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사랑’에 폭 빠진 아이돌 가수들의 가사는 내용면에서 다양성을 획득하지 못하고 현실적 메시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청소년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들의 노래 가사가 연애, 이별, 자아도취에만 집중분포돼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이미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은 상태.
그렇다면 실제 작사가들의 생각은 어떨까. SG워너비, 걸스데이, 휘성, 거미, 비스트, 포미닛 등 다수 가수들의 노랫말을 담당한 작사가 황성진 씨와 에프엑스, 샤이니, 아이유, 인피니트, 카라 등 아이돌 가수들 곡에 참여한 작곡 겸 작사가 심은지 씨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Q. 요즘 아이돌 가사 트렌드를 설명해달라.
황성진(이하 황) : 남자아이돌 경우 본인이 중심이 돼 세상이 바뀌거가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는 내용이 대부분이고, 여자 아이돌은 큐티, 섹시, 청순 등 그룹 콘셉트에 따라 가사도 달라진다. 또한 ‘나’라는 1인칭 화자가 ‘너’라는 2인칭 청자에게 말하는 구어체형 가사가 많다.
심은지(이하 심) : 직설적인 가사가 대세다. 비유나 어려운 표현이 들어간 시적인 가사보다는 쉬운 가사들이 요즘 트렌드다.
![]() |
↑ 디자인=이주영 |
Q. 예전에 비해 사회성 짙은 아이돌 가사를 찾아보기 어려운데, 이유는?
황 : 대중들이 네거티브, 마이너 성향의 노래나 가사를 더 이상 찾지 않는 추세로 바뀌었다. TV에서 어두운 성향의 프로그램보다 밝은 예능이 득세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그렇기에 사회성 짙은 가사나 무거운 주제는 더더욱 좋아하지 않는다. 또한 공익성 띈 가사도 흥행하지 못한다는 징크스가 있다. 가요계가 이런 일을 여러 번 겪다보니 사회성 짙은 가사들을 쓰지 않는 것 같다.
Q. ‘사랑’ 일색인 요즘 아이돌 가사가 청소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심 : 사랑을 노래하는 가사가 청소년에게 직접적인 영향은 오히려 예전보다 크지 않은 것 같다. 감성을 자극하려는 류의 가사들이 많아져 리스너들의 마음을 채워주는 정도이지 않나.
Q. 싱어송라이터형 아이돌들의 가사 패턴도 사회적 메시지보다 ‘나’에 집중하고 있다. 이유는?
심 : 요즘 ‘아이돌’은 기획된 거란 이미지가 강해서 그들이 던지는 사회적 메시지가 대중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까라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편견이 걷히지 않는 한 차라리 내 얘기를 하는 게 대중의 공감을 사기에 거부감이 없지 않을까 싶다.
Q. 작사가로서 혹시 답답한 점은 없었을까?
황 : 예전처럼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가사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아이돌들도 이런 노래를 많이 불러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요즘 아이돌은 팬덤에 좌지우지된다. 만약 팬덤에서 원치 않는다면 아이돌이 이런 노래를 부르고 싶어도 못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세월호 사고가 터졌을 대에도 가요계 일부 기획사는 제몸 챙기기에 바빴다. 범국민적으로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야 할 때 아이돌들도 참여해 사회적인 노래가 순위권 안에 든다면 업계 분위기도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Q. 앞으로 아이돌 가사의 방향은 어떻게 전망하나?
황 : 아쉽게도 지금보다 더 자극적인 방향으로 갈 것 같다. 하지만 기존 창작자나 제작자, 팬덤이 좀더 열린 시각을 가진다면 지금보다는 더 아름다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