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그녀는 예뻤다’는 주인공들의 성장과 우정과 사랑을 균형 있게 다뤄 풍부한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내 로맨틱 코미디로서 독특한 입지를 다졌다.
11일 오후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마지막 회에서는 주인공 김혜진(황정음 분)과 지성준(박서준 분)이 장거리 연애도 사랑을 지켜내며 결국 결혼에 골인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그녀는 예뻤다’는 못 생겼던 김혜진이 첫사랑 지성준을 만나고, 잡지 ‘더 모스트’ 편집팀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김혜진과 첫사랑 지성준, 김혜진의 친구 민하리(고준희 분), ‘똘기자’ 김신혁(최시원 분)이 얽히며 4각 로맨스를 펼쳐 로맨틱 코미디의 본분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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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그녀는 예뻤다 방송 캡처 |
하지만 ‘그녀는 예뻤다’는 일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라고 하기에는 ‘신드롬’에 가까울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이는 사랑과 갈등이 이야기의 중심인 일반적인 ‘로코물’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예뻤다’에는 인물들의 성장과 김혜진, 민하리의 우정이 김혜진, 지성준의 사랑만큼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일단 김혜진과 민하리의 우정은 젊은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아내는 것에 큰 공헌을 했다. 극중 김혜진과 민하리는 외모는 극과 극이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는 친구다. 하지만 두 사람 다 지성준에 빠져버리는 불상사가 벌어진다. 이럴 때 대부분 여자 캐릭터들은 사랑 때문에 배신을 하고 갈등을 빚는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의 사랑은 가짜’라는 말이 탄생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는 예뻤다’는 다른 선택을 한다. 김혜진은 민하리의 거짓말을 알고도 그를 믿고 기다려주고, 민하리 또한 고민 끝에 스스로 일을 바로잡으며 김혜진과 지성준의 사이를 응원하는 친구로 남는다. 이 과정에서 김혜진과 민하리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고 우정을 한층 더 단단하게 다지게 된다. 여자는 사랑을 우선순위에 둔다는 편견을 보기좋게 깨고 여성들이 말하고 싶었던 ‘진정한 우정’을 그려내 시청자들로부터 “이런 드라마를 원했다”는 반응을 얻어냈다.
또한 ‘그녀는 예뻤다’는 주인공들의 성장에도 주안점을 뒀다. 김혜진은 꿈이 ‘취업’인 많은 젊은이들의 표본이다. 그러다 흘러 흘러 모스트 편집팀이 됐고, 처음에는 맞지 않는 옷이라 여겼던 공간에서 글 쓰는 재미와 재능을 깨달았다. 그 끝에는 동화작가라는 숨겨둔 꿈을 다시금 꺼내 이룰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의 친구 민하리도 비슷하다. 그는 소위 말하는 ‘금수저’로, 아버지가 경영하는 호텔에 들어가 호텔리어로 산다. 하지만 그는 “나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아보고 싶다”며 모든 걸 버리고 진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집중한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천직은 호텔리어라는 걸 깨닫고 결국 다른 호텔에 취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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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그녀는 예뻤다 방송 캡처 |
두 사람의 모습은 ‘진짜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질문을 시청자에 던졌다. 극중 김혜진의 내레이션처럼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어렸을 때에는 누구나 꿈이 있지만 크면서 아무도 꿈을 물어보지 않게” 되는 경험을 한다. ‘꿈’보다는 ‘취업’이 중요해진 시대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 꿈을 찾고 이뤄가는 김혜진의 성장담을 통해 시청자들의 숨겨진 꿈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김혜진의 ‘꿈 찾기’는 결국 자아의 성장과도 맞닿아있다. 휩쓸려가듯 살아가는 우리는 김혜진이 드라마 초반 속으로 생각한 것처럼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단역으로 살아가는 인생”이라고 스스로를 느끼기 쉽다. 하지만 김혜진은 드라마의 마지막에서 “하지만 우리는 모두 조연도, 단역도 아닌 내 인생의 주연이다”라고 말한다.
김혜진을 세상의 ‘조연’으로 만든 건 그의 못생긴 외모가 아니었다. 난 ‘주인공이 될 수 없다’고 여기는 스스로의 마음가짐이었다. 김혜진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모스트 편집팀을 통해 찾았고, 도전하며, 행복을 가꿔나갔다. 외모를 가꾸는 것보다 자신의 행복을 가꿔가는 그의 모습을 통해 드라마는 시청자들에 외모, 학벌과 같은 평가 조건에서 자유로워져 스스로 진정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행복이 주는 가치를 역설했다.
‘그녀는 예뻤다’는 로맨틱 코미디라기보다는 주인공 김혜진이 스스로 성장하면서 사랑을 얻고 우정을 다지고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을 그린 성장드라마에 가까웠다. 성장드라마가 주는 성취감과 쾌감이 로맨틱코미디의 달달함과 맞물려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냈다. 시청자들은 첫사랑을 그리워하거나, 취업에 고달파하거나, 꿈을 고심하는 김혜진의 다양한 모습에 감정을 이입해 드라마를 즐길 수 있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