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배우 이동하입니다. 최근 종영한 MBC 일일드라마 ‘이브의 사랑’에서 구강민 역을 맡아서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동안 드라마에서는 조연을 하다가 갑자기 이렇게 타이틀 롤을 맡게 돼 정말 얼떨떨하고 영광이고 그래요. 어떻게 120부작이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요. 기대반, 두려움 반으로 시작했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 감사하고 행복하고. 언제 이렇게 긴 드라마를 또 할 수 있을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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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의 진폭이 컸던 ‘이브의 사랑’, 제겐 참 특별합니다
‘이브의 사랑’ 속 구강민은 굉장히 감정의 진폭이 컸던 캐릭터에요. 그래서 그 변화를 표현하기 힘들기도 했죠. 한 여자를 죽도록 사랑하지만 다른 여자와 정략결혼을 하고, 아버지를 존경하지만 그 아버지를 직접 제손으로 경찰에 신고를 하죠. 참 기구하고 어려운 캐릭터였어요.
아버지를 신고하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죄를 지었다는 것에 대한 실망감과 결국 이 죗값을 치르고 돌아오실 거란 믿음이 동시에 들었어요. 결말은 전혀 예상치 못했지만 죄를 달게 받고 나중에 귀농을 하는 구인수(이정길 분)의 모습을 보면서 ‘다 해결됐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좋았답니다.
거기에 구강민은 연애 한 번 못 해본 모태솔로에요.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던 친구인데 엄청난 사건에 휘말리고 극단적으로 차가운 사람으로 변하죠. 저와 결혼을 하게 되는 강세나에게 정말 못되게 구는데요. 강세나 역을 맡은 (김)민경 누나에게 연기를 하면서도 미안할 정도였어요. 누나가 오죽하면 촬영 끝나고 제게 “너 나 싫어하지”라고 장난으로 말을 했을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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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브의 사랑 방송 캡처 |
제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상대인 진현아를 맡은 진서연과는 때마침 동갑이어서 정말 친하게 지냈어요. 마침내 진현아가 죽은 게 아니라 진짜였음을 알고 안는 장면을 찍는데 정말 감회가 남다르더라고요. 키스신도 정말 화제가 많이 됐는데 정말 친해서 부담 없이 편하게 촬영했어요. 민경 누나나 현아가 정말 연기 호흡도 잘 맞고 성격도 좋아서 좋은 누나, 친구가 됐어요.
◇ 첫 주연작 ‘이브의 사랑’, 캐스팅 당연히 믿지 못했죠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이브의 사랑’은 정말 제게는 특별한 작품이에요. 처음에 캐스팅 확정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못 믿었다니까요. 몇 번이나 ‘장난치지 말라’고 그랬었어요. 사실 제가 드라마를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에 카메라 앞에 서는 게 걱정이 될 때였거든요. 하지만 ‘이브의 사랑’을 통해 많이 배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결심하게 됐어요. 목표가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만큼 하기를 바라지도 않았고요, 그저 좀 더 제 안의 카메라 울렁증을 없애는 거였어요. 그런데 그걸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아서 기분 좋아요.(웃음)
제가 공연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더 크게 잡은 목표는 공연할 때처럼 마음껏 카메라 앞의 연기를 즐기자는 거에요. 무대를 놀이터처럼 느끼듯이 카메라 앞도 시청자가 완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즐기는 거요. 하지만 카메라 연기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니 아직 부족하겠죠. 나중엔 연륜이 쌓여 분명 그런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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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옥영화 기자 |
‘이브의 사랑’ 하면서 무엇보다 이정길, 양금석, 금보라 선생님께 배운 게 정말 많아요. 보기엔 다들 한 카리스마 하시는데 진짜 엄마, 아빠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진심으로 챙겨주세요. 연기 팁도 많이 주시고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 그래서 더 편하게 한 것도 있어요. 어디서 이런 분들을 제가 만날 수 있겠어요. 정말 영광이었죠. 어떤 때에는 ‘와, 내가 진짜 이걸 하고 있는 게 맞나’고 생각할 정도로 드라마를 하고 있는 게 꿈같이 느껴지기도 했답니다.
