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SBS 새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첫 회는 막상 뚜껑을 여니 전개가 조금 느슨했다. 라면에 비유하자면 조금 불어버린 느낌이었다.
5일 오후 방송된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어린 이방원(남다른 분)과 분이(이레 분), 땅새(이방지, 윤찬영 분)의 운명적 첫 만남, 정치적으로 대치한 고려 말 장군 이성계(천호진 분)와 이인겸(최종원 분)의 신경전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이날 방송에서 이성계는 정몽주(김의성 분), 홍인방(전노민 분) 등 신진사대부들의 신임을 쌓으며 고려를 지켜낼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정도전(김명민 분)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이성계 덕분에 원과 전쟁을 피할 수 있게 됐다”는 사대부들의 말에 “그리 믿지는 마라”며 이성계의 검은 속내를 암시하는 듯한 말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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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BS 방송 캡처 |
정도전의 눈치는 틀리지 않았다. 과거 이성계는 가족처럼 따르던 조소생(안길강 분)을 배신하고 야망 가득한 아버지 이자춘(이순재 분)의 명에 따라 쌍성총관부 성곽 문을 적군에 개방했던 것. 또한 조소생까지 직접 죽이며 배신의 정점을 찍었다.
이성계의 이중성을 눈치챈 건 정도전 뿐만은 아니었다. 정치적 연적이었던 이인겸도 자신의 앞길을 방해하는 이성계를 견제하기 위해 그의 배신 행적을 담은 가면극을 준비했고, 아연실색하는 이성계에게 “괜찮다, 사내가 큰일을 도모하다보면 있을 수 있는 일 아닌가. 하지만 사대부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라며 그의 정치 생명을 위협하려 했다.
결국 이성계는 이인겸 앞에 고개를 숙였다. “제발 한 번만 살려달라”는 이성계 말에 뱀처럼 교활한 이인겸의 미소가 겹쳐 두 사람의 앞날에 먹구름이 낄 것을 예감케 했다.
이방원, 분이, 땅새의 어린 시절도 함께 그려졌다. 이방원은 개경 구경에 나섰다가 후미진 골목에서 거지들에 납치를 당하며 분이, 땅새와 처음 마주했다. 이들은 아낙들이 사라지는 사건에 이인겸이 연루됐다는 생각에 그의 집을 염탐했고, 아낙들을 납치한 이유가 돼지에게 젖을 먹이기 위함이라는 걸 알고 분개했다. 조선 건국을 이끌어갈 이들의 충격적 첫 만남이었다.
‘육룡이 나르샤’는 첫 회에 이처럼 방대한 내용을 담아내며 화려한 볼거리들을 제공했다. 오프닝에서 유아인, 변요한, 김명민을 등장시켜 시청자의 시선을 빼앗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너무 방대한 얘기를 보여주려는 욕심 탓일까? 아우르려는 인물이 많다보니 극 전개의 속도는 더뎠다. 중반 이후부터는 지루한 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사람이 돼지에게 젖을 먹이는 설정, 이성계와 조소생의 대치 상황 등 허구의 강렬한 에피소드가 순간순간 자극을 주긴 했지만 이야기 자체기 힘을 가지진 못했다. 5분의 오프닝이 준 강렬함은 인물소개에 치중한 전개에 묻히고 말았다.
물론 배우들의 호연, 역사와 픽션의 적절한 조화 등 ‘육룡이 나르샤’의 미덕은 여럿 있다. 그럼에도 드라마에 있어서 극적 스피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 앞으로 남은 49회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선 제작진이 이를 간과하지 말아야겠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