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배우 김보라입니다. 최근 MBC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에서 차예련 언니가 맡은 강일주(구 백상희)의 아역으로 등장했어요. 그 때에 (김)새론이, (남)주혁 오빠와 정말 재밌게 촬영했는데 다행히 방송분도 좋은 반응을 얻어서 기뻤답니다. 저희 셋이 만나면 얼마나 시끄러운지 아마 옆에 있으시면 귀를 막으실 거예요.(웃음) 짧은 시간이었지만 좋은 추억이 됐어요.
◇ ‘화려한 유혹’, 짧지만 참 뜻 깊었던 작품
‘화려한 유혹’의 초반 4회 정도에 저와 새론이, 주혁 오빠가 함께 했어요. 주인공들의 아역으로 등장해 ‘오프닝’을 맡은 셈이죠. 감독님께서 저희에게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하셨어요. 아역이 이끌어가야 하는 거라고요. 당연히 그 점에선 부담이 되긴 했죠. 후반부로 갈수록 내용이 심각해지기도 하고, 연기적으로 변화할 부분들이 많아서 신경 쓸 것도 많았거든요.
제가 맡은 백상희(훗날의 강일주)는 참 ‘롤러코스터’같은 친구였어요. 친아버지인 강석현(정진영 분)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래도 신은수(김새론 분)와 진형우(남주혁 분)에게 우정으로 가가가요. 그러다 형우를 좋아하게 되는데 아버지를 만난 후부터는 독하게 변하죠. 형우한테 집착하고, 은수가 유일한 친구라 좋아하긴 하지만 형우를 놓치기는 싫고. 심리적으로 복잡한데 티 내면 안 되고요.
이렇게 복잡하다보니 자꾸 은수 눈치를 보게 되더라고요. 은수가 위로해주고 걱정하는데 그걸 받는 마음도 심란하고 진짜 본심을 들키고 싶지 않으니까요. 저는 은수한테만큼은 진심으로 대하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떠보는 식으로 한 번 해보자’고 주문하신 장면들이 꽤 있어요.
처음엔 저도 정말 모르겠더라고요. 어느 부분에서 진심으로 말하고, 어느 부분에서 상대를 떠봐야 하는지 감이 안 오는 거예요. 그런데 조금씩 촬영을 하다 보니 느낌이 오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상희라는 아이는 숨기는 마음이 많은 아이잖아요. 그래서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부분까지 신경써서 그런 복잡한 심경을 디테일하게 드러내려 노력했어요. 뭔가 ‘찾아가는’ 재미가 정말 많았던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어요.
◇ 정말 ‘최고’인 배우들을 다 만났어요
그래도 아역 촬영할 때 제 또래 친구들이 나오니 촬영이 재밌었어요. 시청률이 오르고 나서 그걸 캡처해서 새론이가 저희 셋 문자 단체방에 보내줬어요. 그리고 서로 재밌는 기사 나오면 보내주기도 하고요. 새론이가 주혁 오빠와 키스신 한 후에 걱정된다고 하는 거예요. 아무래도 주혁 오빠가 팬이 많으니까. 그래서 제가 ‘다음 주는 내 차례야’ 라고 말해주기도 했죠.(웃음)
진짜 저희 셋은 장난꾸러기들이에요. 남주혁 오빠는 제가 오빠를 때리는 장면에 ‘오빠 때리지 말라’는 댓글이 있었는데 그걸 캡처해서 저한테 보내더라고요. 그래서 전 ‘더 때리려다 말았다’고 쿨하게 말해줬어요. 둘이 있으면 갑자기 ‘뜬금없는 상황극’을 하기도 해요. 좀 이상하게 놀죠.(웃음)
아무래도 나이가 비슷해서 편해요. 새론이는 예전부터 아는 사이였어요. 남주혁 오빠와는 드라마 ‘후아유-학교2015’를 같이 했는데 붙는 장면이 한 번도 없어서 이번 작품에서 많이 친해지게 됐고요. 셋이 말도 잘 통해요. 드라마 안에서 셋이 놀러가는 장면이 있는데 그 때에는 분명 촬영하러 온 건데 진짜 놀러 온 기분이 나더라고요. 새론이가 그 때 그랬어요. ‘나 지금 너무 행복해. 촬영장이 너무 편해.’라고요. 저도 같은 심정이었어요.
물론 또래들도 고마웠지만 저는 정진영 선배님과 나영희 선배님께 배운 것도 많고 연기하시는 걸 보면서 감명도 많이 받았어요. 정진영 선배님이 제 아빠인 걸 알고 제가 독한 말을 쏟아내는 장면이 있어요. 당시에 제가 교정을 하고 있어서 발음이 많이 뭉개졌는데, 발음이나 연기도 신경써야 했고, 대선배님 앞에서 하니 더 떨렸어요.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많아서 힘들었어요.
