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배우 이선균에게는 ‘버럭, 짜증 연기의 1인자’ ‘로맨틱 가이’ 등 수식어가 붙는다. 부드러운 면모를 보인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 부터 까칠한 셰프로 등장한 ‘파스타’, 찌질한 형사로 분한 ‘체포왕’ ‘내 아내의 모든 것’ 등까지 마치 실생활처럼 내보이기 때문이다. 또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또 상업영화와 다양성 영화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이선균 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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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CJ E&M/ 디자인=이주영 |
특히, 이선균은 작년 ‘끝까지 간다’로 관객들의 심장을 조이더니 조진웅과 백상예술대상 남자 최우수상을 공동수상하기도 했다. 때문에 차기작 ‘성난 변호사’의 이선균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관심으로 이어졌다. 이번 작품에서는 어떻게 극을 이끌어갈지, 상대 배우와의 캐미는 어떨지에 대한 기대 말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는 ‘역시’라는 반응으로 이어졌다. 이선균은 전작과 다른 ‘뺀질함’부터 ‘얄미운’ 면모, 버럭하지만 인간적인 면모로 극을 힘 있게 이끌었다.
“여러 장르가 섞인, 그냥 편한 오락영화다. 진지하게 가면 안 된고, 추리로 심각해도 안 된다. 여러 장르가 믹스된 작품이니 마음 편하게 극을 즐기면 된다.”
액션이면 액션, 스릴이면 스릴, 범인이 누군지 쫓게 되는 스토리라인에 이선균은 ‘장르가 믹스된 영화’라고 ‘성난 변호사’에 대해 설명했다. 사실 여기에 이선균표 버럭과 얄미운 면모까지 더해진 셈이다.
“혼자 극을 이끌어 가기 때문에 버거운 면도 있지만, 견인해서 다 함께 잘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표현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극 중 사건의 흐름대로 움직여야 할 뿐 아니라 혼자 극을 다 이끌어가기 때문에 당연히 부담은 피할 수 없는 숙제였다. 하지만 이선균은 이를 동문이자 감독인 허종호와 극을 박진감 넘치는 작품으로 완성시킬 수 있었다.
“동문이라 촬영을 결정지은 것은 아니다. 사실 ‘카운트 다운’ 전에 ‘성난 변호사’ 시나리오를 본 적 있는데, 당시 여건 상 진행이 안 된 줄 알았다. 그러다가 2009년에 허종호 감독과 얘기를 하다가 다시 ‘성난 변호사’를 떠올리게 된 것이다.”
이선균은 “동문인 것도 동문인 것이지만, 변호성이라는 캐릭터가 재밌다고 생각됐다”고 덧붙이며, 허 감독과의 인연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대학시절 함께 했는데, 이렇게 다시 작품으로 만나게 된 것이다. 허 감독도 나도 아직 영화계에 있는 것도 신기한 데 같은 작품으로 뭉친다는 것도 축복이고 영광이다. 두 번 다시 올 수 없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친구로서 감독으로서,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일수도 모르는 것이다.”
‘하다보면 한 작품에서 만날 수도 있지’ 라고 이선균과 허 감독의 만남이 뻔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감독으로서 한 작품 해내기가 워낙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허 감독과 동문 중 이선균처럼 극을 차지게 표현할 배우는 없었을 것이다. 때문에 허 감독은 허 감독대로 감사한 마음을, 이선균은 이선균 대로 작품을 함께하는 것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잘 알기에 쉽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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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CJ E&M |
“보통 감독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허 감독과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 대신 ‘왜 안됐느냐’는 말을 거침없이 하면서 서로가 자기 성찰을 하기도 했다(웃음). 이견이 있었기 때문에 언성을 높이는 일도 있었다. 대본 얘기로만 3, 4개월을 했으니까 말이다.”
친구 대 친구이자 감독과 배우이기 때문에 작품에 대해 더욱 적극적일 수밖에 없고, 서로 더 잘 되길 바라기 때문에 더 솔직해질 수밖에 없다. 덕분에 ‘성난 변호사’는 쉴 새 없이 달리는 듯한 작품으로 탄생될 수 있었다.
이선균은 허 감독에 대해 “추격신은 허 감독이 좋아할 뿐 아니라 그의 장점이기도 하다. 학교 다닐 때부터 독특해서, 빨리 입봉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던 친구”라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작품을 만들 때도 서로에 대한 배려가 녹아들 수밖에 없었다.
“이대 추격 장면 후 지하철 장면이 있는데, 사실 농구를 하는 장면이었다. 내가 대학 시절 농구를 좋아했기 때문. 하지만 예전만 하지 못한 것(?)을 알고 시나리오를 바꾸게 된 것이다.”
특히 이선균은 ‘성난 변호사’에 대해 “표준 계약서대로 찍었다”라며 “시간에 맞춰 깔끔하게 찍었다. 밥 먹는 시간 빼고 10시간 찍은 것이다. 그 시간 안에 아이디어가 잘 나와서 뛰어넘고 빠지고 들어가고 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힘들지 않고 즐겁게 촬영에 임할 수 있다고 밝히며 이선균의 말에서 ‘성난 변호사’에서 유독 자유로워 보이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이제껏 이선균이 내보였던 짜증 연기, 로맨틱한 면모, 찌질한 면이 ‘성난 변호사’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말투나 눈빛이 더욱 차지게 느껴진다.
“좋은 작품을 만나서 좋게 봐주면 좋지만, 작품 안에서는 모두 현실적인 인물이다. ‘끝까지 간다 ’ ‘화차’는 억울한 상황에 놓인 인물이었고 짜증내는 것도 내가 생각했던 호흡 느낌을 관객들이 공감해 주니까 따라와 주는 것 같다. 로맨틱 가이라는 말을 좀 느끼하지만, 나에게 그런 부분도 있긴 한 것 같다(웃음). 찌질한 면모는 어느 남자들에게 다 있는 것 같다. 홍상수 감독의 작품 안에 있는 짜증은 그 상황에 닥치면 어쩔 수 없는 장면들이 있다. 하지만 ‘로맨틱가이’ ‘버럭 캐릭터’ 등 수식어들은 최근 작품 포지션에서 나온 것이다. 다음에는 포지션이 또 달라지지 않을까.”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