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교복을 입고 근육질 몸을 자랑했던 배우 권상우가 어느 새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이 같은 변화에 영화 ‘탐정’을 통해서 권상우는 대중들과 좀 더 친숙한 모습으로 소통하기 위해 큰 변신을 시도했다.
“제가 해야 하는 역할은 이제 나이에 맞게 변해가고, 그걸 받아드려야 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이제 교복도 못 입고 대학생 커플 연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죠(웃음). 그런 것들을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나 싶었어요. 대한민국 모든 사람이 (제가) 두 아이의 아빠라는 걸 아는데, ‘권상우는 아빠로서 어떤 모습일까?’ 그걸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었죠. 또 그걸 유쾌하게 보여드리면 더 좋겠다 생각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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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실제로 권상우는 ‘탐정’에서 아빠 권상우의 모습을 연상할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두 아이의 아빠인 점은 현실과 똑같은 설정이었지만, ‘탐정’에서 권상우가 연기한 강대만이라는 캐릭터는 제대로 돈도 못 벌어오며 아내의 눈치를 보며 살아갔다. 그런 부분에서 진짜 권상우는 집에서 어떤 모습인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물론 (캐릭터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어요. 저는 축구하는 걸 좋아하는데, 보통 토요일에 촬영이 없으면 매니저와 축구를 하러 가죠. 거기 가서 3시간 정도 땀을 흘리고 와요. 전 운동하러 헬스장에 가면 갇힌 느낌을 받아서 러닝머신은 안 하거든요. 대신 주말에 축구하러 가서 뛰는 걸 좋아하는 거죠. 갈 때 아내(손태영)가 보내주는데, 유독 토요일에 아내가 피곤해 보인다거나 그러면 갈 때 강대만 같은 마음이 들어요. 축구용품 가방은 다 준비했는데, 가져나오기 힘들 때 미리 차 안에 넣어 놓는다거나(웃음). 그런 정서가 저도 분명히 있어요. 아마 유부남이라면 다 가지고 있을 걸요?”
‘탐정’은 권상우가 4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작품이다. 권상우에게 공백기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는 드라마 혹은 해외 활동을 통해서 꾸준히 팬들과 만나왔다.
“중국에서 작품도 하고, (한국에서) 드라마도 찍고 나름 공백 없이 지냈어요. 영화는 4년 만이지만요. 일본에서도 일 년에 2-3번씩 크게 팬 미팅을 하는데, 그렇게 하는 배우는 제가 유일한 걸로 알고 있어요. 전작들이 흥행이 잘 안 된 경우가 많아서 이번엔 더 심기일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죠. 저랑 같이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저에 대해서 잘 아는데, 절 모르는 사람들은 어렵게 생각하더라고요. (‘탐정’이) 그렇지 않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제가 앞으로 연기하는 데 있어서 새로운 터닝 포인트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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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그런 새로운 터닝 포인트에 선 권상우는 ‘탐정’에서 몸을 쓰는 액션보단 관객을 웃기는 입장을 맡았다. 이렇게 그가 웃긴 캐릭터로, 망가지는 모습을 서슴없이 보여준 적은 없었다. 그렇게 그간의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마음먹었을 때 그의 생각은 어땠을까.
“이 영화를 선택한 궁극적인 이유는, 아이와 와이프 사이에서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때를 부리는 캐릭터가 매력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걸 재미있게 하고 싶었죠. 그래서 그냥 유쾌하게 내 모습대로 재미있게 하자고 생각했었어요. 또 ‘탐정’을 통해서 영화 하는 사람들에게 권상우가 그래도 유연하고, 같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게 목표예요. 그리고 앞으로 ‘탐정’보다 더 한 코미디영화도 대표작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이왕이면 ‘탐정’이 잘 돼서 시리즈물을 하는 거겠죠(웃음).”
“사실 이 영화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저에겐)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몇 개월 동안 현장에서 연기하고 그곳에 있다는 게 감사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죠. 스태프들과 같이 밥 먹고 이런 부분들이 저는 좋은 영화였다고 생각해요. 이제 평가만 남았어요.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좀 더 뭔가 여유가 생기고 내려놓을 건 내려놓고 그렇게 다가갔던 것 같아요. 물론 가장으로서의 어깨도 무겁죠. 그렇지만 저는 제가 가족을 위해 뭔가 나서서 하는 게 편한 사람이라, 사실 그런 관점으로만 접근하면 일을 할 수 없겠죠.”
아마 권상우는 ‘탐정’을 통해 그의 바람대로 관객들에게 ‘아빠 권상우’의 모습을 제대로 선보이게 됐다. 물론 강대만과 권상우는 다른 사람이지만, 아내를 사랑하고 아이를 생각하는 남자라는 점은 분명하다.
“아들 룩희가 영화 촬영 현장에도 왔었어요. 촬영감독님이 레일도 태워주시고, 모니터 보고 슛도 외치고(웃음). 룩희에게 그런 기억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그런 걸 못 받아봤거든요. 어릴 때 기억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요. ‘탐정’이 룩희가 기억하는 첫 영화 현장일 것 같기도 하고, 여러 가지도 의미가 많네요.”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