↑ 사진제공=싸이더스HQ |
하지만 그 장면이 끝난 후 정진영 선배님께서 어깨 두드려주면서 ‘많이 힘들었지’ 해주시는 거예요. 감독님께서 그 장면을 정말 마음에 들어하셨는데 선배님께서 제게 ‘네가 잘해서 네가 인정을 받은 거다. 기 죽지 말라’고 격려를 해주셨어요. 감동이었죠. 뿐만 아니라 정진영 선배님으 리허설인데도 감정 잡으시고, 화면 밖에서도 실전처럼 연기를 해주셔서 상대방이 집중을 잘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정말 최고인 것 같아요.
나영희 선배님께서는 정말 카리스마 넘치는 역할로 나오시잖아요. 제가 그 앞에서 연기하는 것도 어려운데 가뜩이나 나영희 선배님과 붙는 장면이 하나같이 어려웠어요. 그런데 나영희 선배님께서 늘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특히 제가 엄마가 죽고 재를 뿌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때에 선배님께서 시범도 보여주시고 ‘이 장면에서만큼은 네가 주인공이야’라면서 격려를 해주셨어요. 감동이었죠. ‘화려한 유혹’으로 정말 많이 배웠어요.
◇ 연기 하려고 한 게 아닌데, 이렇게까지 왔어요
저는 10살 때 처음으로 연기를 시작했어요. 연기를 시작한 계기요? 사진관에서 큰 액자를 준다고 해서 어머니께서 그걸 받으려고 사진을 찍었는데, 그 사진을 본 연기 아카데미에서 저를 보내주면 무료로 가르쳐준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렇게 아카데미에서 오디션을 보고 그랬어요. 광고도 하고, 재연배우도 많이 하고. 그러면서 한 작품, 두 작품을 이어갔는데 안 끊기고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언젠가는 끊어지겠지 했는데. 신가하죠?(웃음)
작품을 사실 많이 한 건 아니에요. 1년에 한 두 작품 정도만 한 셈이죠. 꾸준하게 차근차근 하게 된 건데요. 전 이게 좋은 것 같아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전 연기 욕심이 없었어요. 누구보다 저를 잘 알거든요. 끼가 많은 것도 아니고. 사람들 앞에서 나서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중학생 때까지만 하고 그만두려고 했죠.
그러다가 드라마 ‘정글피시2’를 하게 됐어요. 그 때 정말 재밌게 촬영을 했어요. 제가 막내였는데 오빠, 언니들이 다 정말 잘해줬거든요. 그 때 ‘아, 촬영장이 재밌는 곳이구나’하고 느끼게 됐어요. 그리고 고등학교 때엔 영화 ‘천국의 아이들’을 찍게 됐는데 그 때에는 연기 욕심을 깨닫게 된 계기를 맞았어요.
사실 그 때까지 전작들은 다 비슷한 연기를 하게 됐어요. 심심한 구석도 있었죠. 그런데 ‘천국의 아이들’에서는 제가 원래 연기했던 캐릭터들이나 본래의 저와 180도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게 됐어요. 그 순간 ‘어?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연기도 해냈으니, 다음엔 저런 연기도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 같은 것도 생기고요. 제 안의 또 다른 아이가 나오는, 연기의 재미를 알 수 있었던 순간이었어요.
↑ 사진제공=싸이더스HQ |
◇ 지금처럼 쭉 가고 싶어요. 천천히 오래도록
그렇게 하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저는 아직까진 꿈이 바뀐 적은 없어요. 농부가 되고 싶다거나 한 적은 있지만.(웃음) 그냥 이렇게 천천히 가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일단 연기적으로 배워야할 게 아직도 산더미죠. 성인이 되어서도 배울 게 물론 많겠고요. 어느 정도 준비를 해야 제가 성인 연기자로 나서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때론 많은 분들이 그런 이야기를 해요. ‘교복 연기, 아역 연기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냐’고요. 전 별로 그런 게 없어요. 전 그냥 이 모든 게 일종의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고등학생 연기 하면서도 배울 게 많고요. 교복을 벗든, 입든 연기하는 건 다 똑같잖아요. 그리고 언젠가는 제 이미지가 교복을 더 이상 입지 못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요? 그 땐 거기에 맞게 연기하면 되고요. 자연스럽게 모든 게 흘러갈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초조함 같은 것도 없죠.
전 지금처럼 이렇게 꾸준하게 하고 싶어요. 천천히. 가늘고 길게. 이런 말 하면 엄마가 ‘꿈은 크게 가지라고 있는 거다’라고 한소리 하시지만.(웃음) 전 그래요. 자연스러운 게 좋고, 즐기면서 천천히 꾸준히 올라가는 게 가장 바른 방법이라고 믿고 있어요.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