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윤아 기자]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 이는 최근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이하 ‘꽃할배’) 미국 진출을 성공 시킨 비법의 한줄 요약이다.
CJ E&M이 문화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과 나영석 PD의 뚝심은 미국 지상파 방송사인 NBC와 판권 판매 계약을 맺어 리메이크 작업까지 성사시켰다. 국내 예능프로그램이 미국에서 리메이크되는 것은 ‘꽃보다 할배’가 최초인 것.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된 ‘국제방송영상견본시’(‘BCWW 2015’) 케이포멧 컨퍼런스에서는 ‘꽃할배’의 해외 수출 성공 사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마련됐다. 행사에는 스몰월드(Small World IFT) 대표 팀 크레센티(Tim Crescenti)와 CJ E&M 글로벌콘텐츠기획 개발팀 황진우 팀장, 레전더리 텔레비전(Legendary Television) 아시아지부 어일경 부사장이 참석했다.
이날 팀 크레센티는 ‘꽃할배’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내 딸을 통해 tvN의 ‘세 얼간이’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됐고, CJ E&M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CJ E&M 사옥에 들렸다가 로비에 비치돼있는 ‘꽃보다 할배’ 포스터를 봤다”고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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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tvN |
이어 “중학교 교사인 딸이 요즘 중학생들이 모두 ‘꽃할배’ 얘기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어떤 내용인지 알아봤더니 아주 따뜻한 내용이었다. 기존의 형식을 깨뜨리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는 게 신선했다. 시청률도 높다는 걸 알았고, 평균 시청률이 2030 여성이라는 걸 알고 더더욱 놀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한 “‘꽃보다 할배’라는 제목을 들으면 노인들이 보는 프로그램이 아닐까 했는데, 활기찬 프로그램이었다. 바로 미국의 방송 관계자와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적극적으로 진행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후 팀 크레센티는 “나영석 PD가 쓴 168페이지나 되는 저널을 읽어봤다. 이를 통해 ‘꽃할배’의 제작 의도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황 팀장은 “‘꽃할배’의 해외 진출을 위해 기획 초기 단계부터 많은 준비를 했다”며 “많은 자료를 수집했고, 제작진에게 프로덕션 저널을 쓸 것을 부탁했다. 이는 기획부터 구성, 제작까지의 전 과정을 담은 회의록과 같다. 나 PD가 준비를 열심히 해줬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꽃할배’는 제작 초기부터 철저히 글로벌 톱10 문화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CJ E&M의 다부진 결의에 따라 해외 수출을 계획했다. 그리고 콘텐츠의 현지화를 고민했다. CJ는 2020년 CJ E&M의 글로벌 매출 비중을 현재(8.5%)보다 크게 높여 43%로 키울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황팀장은 “우리 글로벌콘텐츠기획 팀이 제작진으로부터 받은 프로덕션 저널을 재구성 했다. 바쁨에도 불구하고 제작진 미팅을 진행하며 이 자료들을 완성시켰다. 현지에 맞게 프로그램을 재편집 하는 과정에서 외국인과 한국인의 시각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외국에서는 방송 자막을 안 좋아해서 크고 직관적인 자막으로 수정했다. 극의 전개도 천천히 진행되길 원했다”며 한국 콘텐츠를 현지화 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글로벌콘텐츠기획 팀은 프로덕션 저널에 시청률 분석표를 상세하게 기술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 콘텐츠의 실적을 대변하는 것은 시청률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들은 모든 연령대의 시청률 분석표와 점유율, 도달률, 재방송 시청률까지 상세하게 제공했다. 뿐 만 아니라 저널은 한글판, 영문판, 중문판까지 세 가지 언어로 동시에 제작 됐다.
나 PD와 CJ E&M 글로벌콘텐츠기획 개발팀은 해외 진출을 위한 철저한 분석으로 200페이지에 달하는 해외진출 매뉴얼을 완성시켰고, 이는 좋은 결실로 이어졌다. 2016년 2월 미국판 ‘꽃할배’가 NBC 방영을 앞두고 있는 것. 해외 버전이 제작된 만큼 결국 영미권 국가 시청자들도 프로그램을 쉽게 시청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컨퍼런스를 마치며 팀 크레센티는 1년 전 나 PD와 미팅을 가졌던 날을 떠올렸다. 그는 “1년 전만 해도 나 PD가 ‘우리랑 일하게 된 것을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고 한 말에 충분히 수긍하지 못했다. 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느끼고 있다. 내년 ‘꽃할배’가 미국에서 방영 될 때마다 나PD는 총괄 피디로 프로그램에 이름을 올릴 것이고, CJ 또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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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수원시 |
NBC 방송은 ‘꽃보다 할배’를 수입해 리메이크한 예능프로그램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른 때’(‘Better Late Than Never’)를 제작했다. 이 쇼는 인생 황혼기에 접어든 왕년의 스타들이 여행을 통해 각 지역의 문화를 경험하고 여행 중 다양한 상황을 극복하면서 자신들의 버킷 리스트를 완성해가는 내용을 담을 예정. 1970년대 시트콤 ‘해피 데이즈’ 주연 헨리 윙클러, ‘스타트랙’에서 커크 선장으로 나온 윌리엄 샤트너, 폭스 방송의 ‘NFL Sunday’ 진행을 맡은 전직 풋볼선수 테리 브래드쇼, 세계 헤비급 챔피언을 지낸 조지 포먼 등이 출연한다. 또 ‘꽃할배’에서 이서진 역할을 한 짐꾼으로는 코미디언 제프 다이가 합류했다. 2016년 2월 방영 예정.
김윤아 기자 younahkim@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