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령씨 "감정 숨기는 경호관하다 마음껏 보여주는 연기해 행복"
태권도 5단 첫 女경호관…액션영화 주연 인생 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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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령/사진=매일경제 |
"남들은 꿈에서 대통령을 만나면 길몽이라는데, 저는 그게 일하는 꿈이에요. 요즘도 가끔씩 꾸곤 합니다."
수련 씨(본명 이미령·34)는 늦깎이 신인 배우지만 경호원으로선 베테랑입니다. 그는 태권도 5단으로 2004년 대통령 경호실의 첫 여성 경호관 공채에 합격해 2013년까지 10년간 근무했습니다. 이화여대 영문과를 나와 공중파 방송 리포터로도 일했던 그가 경호원의 세계에 매료된 까닭에 대해 물었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경호실 공채 소식을 접하고 흥미가 생겼어요. 어릴 때 발레교습소 대신 태권도장을 보내달라고 했을 만큼 운동을 좋아하기도 했고요."
그는 합격 후 6개월간 합숙하면서 공수, 유격, 해상특공, 사격 등 특수훈련을 받았습니다. 경호 임무에 배치되지 않는 날에도 교육과 훈련은 반복됐습니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청와대 연무관에서 운동하는 걸로 일과가 시작돼요. 그렇게 10년을 보냈습니다. 지금도 그 시간이면 눈이 절로 떠져요."
여성 경호관에게 '여성스러운 삶'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훈련도 업무도 남녀 구분 없이 수행할 뿐만 아니라 외모를 꾸밀 여유도 없습니다. 그는 "옷 안쪽에 방탄조끼나 이런저런 장비를 갖추고 있어야 해서 넉넉한 사이즈의 남자 정장을 맞춰 입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쉬는 시간에도 선배들과 축구를 하면서 보냈다"고 덧붙였습니다.
경호관 시절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습니다. "대통령 일정 때문에 관할경찰서에서 관련 담당자들이 모였는데, 서장이 부하 여직원에게 하듯이 저한테 '나, 커피'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한 잔 타서 갖다주고 회의 때 '청와대 경호실 담당자입니다'라고 소개했더니 당황하더라고요."
7급으로 시작해 5급 사무관 승진을 앞두고 그는 사표를 냈습니다. 주변에서 그를 두고 미쳤다고 했습니다. 선후배 동기들이 매일 밤 그의 관사를 찾아 만류했습니다. 수련 씨는 "대통령 경호실은 저에게 친정 같은 곳"이라며 "승진까지 하게 되면 여기서 못 나가겠구나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안 해본 일에 대한 후회가 더 클 것 같았어요. 10년의 세월을 버리고 나오는 게 아니고, 그 경험들을 품에 안고 다른 일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경호실을 그만두고 그는 6개월간 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 몇 시간이고 가만히 앉아 있는 여유를 가져본 게 10년 만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충전을 하고 돌아와 이런저런 일을 했습니다. 통역, 의전 및 경호 인력을 연결해주는 업무를 비롯해 광고모델도 했습니다. 그러다 연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경호관은 감정도 표정도 숨겨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저도 제 감정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연기는 정반대니까, 내 안에 이런 감정이나 캐릭터가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과정이어서 너무 좋았어요. 평생 해도 의미 있는 직업이겠다 싶었습니다."
늦깎이 도전에 대한 불안감보단 기대가 크다지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부모님입니다. 그는 "딸의 대통령 경호실 명함이 든든하고 자랑스러웠다고 하셨는데 나중에 '내 딸 배우야'라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실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현재 제작 중인 액션영화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됐습니다. 그는 "그동안 몸 쓰는 일을 했으니까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