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노덕 감독의 작품은 독특하고 재밌다. 솔직하면서도 불편하지 않고 독특하면서도 이질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아무생각 없이도, 무한하게 상상하면서도 극을 즐길 수 있는 묘한 힘을 가진 감독이다.
‘연애의 온도’에서는 인터뷰 방식을 극에 넣어 신선함을 자아냈다. 인물들의 내면을 매끄러우면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즐길 수 있고 가려운 곳을 싹싹 긁으면서도 오그라들지 않는 장면으로 관객들에게 색다른 설렘을 안겼다.
그런 노덕 감독의 작품의 두 번째 작품을 본다는 것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가 또 어떻게 장면 장면을 이어갈지, 얼마나 ‘노덕스러운’ 작품을 내놓을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특종: 량첸 살인기’(이하 ‘특종’)은 ‘연애의 온도’와 교집합을 찾을 수 없었다. 색다른 장르에 전혀 다른 이야기로 ‘이 감독이 내는 색’이라는 선입견을 과감하게 날려버렸다. 작품을 통해 감독들만의 특색을 느끼기 마련이지만 ‘특종’에는 ‘연애의 온도’가 없었다. 전혀 다른 감독의 작품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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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이주영 |
Q. ‘연애의 온도’에서는 이민기와 김민희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었는데, ‘특종’에서는 조정석과 김대명에게 정말 놀랐다.
“이 배우가 이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접근보다 안 어울릴 것 같든 배우로 생각을 한다. ‘특종’은 배우들이 워낙 잘 하는 배우들이 잘 해줬다. 한 배우의 어떤 면을 끄집어낸다는 것보다 배우들이 평소 하고 싶었던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이미숙도 코미디도 즐겁게 하고 싶다고 했다.
Q. 작품을 보면 왠지 미술을 공부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어렸을 때 미술을 좋아했다. 그리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화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 학창시절 때 완전히 예체능 계열 쪽 학생이었다. 집안 사정 상 미술 공부는 못하고 일기 쓰는 것이나 끄적거리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다 대학을 서울예전 영화과에 들어가게 됐다. 그림을 워낙 좋아해 당시 애니메이션을 할까 고민도 했는데, 영화 쪽에 가면 자연스럽게 애니메이션과 연이 닿을까 싶어 온 길이 이렇게 오게 됐다.
Q. ‘특종’은 ‘연애의 온도’와 전혀 다른 장르에 얘기하는 것도 다른데 두 작품 다 왜 이렇게 공감이 되는 것일까.
“사람이 거기서 거기 아닌가. 내가 좀 겁이 없는 성격이라 대할 때 다 똑같이 대한다. ‘연애의 온도’는 은행원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이번 작품에서는 기자들에게도 많이 물어봤는데 결국은 다 똑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조정석이랑 얘기한 것이 무혁이라는 인물이 기자라서가 아니라, 거짓말을 했을 때 궁지로 몰렸을 때의 경험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조정석의 표현력이 좋아서 더 재밌었던 것 같다.”
Q. 그럼에도 조정석과 김대명이 만나는 장면은 촬영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김대명이 맡은 역할이 그냥 일반적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일상성이 느껴지는 그런 느낌말이다. 평범한 사람,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사람의 느낌.”
“복도 장면은 모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장면이었다. 스태프들을 스태프대로, 배우들은 배우들대로 모두 각자의 것을 너무 잘 준비해 줘 놀랐다. 한 장면에 대한 바람이 이렇게 모두의 마음이 똑같구나, 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이 많았던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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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복도 장면에서 조금 어두운 느낌에, 오히려 청각적으로 부각되던데. 연출된 장면인가.
“콘셉트는 다른데 공간적으로 괴기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공간 위주로 콘셉트로 말이다. 그 공간은 아무도 모르고 무혁과 용감한 시민(김대명 분) 만이 알고 있는 곳이다. 그 공간을 관객들이 보고 있는 것이고. 두 캐릭터가 동전의 양면 같지 않나. 결국에는 판타지지만, 이것을 덮어버린다는 함축적인 이야기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현실적인 터치를 한 느낌.”
“두 사람의 감정과 인물에 대해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인물들에 의해 상황이 펼쳐지고, 둘만 남았을 때 고요하게 숨을 고르는 것처럼. 눈에 그런 설정이 있었다. 두 사람을 혈투를 벌이는 데 창문을 통해 눈이 들어오지 않나. 눈도 폭설이 아니라 굉장히 낭만적인 분위기로 들어온다. 그런 아이러니함이 있다.”
Q. 이렇게 독특한 작품을 만드는 감독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마치 끝나지 않은 고3 생활 같다. 감독은 놀아도 노는 게 아니라 시간을 어떻게 안배할 지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재밌다. 내 원동력 역시 재미고 말이다.
시나리오 쓸 때 1차 관객이 나라고 생각한다. 재미없는 부분부터 다시 시작해 극의 재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재밌다. 영화는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무한한 무언가가 있지 않나.
Q. 감독 뿐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도 한 걸로 알고 있다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는 각각 다른 시각이 있는 것 같다. 이야기와 캐릭터 집중하거는 것이 작가라면 영화화 시키면서 영화 연출이나 표현의 영역을 다루는 것은 감독이다. 때로는 자아를 버리고 시나리오를 본다. 물론 혼자보다 촬영 감독 등 스태프들을 통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듣는다. 그럴 때 내 의견이 아닌 타인이 맞다고 생각이 들면 고수하는 게 맞다. 감독은 선택을 잘 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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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 두 역할을 다하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텐데
“우리나라는 시나리오 저작권 권리가 부족하지 않나. 음악은 창작자에 대한 권리가 있는데 영화는 권리가 제작사에 귀속되는 경우도 있다. 장점은 작품에 대해 작가와 감독의 의견이 달라 부딪히는 일이 없다는 거다. 시나리오를 쓸 때 의도가 남아있어 리듬감을 고민 없이 연출할 수 있고 말이다. 물론 연출에 촬영, 편집까지 작품의 책임자라는 부담이 있긴 하다만.”
Q. ‘특종’을 보고 마음의 위로를 받았는데 그런 의도도 있었던 것인가
“무혁이가 선택을 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참 용감하다고 생각한다. 진실이라는 게 진짜라고 믿는 것이고, 힘든 삶을 살지만 선택의 자유는 우리에게 있는 것이니까. 외부 환경에 부딪히기는 하지만 결국 선택을 하게 되지 않나. 결국 진실은 존재하니까. 진실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유보되는 순간의 힘도 있다. 위로를 느끼는 지점이 그곳이 아닐까 한다.”
Q. 두 작품이지만 교집합을 찾을 수 없어 차기작이 더 기대된다
“사실 멜로는 힘들다. 까다롭고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에 관심이 있다거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이야기를 시작한다. 영화를 볼 때도 호러 장르 빼고 잡식성이라, 아마 차기작은 호러는 아닐 것 같다. 아이디어를 그때그때 다른 곳에서 는 편인데, 스스로가 보고 싶은 것을 잘 생각해 보고 뭘 보고 싶은지, 뭘 얘기하고 싶은지 곰곰이 생각한다 ”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