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지탱하는 두 기둥 혹은 건물이 있기에 줄에 오르는 남자가 있다. 줄 위에서 조용히 집중하며 걸을 때, 행복감을 느끼는 그가 이번엔 전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412미터의 건물 사이에 줄을 매달았다. 물론 그 어떤 안전장치도 그와 함께하지 않는다.
‘하늘을 걷는 남자’는 무명 아티스트 필립(조셉 고든 레빗 분)이 미국 월드 트레이드 센터 사이에 줄을 잇고, 그 곳을 걷는 도전을 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영화다. 어릴 적부터 묘기에 남다른 재능을 드러낸 필립은, 우연히 줄타기에까지 흥미를 느낀다. 그러던 중 치과에 비치된 잡지에 실린 월드 트레이드 센터 건설 소식을 접하고 그 곳에 줄을 매달아야 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저 꿈이 아니라 정말 현실적으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필립은 파리에서부터 영어를 사용하면서 한 계단씩 밟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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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주위에서 자신을 조력해줄 친구들을 모은 필립은, 본격적으로 뉴욕으로 향하기 위해 줄타기에 대한 지식을 쌓기 시작한다. 그는 오만코프스키 서커스 단장으로, 자신의 멘토가 된 파파 루디(벤 킹슬리 분)로부터 줄을 메는 방법부터 무대 매너까지 탄탄한 기본기를 다진다. 이후 뉴욕으로 넘어온 필립은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매일같이 찾아가며 그 곳의 구조를 익힌다. 구조를 익히면서 어떻게 하면 몰래 옥상에 올라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두 건물 사이에 줄을 잇기 위해 치밀한 작전을 세운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오랜 시간동안 꿈꿔왔던 줄타기를 하게 된 필립은 412미터라는 어마어마한 높이에서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걷는다. 떨어지면 사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필립의 줄타기를 보고 있노라면 절로 손에 땀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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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더욱 놀라운 점은 ‘하늘을 걷는 남자’에서 무모한 도전을 감행하는 필립이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이라는 것이다. 1968년 세계 최고 높이의 뉴욕 쌍둥이 빌딩 건설소식을 접한 스무 살의 무명 아티스트 펠리페 페팃의 실제 이야기다. 지상 412미터의 높이, 42미터 간격이자 현재는 9.11 테러로 사라진 월드 트레이드 센터 두 타워 사이를 잇는 한 줄의 와이어만으로 가장 완벽한 무대를 만들며 45분간의 압도적인 경험을 제공했던 펠리페 페팃은, 당일 전 세계 신문의 헤드라인 뉴스를 장식하기도 했었다. 같은 날 발생했던 닉슨 대통령의 사임 소식을 제치고 1면에 올랐을 정도로 큰 충격을 안겨 준 것이다. 이 이야기는 ‘20세기 최대의 예술 범죄사건’이자 월드 트레이드 센터 고공 횡단에 관한 숨 막히는 기록이라고 언급되고 있다.
오는 28일 관객을 만나는 ‘하늘을 걷는 남자’는 IMAX로도 개봉된다. 최근 ‘에베레스트’ ‘앤트맨’ ‘마션’ 등이 IMAX로 개봉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특히나 ‘하늘을 걷는 남자’는 IMAX 상영을 위해 만든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생생한 느낌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옥상에 선 필립의 시선에서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바라볼 땐,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꽉 쥐게 될 것이다.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