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윤아 기자] 최근 tvN 금토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이하 ‘오나귀’)은 배우들의 재발견이라는 호평 속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드라마에서 단연 돋보였던 이정은은 서빙고역을 맡으며 주연 못지않은 존재감을 발산했다. 그는 ‘갓빙고’, ‘빙블리’라는 별명을 얻으며 ‘오나귀’ 흥행의 일등공신으로 꼽히기도 했다.
뽀글뽀글한 머리에 펑퍼짐한 개량한복을 즐겨 입던 무속인 서빙고(이정은 분)는 능청스럽고 뻔뻔하지만 언제나 신순애(김슬기 분)를 살뜰히 챙기켜 ‘츤데레’ 캐릭터로 드라마의 한 축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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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메이딘엔터테인먼트 |
“예전에 일일드라마를 할 때는 시장 아주머니들이 많이 알아보셨는데, 요즘은 편의점만 가도 알아봐줘요. 특히 젊은 층들이 많이 알아보고, 방송이랑 똑같이 생겼다고 많이 놀라더라고요.하하”
이정은 TV에서는 다소 낯선 얼굴이지만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만큼은 잔뼈가 굵은 25년차 베테랑 배우다. 한양대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1991년 연극 ‘한 여름 밤의 꿈’으로 데뷔해 지금까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 그가 영화와 드라마 등에 출연하며 대중들과 소통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3년밖에 되지 않았다.
“공연만 하기에는 무대라는 공간이 협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렸을 땐, 유명세를 쫓는 것 같은 생각에 속마음을 숨기기도 했죠. 그런데 김석윤 감독님이 어느날 ‘네가 네 이름을 알려야 작품을 보러 가지 않겠냐. 너만 재밌으면 되는 게 아니다. 네 얼굴을 알려야 네가 좋다고 생각하는 걸 다른 사람들과도 공유할 수 있다’고 말씀해주시는데 그때 많은 영향을 받아서 방송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어요.”
이정은은 2012년 영화 ‘전국노래자랑’을 시작으로 ‘변호인’, ‘조선명탐정’, ‘카트’ 등에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다. 무대와 다른 촬영 환경과 분위기로 고생을 했다던 이정은은 최근 김영애 선생님의 전화 한통에 큰 힘을 받았다.
“김영애 선생님과는 영화 ‘카트’에서 호흡을 맞췄어요. 당시 카메라의 클로즈업이 제게 들어오면 위축된다며 ‘카메라 앞에서 자유로워져라’고 조언해주셨어요. 이번에 드라마를 보시고는 저에게 ‘많이 자유로워지고 편해졌다’고 칭찬해주시더라고요. 정말 뿌듯하고, 선생님께 감사드려요.”
긴 무명시절과 적응기를 겪은 만큼 어려운 고비마다 그에게 탈출구가 된 것은 역시나 지인들의 격려였고,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어본 경험들 덕분이었다.
“연극판이 워낙 어렵다보니, 3D라고 불리는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봤어요. 돈을 벌기 위해 경동시장에서 12시간 동안 박스도 나르고, 주방 아르바이트도하고 닥치는 대로 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일 하기 위해서니까 힘든 줄 모르고 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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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은 자신의 꿈만 바라보며 살아온 배우다. 그는 고생도하며 지나온 나날들이 그의 연기 인생에 도움이 됐다고 믿는다.
“그때 많이 배웠고, 연기와 인생에 대해 겸손해지기도 했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방송 일을 시작했다면 ‘왜 나를 못 알아주나’ 원망도 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어느 날은 아줌마1이 됐다가, 어느 날은 서빙고가 됐다가 이런 삶을 사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내 삶과 체험에서 겪은 것들이 연기에서 고스란히 묻어나기도 하죠. 촬영장의 큐 사인이 떨어지면, 그 때 배우의 세상이 펼쳐지는 거고 그 전은 신경 쓰지 않아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더라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에 이정은은 손사래 치며 “예능 출연은 아직 자신이 없다. 나는 정해진 대사 안에서 약간의 에드리브를 하는 정도다. 석정이랑 친한데, 황석정은 예능 속 모습이 실제 모습이다. 거기에 타고난 사람인 것 같다. 나는 아직 어느 작품 어떤 역으로 불리는 게 좋다. 서빙고였다가 신순애로 변신했다가 마트 김여사로 그렇게 불리고 싶다”고 배우로서의 열정을 보였다.
이어 존경하고 친한 배우로 오달수를 꼽았다. 그는 “오달수 형은 확실히 무당스러운 모습이 있다. 예사롭지 않다. 몸에서도 코미디의 박자가 넘친다. 보고 있으면 참 배울만한 부분이 많은 사람”이라며 “요즘 천만 배우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그 타이틀은 부럽지 않다. 나도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 한다”고 덧붙였다.
“역할은 가리지 않을 거 에요. 악역도 해보고 싶어요. 특히 가장 선한데, 가장 나쁜 걸 갖고 있는 최경장(임주환 분) 같은 역할도 해보고 싶고요. 그리고 제가 여진구 씨를 참 좋아하는데, 여진구의 이모나 엄마 역할도 꼭 한번 하고 싶네요. 하하.”
김윤아 기자 younahkim@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