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신동엽 선배가 나온 학교를 나온 구교환입니다. 얘(이옥섭)는 이영자 선배가 나온 학교를 나왔어요”
영화 ‘오늘영화’ 에피소드 3에서 함께 연출을 맡은 구교환, 이옥섭 감독은 자신들을 신동엽, 이영자 같은 콤비라고 설명했다. 서울예술대학교를 나왔다는 공통점을 다소 특이한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처럼 이들의 영화도 그런 톡톡 튀는 감성을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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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곽혜미 기자 |
◇두 사람이 ‘오늘영화’를 통해 함께 작업하게 된 이유가 있나?
이옥섭-서울독립영화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같이 하게 됐다. 공동작업을 할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하게 됐다.
구교환-나는 이옥섭에게 의지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서울독립영화제의 주제가 ‘나의 영화 나의 영화제’였는데, 공모를 하면 좋겠다 생각해서 덜컥 지원했다.
◇영화 속에서 나오는 임성미 배우와 구교환이 실제 연인이라고 착각이 들 정도로 사실적이었다
구교환-개인적으로 기분이 나쁘다(웃음). 근데 그렇게 봐주셨다면 좋다. 왜냐하면 우리 영화에는 라이브한 컷도 존재하는데, 그렇게 (사실적으로) 보여 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강아지도 실제 이옥섭 감독이 키우는 애완견이고, 내 가족으로 등장하는 분들도 실제 내 친척들이다. 그래서 그렇게 봤다면 감사하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나오는 의상도 다 실제로 소유하고 있는 옷들인가?
이옥섭-의상도 직접 다 했다. 전부 사지 않았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임성미 집도 사실 우리 집이다.
구교환-독립영화의 현실이다(웃음). 난 제일 좋아하는 옷은 영화에서 실제로 입지 않는다. 반면에 영화에서 등장하는 임성미의 뱀피 옷은 실제로 그가 제일 좋아하는 옷이다. 내가 좋아하는 옷을 영화에서 입지 않는 이유는, 앞으로 그 옷을 계속 입어야 하는데 영화에서까지 입어버리면 사람들이 다 그 옷밖에 없는 줄 알기 때문이다.
◇영화의 전체적 설정이 되는, 연애를 기록한다는 것을 영화화 한 이유는?
이옥섭-처음 영화가 시작될 때 나오는 내레이션처럼, 우리가 사진을 찍거나 영화를 만드는 사이에 계속 시간은 흘러간다. 그러다 누군가 지금의 나를 찍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 좋겠다고 느꼈다. 그러고 나면 헤어져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영화 속에서 헤어진 연인이 영화제작지원 프로그램에 합격하면서 우연히 다시 연결되는데, 그런 부분이 현실적이라고 느꼈다. 연인들은 서로 사랑해서 다시 만난다기 보단, 항상 어떤 우연이나 상황들이 이들을 다시 만나게 만들곤 하는 것 같다.
◇그렇게 소품도 실제 자신의 것을 활용해야 하고, 아무래도 영화를 찍으면서 힘든 점이 있었을 것 같다
이옥섭-힘든 건 없었다. 좋아해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힘든 게 있다면 스태프들 눈치를 봐야하는 것이다. 돈을 제대로 못 드려서 그렇다.
구교환-물론 돈을 드리긴 드리지만, 터무니없는 수준이다. 그래서 뭔가 부탁을 한다는 게 죄송하다. 또 규모나 형식을 떠나서 접근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들이 아쉽다. 큰마음으로 만들고 있는데, 부끄럽지만 사람들이 많이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런 것들이 딜레마인 것 같다. (독립영화가) 이런 영화제를 통해서 밖에 볼 수 없지 않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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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곽혜미 기자 |
◇영화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각기 다른 감독들이 연출을 맡았다. 서로 라이벌 의식을 느꼈을 법도 한데?
구교환-라이벌 의식은 전혀 안 느꼈다. 나는 윤성호 감독님의 빅 팬이었다. 워낙 옴니버스 프로젝트를 많이 하셨고, 난 거기에 출연도 했었다. 같이 옴니버스 영화를 찍는 게 개인적으로 기분이 좋았다. 어렸을 때부터 보고 동경했던 분인데 같이 작업에 참여하는 게 영광이었다.
