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신비주의 콘셉트에 쌓여 자신을 숨겨야 했던 TTL소녀 임은경이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광고 속 짧은 숏커트 머리에 알 듯 말 듯한 눈빛과 깡마른 임은경은, 대중들에게 제대로 통했고 임은경을 곧 인기스타로 만들어 놨다. 하지만, 그 뒤 임은경은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품행제로’ ‘인형사’ ‘시실리 2km’, 드라마 ‘보디가드’와 ‘레인보우 로망스’ 등에 출연했지만, 그의 인상은 TTL 속 신비소녀를 뛰어넘지 못했다.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선 임은경은 “정말 많은 것이 바뀌어 있다. 인터뷰하는 것도, 대중들의 반응도 10년 전과는 정말 다르다”고 말하는 데 이어 “영화는 재밌게 보셨는가. 난 정말 설레고 기분 좋다. 행복하다. 이렇게 즐겁게 했던 촬영을 왜 예전에는 몰랐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이며 수줍게 웃었다.
![]() |
↑ 사진=이현지/ 디자인=이주영 |
영화 ‘치외법권’으로 10년 만에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임은경은 극 중 잃어버린 동생을 찾는 애절한 마음을 가진 은정 역을 맡았다. 대사도 딱히 없고, 임팩트 있게 강한 한 방을 날리지는 않지만, 반가운 얼굴을 보는 것 자체가 남다른 느낌이다.
“임창정과 ‘시실리 2km’ 할 때는 서먹서먹했는데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고 편안하게 해줘서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 특히 시나리오를 보고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됐다. 희망적으로 살고, 무언가 때문에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서는 자리인 만큼 쉽지 않았지만, 임은경은 오히려 요즘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작품에 임하게 됐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서인지, 공백기간의 영향인지, 임은경은 확실히 달라졌다. 여유가 있었고,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예전에는 잠을 못잘 정도로 생각이 많았다. 다음 촬영을 해야 하는 책임 때문에 부담이 많이 됐다. 스태프들과 소통도 해야 하는데, 누군가와 대화하는 게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더 탄탄하게 공부하고 밟았다면 괜찮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 |
↑ 사진=이현지/ 디자인=이주영 |
공백 기간 역시 쉽지 않았다. 정말 배우의 길이 맞는 건지 수없이 고민도 했고, 배우가 아닌 길을 찾아보려고도 했다. 하지만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은 배우였다.
“처음에는 신비주의 콘셉트로 활동하면서 학교생활도 즐겁게 했다. 그런데 영화 촬영을 하면서 무게가 생겼던 것 같다. 공백 기간 3, 4년은 조울증 환자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짜증도 내고 집에 와서 울기도 했다. 스스로 감정을 해소할 수도 없고, 감당이 안 되더라.”
그런 임은경을 붙들어 준 것은 ‘사람들’이었다. 아직 자신을 지지해주고 기억해주는 사람들을 느끼고는 마음을 고쳐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임은경은 발레도 하고, 헬스, 등산 등을 하면서 조금씩 마음도 열고 자신 만의 시간을 가졌다.
![]() |
↑ 사진=이현지/ 디자인=이주영 |
“나를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는 분들에게 연기를 통해 해야겠다는 생각이 생기더라. 어느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축 처진 어깨의 나의 모습이 너무 싫더라.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누가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친구도 만나고 발레도 하고, 서점도 가고 등산도 하고 사람들과 소통도 하려고 했다. 그랬더니 조금씩 성향이 바뀌더라.”
덕분에 천천히 가는 법도 배웠다. TTL 신비주의 콘셉트를 뛰어넘고자, 머리도 붙이고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려고 했던 때를 회상하며, 임은경은 “자연스럽게,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가고 싶다. 억지로 바꾸려는 것은 무리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연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촬영에 대한 고민과, 책임감으로 재미를 놓치고 말았지만, 마음을 바꾸고 나니 더없이 즐겁고 편해졌다. 임은경은 “예전에는 뭘 몰랐던 것 같다. 그냥 하루를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공백 기간 때문인지 이제 여유를 가지고 싶다. 나를 더 오픈하고 즐기고 싶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것 역시 똑같다.
“해보고 싶은 역할, 정말 많다. 작품의 비중을 따지지 않고, 누구의 딸처럼 평범한 역할, 풋풋한 대학생도 하고 싶다. 친근하게, 천천히 가고 싶다. 성급하게 가지 않고 오랫동안 천천히 말이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