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주연 기자] 국내 시청자들에게 법정 드라마가 소개된 것은 꽤 오래전 일이다. 무정한 사회 속에서 정의를 실현하고 인권을 보호하려는 드라마 속 법조인들은 여러 가지 사건과 사연, 인물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왔다. 이에 법정드라마들의 발자취를 좇아 의미 있는 굵직한 작품들을 되짚어본다.
◇ 홍변호사 (1980)
‘홍변호사’는 국내 최초의 법정드라마이자, 사법계 선구자로 추앙받는 ‘대한민국 1호 변호사’인 홍재기 변호사에 대한 오마주를 담았다. 당시 ‘수사반장’, ‘형사’ 등 경찰 중심의 수사드라마들이 인기를 얻던 가운데 ‘홍변호사’는 각종 범죄 사건에 대해 경찰이 아닌 변호사의 시점을 이야기를 다뤘다. 그러나 신군부 집권과 함께 7개월 만에 종영됐다. 이후 ‘홍변호사’ 부활이 검토되고 법률 상식을 풀어주는 ‘출동 홍변호사’(1996) 방영될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 박봉숙 변호사 (1994)
시추에이션극 형식의 법정드라마 ‘박봉숙 변호사’는 국내 첫 여성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세웠으며 여성 및 소외계층의 권익과 민권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았다. 박 변호사가 의뢰인들을 위해 직접 발로 뛰고 무료 변론을 하는 등 법을 중심으로 ‘인간사’를 따뜻하게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드라마 속 문제 해결이 법이 아닌 형민의 심성에 기대고 있다는 쓴소리를 받기도 했다.
◇ 애드버킷 (1998) · 로펌 (2001) · 변호사들(2005)
‘박봉숙 변호사’가 한 회에 한 사건을 다루는 단막극 형식을 취했다면, ‘애드버킷’은 법정의 잘못된 관행과 제도, 악성 유착 고리 등을 전면으로 다뤘고 민감한 사안에 진지하게 접근하며 법 드라마의 미니시리즈 화를 이루었다. 권력을 대변하는 국내 최대 로펌과 약자를 대변하는 작은 변호사 사무실을 선과 악에 대비해 뚜렷하게 보여주었고 미국 법정 드라마 스타일로 색다른 접근법에 성공했다.
‘애드버킷’을 시작으로 법조계를 다룬 미니시리즈의 틀이 잡히기 시작했다. ‘로펌’은 법에 대한 정의가 젊은 변호사들이 모여 법률회사를 설립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러브라인에 급격하게 휩쓸리며 정체성이 모호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권력자의 음모에 휘말리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담은 ‘변호사들’은 전문성을 갖춘 드라마로 호평을 받았으나 여성들을 종속적 인물로 그렸다는 비평을 받았다. 그럼에도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기도 했다.
◇ 신의 저울 (2008)
‘신의 저울’은 한 가족이 우발적 살인에 휘말렸음에도 법률적 서비스도 받지 못한 채 극적인 상황에 내몰린다는 설정으로부터 출발한다. 기존 법정드라마에서 쉬이 볼 수 없는 스토리 구조다. 여기에 사법연수원 동기인 두 친구의 악연과 딜레마를 통해 대한민국의 법과 정의, 진실의 상관성을 암시한다. 그러나 초반 사법연수원과 고시생의 진입과 경쟁 등이 현실감 있게 다뤄진 것에 비해 후반부로 갈수록 극적 장면이나 작위적 설정들이 몰입도를 방해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 개과천선 (2014)
‘개과천선’은 성공에 목마른 변호사가 사고 후 기억을 잃게 되고 지금껏 자신이 살아 온 인생과 법에 대한 정의에 대해 반추하는 내용을 담는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의 혼란 속에서, 강자로 분류되는 정치인, 법조인, 기업인들과의 유착관계를 세밀하게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았으나 갑작스러운 2회 조기 종영으로 인해 작품 완성도적인 면에서는 타격을 받았다.
박주연 기자 blindz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