제일 신경 쓴 건 무엇보다 어색하지 않게 연기하는 거였어요. 요즘 시청자 분들은 정말 잘 아셔서 조금만 어색해도 다 아시거든요. 최대한 그런 부분이 없도록 구강민에 몰입하려 노력했어요.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도 구강민의 심정을 더 잘 받아들이실까 고민도 많이 했고요. 끝나고 나니 전보다 발전한 저를 느낄 수 있게 됐고, 그런 의미에서 제게는 ‘이브의 사랑’이 정말 특별한 작품이 됐어요.
◇ 공연기획을 꿈꾸던 제가 이렇게 열정적인 배우가 됐답니다
제가 연기를 처음으로 시작한 게 언제냐고 물으신다면 2008년도 뮤지컬 ‘그리스’의 앙상블로 데뷔한 걸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사실 저는 배우를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답니다. 공연 홍보를 전공했는데요, 군 제대를 하고 복할을 했는데 공연 쪽에 계시는 선배님께서 ‘공연을 해보면 나중에 제작할 때 도움이 되지 않겠냐’며 제게 오디션을 추천해주셔서 보게 됐어요.
물론 첫 오디션은 떨어졌죠.(웃음) 그런데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몇 개월 뒤에 다시 봐서 ‘그리스’를 하게 된 거에요. 그 다음 시즌에는 주연 역할을 하게 됐고, 그렇게 이어가져서 쭉 연기를 하게 됐어요. 평생 공연을 할 줄 알았는데 지금의 소속사 대표님의 눈에 띄어서 TV까지 출연하게 됐어요. 운이 좋았죠.
이렇게 연기에 뜻도 없던 제가 이토록 열정이 넘치는 배우가 될 줄은 저도 몰랐어요. 배우가 내 길이라고 생각된 그 순간부터 저는 항상 ‘더 좋은 배우’가 되는 게 목표였죠. 제가 늦게 배우를 시작했고, TV출연도 좀 늦었죠. 하지만 저는 ‘더 나은 연기’만 생각하기 때문에 초조함 같은 건 없었어요. 연기하는 건 다 똑같잖아요. 어디서 연기하건 배우는 배우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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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옥영화 기자 |
무대 연기와 카메라 연기의 다른점이요? 흠. 연기를 한다는 건 똑같은데, 단지 다른 건 공연은 관객과 호흡을 하고, 감정을 기승전결로 쌓아서 폭발을 시키는 연기를 한다는 거예요. 공연은 제가 깨지고 부딪히면서 정말 많이 배운 공간이에요. 제가 배우로 태어난 곳이면서도 평생 가야할 곳, 살아있음을 느끼는 곳이죠. 저는 그 살아있음이 정말 좋아요. 이 ‘살아있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는데요, 정말 고향 같은 곳이라서 무대 서는 게 늘 즐겁고 행복하답니다.
이렇게 무대와 카메라를 오가며 연기를 하니 더욱 연기라는 본질이 선명해지고 있어요. 배우는 다양한 포지션에서 어떤 상황이든 캐릭터를 표현해야 하는 게 배우라는 생각이 들고요. 제가 개인적으로 다양한 실패를 해봈어요. 대학도 사수를 하고, 오디션도 정말 많이 떨어져봤고요.(웃음) 더 이상 떨어질 곳 없다는 생각까지 한 적도 있어요. 그런 걸 이겨내고 지금까지 걸어오면서 저는 더 단단해졌고, 그 어느 때보다 속은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끓어 넘치고 있습니다.
◇ 배역의 폭이 넓은 게 경쟁력인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정말 신기한 건 제가 참여한 드라마들이 정말 다들 잘 됐어요. SBS ‘괜찮아 사랑이야’도 그렇고 MBC ‘왔다! 장보리’도 그렇고요. ‘이브의 사랑’도 많은 사랑을 받았고요. 제가 마트 가면 어머님들께서 그렇게 “진현아랑 잘 되는 거냐”고 걱정을 해주시는 거 있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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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옥영화 기자 |
이렇게 저는 많은 욕심 안 부리고 오로지 ‘좋은 연기’에만 집중할 거에요. 더 다양한 걸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만 가지고요. 우여곡절을 겪고 이제 시작했으니까요. 공연에서는 정말 다양한 역할을 맡았었어요. 결핍이 있는 캐릭터부터 폐인 캐릭터, 코믹한 캐릭터까지요. 공연에서처럼 브라운관에서도 제가 평생 쌓아왔던 그런 재산들을 잘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배역의 폭이 넓은 게 경쟁력인, 그런 다양한 모습이 공존하는 배우요. 그렇게 기억되고 싶어요.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