◇그럼 순서 배치도 의미가 있었을 것 같다. 마지막에 배치된 이유가 있는 것 같나?
이옥섭-마지막으로 배치된 건 아마 러닝타임 순이었던 것 같다. 윤성호 감독님이 에피타이저 역할을 하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2, 3번째는 대표님이 임의대로 순서를 정해 주셨다. 강경태 감독님 같은 경우는 정말 물욕이 없다. 최근 정동진 독립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그때 상패를 받았는데 사람이 많다보니 나누기가 곤란해졌다. 그때 강 감독님이 자기는 상패를 어디에 둬야할지 모르니 가져가라고 하셨다. 오히려 이번 영화에서 우리는 막내였기 때문에 편했다.
구교환-난 오히려 이옥섭을 의식했다. 우리 둘은 많이 싸웠다. 하지만 다음 작품에도 또 같이할 수 있다. 근데 이 친구(이옥섭)는 경기를 일으킨다.
이옥섭-나는 여기서 그만하고 싶다. 공동연출을 하면 이 사람이 나와 함께 편이 돼 싸워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이 사람 또한 내 적이다. 힘이 될 때도 있지만, 이사람 또한 내가 설득시켜야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구교환-‘오늘영화’ 속 우리 에피소드가 로맨틱 코미디의 성격을 띠는 편인데, 나는 코미디에 더 가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옥섭은 리얼리즘 안에서 딱 거기까지를 원한다. 그럴 때 나는 한 발자국 더 가는 거 같다. 하지만 그럴 때 이옥섭은 내가 계속 애드리브를 하면 오히려 더 좋아한다. 단 의도를 헤치지 않는 선에서다. 배우와 연출자, 편집사로서는 함께 할 것 같다. 연출 빼고는(웃음). 난 편집을 좋아한다. 프로덕션에서 실패한 것들, 혹은 프로덕션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호흡들을 재 배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옥섭-나는 시나리오 쓰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그래서 (편집을 좋아하는 구교환과) 잘 맞는 것 같다. 난 편집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편집보단 최대한 프로덕션 안헤서 성공하고 싶은데, 그럴 때 구교환이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한다.
◇구교환은 연출자 이전에, 작지만 다양한 영화에 배우로도 활동했었다
구교환-난 배우가고 하기엔 좀 뭐하다. 그냥 찍기도 하고 찍히기도 하는 그게 좋다. 딱 뭐라고 정체성을 두기엔 내가 아직 알려지지도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배우 지망생’ ‘감독 지망생’이 맞는 것 같다. 아직 나에게 감독이라는 말을 하면 기분이 좋다. 그만큼 부끄러움과 책임감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오늘영화’가 감독으로 거듭나는 발판이 된다면?
이옥섭-개봉이라는 것 자체가 선물 같은 일이다. 만들 당시만 해도 개봉이 첫 개봉이기도 하고, 그런 부분 자체가 선물 같은 일이었다. 그래서 이 물욕은 없다. 그렇지만 많이 봐주신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내가 영화를 찍은 걸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 봐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워낭소리’와 같은 깜짝 흥행은 기대하지 않고 있다(웃음).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날 생각인가?
이옥섭-난 연애를 통해 상대보단 날 더 잘 알게 된다고 생각한다. 언제쯤 나에게 벗어나서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할지 모르겠으나, 로맨스 영화를 만들고 싶다. 또 그 영화를 보고 극장에서 관객들이 나갈 때 기분이 좋아졌으면 좋겠다. 해피엔딩이 아니더라도, 우울하거나 힘든 영화 말고 사는 데 힘든 사람들이 보고 하루 잠깐이라도 행복해지는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
구교환-관객들이 내 영화를 보고 나라는 사람이 보였으면 좋겠다. 영화를 만든 연출자랑 만나서 이야기도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면 한다. 나도 평소에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 술 한 잔을 함께 하고 싶고 함께 밥을 먹고 싶은 사람이 존재한다. 그런 만든 이의 생각이 궁금해지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