서로의 느낌이 잘 살 수 있을까 고민 많이 했어요. 그 결과 1절과 2절을 나누게 됐습니다. 아마 아예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작업을 못 했을 것 같아요. 그 친구의 감정선과 히스토리를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포인트를 짚으면 어느 정도의 감정 베이스가 비슷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확실한 디렉션이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과감하게 통으로 파트를 나눴습니다.”
↑ 사진= 팝뮤직 제공 |
최근 신인 가수들은 대중에게 한층 다가갈 수 있는 방법으로 버스킹을 꼽는다. 애프터 나잇에게도 버스킹 공연 계획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하지만 애프터 나잇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좋은 노래는 대중에 몰입할 수 있는 좋은 장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음악 하는 데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의 준비’라고 생각해요. 버스킹도 물론 준비 없이 진행하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저는 노래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준비된 음향과 객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객석의 몰입도가 다르거든요. 아무래도 차량과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그러다보면 온전히 노래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 같거든요. 관객이 제 노래를 들이시기에 최적의 장소는 공연장이 아닐까 싶어요.”
애프터 나잇은 곡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퀄리티’를 꼽았다. 그는 “남들이 보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노래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의 깐깐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아티스트로서의 깐깐함은 가수 이승환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이승환 선배님을 보면서 많이 깨닫게 됐어요. 완성도 높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악기나 녹음에 자비까지 들이시거든요. 하지만 대중분은 이렇게 멋지게 탄생한 곡을 들으시는 데 이어폰이나 스피커를 주로 이용하세요. 그 점이 아쉽기도 하고 한편으론 속상하기도 해요. 아티스트만의 깐깐하고 고집이 들어간 곡을 컴퓨터 앞 스피커로 듣기에는 100% 느끼실 수 없기 때문이죠.”
↑ 사진= 팝뮤직 제공 |
애프터 나잇은 조금 더 완벽한 노래를 만들기 위해 경희대학교에서 석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음악의 흐름을 이해하고 대중음악에 대한 공부를 더 해 보고 싶었다는게 그의 석사 입학 이유였다. 그는 자신의 고집 있는 노래를 통해 조금 더 많은 대중에게 ‘공감’이 갈 수 있는 노래를 만드는게 최종 목표라고 전했다.
“제 노래를 얼핏 들으면 쓸쓸하고 우울하다는 느낌이 드실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울고 싶으면 울어’라고 등을 토닥여 줄 수 있는 노래를 하고 싶었어요. 정말 친한 친구에게도 털어놓기 힘든 말들이 있어요. 그런 이야기들을 제 노래를 통해 스스로에게도 그렇고 남들에게도 솔직한 상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 그런 분들이 들어주셨으면 좋겠고요. 요즘 휴가철이잖아요. 낮에는 신나는 음악을 즐기시고, 밤에는 술 한잔 하시면서 제 음악을 들어 보시면 또 다른 휴가 속의 휴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도 애프터 나잇의 노래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박영근 기자 ygpark@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