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아이돌 가수들의 일거수 일투족 모두가 청소년들의 관심사다. 그들의 패션, 메이크업, 노래 등은 물론이고 일상 사진, SNS 코멘트 하나까지도 강한 전염성을 지니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지난 1990년대 중반 국내에 H.O.T, 젝스키스 등 1세대 아이돌이 등장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들의 캐릭터 상품이 불티나게 팔렸고, 스타의 집에서 주둔하는 ‘사생팬’이란 개념도 생겨났다. 게다가 라이벌 그룹 팬들 사이 싸움이 일어나기까지 했다. 이후 아이돌은 청소년 문화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아이콘이 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아이돌 노래 가사의 파급력은 무시할 수 없는 문화 파워였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난 알아요’란 파격적인 데뷔곡으로 일약 스타가 된 이후 서태지가 ‘문화대통령’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건 사회 전분야를 아우른 가사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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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스타 DB |
그는 ‘발해를 꿈꾸며(통일)’ ‘교실이데아(주입식 교육)’ ‘컴백홈(청소년 가출)’ 등 사회적인 내용을 대중적인 가사로 녹여내면서 청소년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또한 그의 팬 역시 사회단체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며 음악저작권 문화 개선, 사회 공익 활동 등을 해나갔다. 이런 움직임이 그의 가사로부터 영향력을 받지 않았다고는 부인할 수 없을 터.
싱어송라이터에서 만들어진 기획 아이돌로 넘어가는 H.O.T나 젝스키스 시대에도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노래들은 계속 등장했다. ‘전사의 후예(학원 폭력)’ ‘학원별곡(성적 만능주의)’ ‘늑대와 양’ 등 현실을 자각하게 하는 여러 노래들이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2000년대 접어들면서 아이돌 속 싱어송라이터가 거의 전멸하다시피 하면서 가사들은 각인되기 쉬운 사랑, 이별 등의 소재로 가벼워졌다. 이후 비스트 용준형, 블락비 지코, 빅뱅 지드래곤 등 아이돌 사이에서도 다시 자신의 노래를 직접 만드는 이들이 등장했지만, 이들이 쓰는 가사들 대다수는 사랑, 이별에 관한 것이었고, ‘나’에 집중하거나 현재를 즐기라는 메시지만 실었다.
물론 이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계속 제기돼 왔었다. 대중가요 가사 90%가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으며, 미국의 마이클 잭슨이 사랑뿐 아니라 세계평화, 인종차별 지양, 폭력에 대한 비판, 삶에 관한 노래 등 다양한 테마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과 비교할 때 개성해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 있었고(홍연주, 2011), 국내 음악 산업 구조가 다양성이 존재해야할 음악의 획일화를 가져왔으며 이는 특정 장르와 소비자, 기획사 편중 현상으로 나타났다고 우려(유승종, 2012)도 있었다.
그럼에도 지난해부터 올 9월까지 온라인음원차트 10위권 내 아이돌 노래 가사를 분석해봤을 때 개선된 점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곡은 ‘0’에 가까웠다.
아이돌은 정말 기획상품에서 그칠 수밖에 없는 것일까. 혹은 이들에게 ‘마이클잭슨’을 바란 게 무리였을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다.
<참고문헌>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 2010 춘계학술대회 논문집」-‘한국 대중음악 산업의 구조적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한 논의’, 유승종, 2012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 논문지」-‘한국 대중가요 노랫말의 특성에 관한 담론’ 홍연주, 2011
‘국내 아이돌 음악에 대한 청소년 인식 연구’, 류희선·진소연, 2012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