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주연 기자] 엄마라는 묵직한 단어 하나에 현장 분위기는 금세 숙연해졌다. 담담하지만 절절했던 고두심의 이야기는 모두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김미숙과 유진은 참지 못하고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음식점에서 진행된 KBS2 주말드라마 ‘부탁해요 엄마’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배우 고두심은 엄마와의 추억을 털어놓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세상에서 가장 밉다가도 금세 또 애틋해지는 것이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엄마의 의미인 만큼, 현장의 많은 이들이 이야기에 깊은 공감을 했다.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보기 드물게 눈물을 훔치는 기자들도 적지 않았다.
![]() |
↑ 사진=KBS |
고두심은 동시간대 방영되는 MBC 주말극과의 경쟁에 대해 “원초적인 엄마의 틀을 벗어나지는 않지만 상황은 다를 것이다. 나는 무엇보다 이 드라마를 하며 흡족하고 행복했다. 내가 생각했던 엄마의 삶이 묻어나서 행복하게 연기하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고두심은 과거를 회상하며 엄마라는 존재를 종교에 비유했다.
고두심은 “어렸을 때 학교에서 공납금을 내라고 했다. 집에 와서 어머니에게 짜증을 냈다. 어머니께서 돈을 마련해서 학교를 찾아오셨지만, 어머니의 모습이 창피해 돈만 받고 다시 교실로 뛰어갔다”며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다음에 만나면 내가 엄마 역할을 하겠다’고 사과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부탁해요 엄마’의 한 장면을 언급하면서 “딸과 싸우고 나서도 딸이 좋아하는 오이냉국을 먹고 가라고 하는 모습이 바로 엄마의 마음이다”고 말했다.
고두심이 이야기하며 울먹이자, 김미숙과 유진은 고개를 숙이며 울었다. 숙연해진 분위기 속에서 눈물을 훔치던 김미숙은 “엄마가 된 입장이라 눈물이 나오는 것 같다”며 멋쩍게 웃기도 했다. 김미숙은 “엄마의 삶이 참 고단하다는 것을 느낀다. 엄마는 보통 사람이 아닌 거 같다. 고두심 언니와는 연기를 하면서 배우는 것들이 너무 많다. ‘정말 엄마의 마음은 저럴 거야’ 하는 걸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 4월 출산 이후 ‘부탁해요 엄마’를 통해서 복귀하게 된 유진도 고두심, 김미숙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다. 유진은 “엄마와 딸의 연기를 진하게 해봐서 좋다. 선생님이 연기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내가 어떤 엄마가 돼야할지 생각하게 해주는 분이다”라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담당 PD는 최근 KBS 주말극들이 아버지 중심의 가족극이었다는 사실을 되짚으며 ‘부탁해요 엄마’를 통해 엄마 중심의 따뜻한 가족극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주말극=가족극’이라는 공식이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는 가운데 그 속에 숨겨진 가족의 참된 관계를 진솔하게 그리고자 하는 의도다. 그리고 ‘부탁해요 엄마’가 품은 참된 의미는 이날 한 엄마의 딸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온 고두심의 진심 어린 한 마디로 충분히 전달됐다.
박주연 기자 blindz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