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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JYP엔터테인먼트 등 글로벌 팬을 움직일 만큼 인기 있는 K팝 아티스트를 보유한 여러 기획사도 이러한 식으로 자위한다. 아주 정형화된 틀이다. 이들 홍보 담당자는 자신이 맡은 역할을 훌륭히 수행 중이다. 국내를 넘어 미국 빌보드에서도 소속 아티스트에 관한 좋은 평가가 나오는 데는 숨겨진 그들 공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밀히 표현하면 빌보드의 K팝 기사는 한 칼럼니스트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다. 제프 벤자민이란, K팝에 관심이 많은 한 사람의 주관적인 글이 해당 매체 편집장 승인 아래 (몇 번을 클릭해서 찾아 들어가야 하는) 인터넷 홈페이지 한 구석을 차지했을 뿐이다. 그나마 그가 쓴 K팝 칼럼 상당수 비중이 '섹시 걸그룹'에 쏠려있다.
제프 벤자민은 한 방송을 통해 '슈퍼스타K2' 출신 가수 존박의 고교 동창으로도 잘 알려졌다. 그의 음악적 지식 수준과 필력, 좋은 가수를 알아보는 안목이나 취향을 폄하할 의도는 없다. 다만 그는 빌보드의 정식 기자가 아니다. 음악평론가라 하기도 어렵다. 그의 칼럼이 미국 대중음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그가 주목해 미국 빌보드 인터넷을 통해 소개됐다'는 표현이 적절한 수준이다. 그가 글을 썼다고, 해당 가수의 '위상이 확인됐다'고 할 수 없다.
1884년 미국 뉴욕에서 창간한 빌보드는 1950년대 중반부터 대중음악의 인기 순위를 집계해 공신력을 인정받아왔다. 음악을 하는 이들에게 빌보드는 국내 내로라하는 여느 언론사보다 파급력이 크다. 그런 점에서 빌보드에 K팝 가수가 소개되는 일은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현 시점에서 그것이 엄청 영광스럽게 치켜세울 일인지는 의문이다.
빌보드도 매출을 올려야 하는 기업이다. 늘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는 그들에게 K팝은 여전히 잠재력이 큰 상품이자 꽤 괜찮은 돈벌이가 될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았던 빌보드 재니스 민 사장은 "케이팝은 모든 사람이 좋아할 만한 뷰티·패션·춤이 음악과 어우러진 360도 콘텐츠다. 유튜브에 익숙한 젊은층에게 상당히 호응도가 높다"고 칭찬하면서도 "장점이 곧 단점"이라고 말했다. "너무 완벽한 포장은 가짜처럼 비쳐진다. 기획사 아이돌에서 탈피해 아티스트로서 더욱 진솔하게 다가설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조언이었다.
가요 관계자들이 새겨들을만한 지적이다. 과대 포장은 독이 될 수 있다. 빌보드의 공신력 또한 마찬가지다. 그들이 자랑하는 공신력은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얻어지는 것이다. 음악과 비지니스를 떼려야 뗄 수 없는 시대가 빌보드를 변하게 하면서 그들의 공신력에도 점점 물음표가 붙고 있다.
한국 가요 관계자들은 좀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빌보드가 소개해야 대단한 K팝이 아니다. 주목할 만한 K팝은 그들이 알아서 조명하게 돼 있다. 한 젊은 컬럼니스트의 뮤직비디오 감상문이 아닌, 온전한 기사로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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